2005.11.21.달날.흐리다 진눈깨비 / '나눔'이 '있다'고 되던가

2005학년도 가을학기 갈무리를 하는 주입니다,
12월을 내내 잔치하며 보낼 터이니
더러 어떤 작업은 다음 달로 넘어가기도 할 터입니다만.

대청소를 하는 '먼지풀풀'이나 저녁마다 하는 정리와는 달리
달날의 '첫만남'은 저부터도 청소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는 시간이었더랍니다,
처음 누군가를 만나는 설렘으로 시작하는.
아이들도 조금은 경건함까지 뵈며
뿌듯하게 보냈던 가을학기 새로운 한 시간이었지요.
배움방을 구석구석 쓸고 닦으며 우리는 한바탕의 놀이처럼 즐거웠더이다.

오늘은 가을학기 갈무리 그림을
아침마다 하는 손풀기에 대신했습니다.
갈무리 글도 얼거리를 짜두고 낙엽방학 숙제로 남겨졌지요.

오늘부터 한 주를 머물 방문자 이지은님 장인천님 들어와
어른들은 또 우두령을 지키는 나뭇꾼으로 갔고,
아이들은 밭에 남아있던 배추를 마저 뽑은 뒤
썩은 콩을 가렸습니다.
그 사이 교무실에선
2006학년도 입학과정 하나, 면담이 이어지고 있었지요.
다른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부모로
작년에 이미 한 차례 입학절차를 밟기도 했고
공연이며에 물꼬 마당으로 몇 차례 발을 들이기도 했으며
나흘 방문자로 이곳에 머물기도 했더랬습니다.
그분들이 이 산골공동체배움터에서 살 준비를 어이 하고 있는지를 들으며
아주 입이 벌어졌더라지요,
그 구체적인 움직임에.

"아니, 부자면 다야, 넘의 집에 연락도 없이 오고 말야."
점심 때건지기 시간,
부엌을 들어선 손님들을 보고 깜짝 놀랐더라지요.
알고 보니 상범샘은 두 차례 길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는데,
교장샘한테 말하지 말랜다고 글쎄, 암말도 않았던 겁니다.
"저희가 이렇습니다, 도대체 누가 아군인지 적인지를 모른다니까..."
5년을 한결같이 물꼬의 큰 논두렁으로 계시는
오정택님이 기사분이랑 오셨지요.
진눈깨비가 날리는 대해리로
첫눈의 선물처럼 그리 오셨댔습니다.
"저 사람들 진짜 월급 없어?"
"저두요."
"진짜 없어?"
만나면 서너 차례는 묻는 말씀을 또 하십니다.
15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그들에게 월급을 주는 이로서는
암만 생각해도 공동체식구들이 이해가 안된다시는 거지요.
달골 강당에 놓을 벽난로를 해주시마 지난번 서울길에 그러시더니
규모를 가늠하러 왔다셨습니다.
곶감집 고래방 달골들을 구석구석을 돌며
절친한 친구의 방문처럼 기분 좋았더라지요.
제 사는 양이 어떤가 간장집 아궁이도 들여다 보고 방도 둘러보십니다.
"좋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사는 사람은 충분히, 아주, 족하다는데 말입니다.
공장장이 밀린 작업이 많아 달포는 있어야 한댔다 전하며
그 때 걸음하마며 떠나셨습니다.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말입니다!"
같이 깔깔대다 차에 오르시고,
오래 손을 흔들고 섰더랍니다.
'나눔'이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님을 아다마다요.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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