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26.흙날.맑음 / 면담 끝

조회 수 1035 추천 수 0 2005.12.01 22:07:00

2005.11.26.흙날.맑음 / 면담 끝

달골 공사를 맡고 있는 건축회사와 마지막 조율이 있었습니다.
건축비용에 대한 마지막 논의이기도 하겠습니다.
깎아지른 산 바로 아래라 더욱 신경 쓰며 튼튼하게 지은 집입니다.
뜻하지 않은 자잘한 사건들로 넘친 비용도 만만찮았지요.
오이사님과 정부장님 오셔서
남은 공사를 어떻게 할지,
공사비용은 어떻게 마무리할지 매듭을 지었답니다.
한참 전부터도 요모조모 학교를 도와주었고
별로 남을 것도 없는 공사를 맡아 고생한 분들입니다.
"더 낮은 가격이지 못해 죄송합니다."
"건축주들의 대부분이 건축업자를 신뢰할 수 없어 고민한다 합니다.
집 짓는 내내 그런 생각 조금도 않았지요.
그 고민을 덜어주신 것만도 큰 도움이었습니다."
'49일 물구나무서기-특별건축기금마련'에 여러 손길들이 닿으면서
일정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공사를 끌어가게 해주더니
갈무리 공사는 건축회사 쪽에서 얼 만큼 빚을 안아주기로 하면서
원래 하려던 그림대로 끝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꼬의 오랜 소망 하나가 이리 빛을 보려나 봅니다.
빚을 좀 얻기도 했지만,
남은 일도 나날이 우리 곁을 지나가는 숱한 일들처럼 그리 흘러갈 수 있을 겝니다.

품앗이이고 논두렁인 김창환님이 2년여 만에 어제 찾아왔더랍니다.
제가 다른 나라에 머물렀던 동안 물꼬를 지켰던 손 가운데 하나지요.
한 때 카레이서였던 그는 류옥하다의 어린 날에 좋은 친구였고
누구보다 '차'에 대한 관심을 심어주었던 이입니다.
창환이 삼촌을 노래 노래 부르더니
하다는 춘천행을 미루고 하룻밤을 주저앉았지요,
채은이 채규 가는 편에 갔음 싶더만.
아침 눈 떠서부터 삼촌을 좇아다니며 타이어도 만지고 휴즈박스도 점검하고
종일 차 연구로 보내데요,
나름대로 올 학술제 준비가 돼 가는 모양입디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손길이 참 많이도 닿지요,
고맙습니다.

2006학년도 입학과정 학부모면담이 드디어 다 끝났습니다.
지난 불날에 끝날 일이었으나
앞서서 처리해야할 일에 밀려 오늘에야 마지막 면담이 있었네요.
한 가정이지만 두 가지 면담을 한 셈인데,
공동체 식구로서, 그리고 한 아이의 부모로서였습니다.
홍정희님, 승환이 일곱 살 때 처음 만났다 하니,
그 아이 고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데
그 세월이 얼마인가요?
제가 외국에 나가있던 잠깐의 소원함을 빼더라도
참 긴긴 시간이었습니다.
삶의 근간이었던 인천을 떠나
서울 가회동 물꼬 바로 옆집 이웃으로 함께 산 시간도 꽤 되지요.
그 시절 어느 쯤엔 물꼬 공동체식구로도 잠깐 살았더이다.
두어 해 전부터
지금 오면 너무 고생하니까 공동체가 자리 좀 잡으면 오라고 밀고 또 밀었는데
힘이 필요할 때 와서 보태야지 않냐며 이제 준비 다 됐다 합디다.
허물없는 친구 같으니 구체적인 부분까지 얘기 나눌 수 있어서도 고마운 시간이었지요.
남은 일정도 잘 끝나 같은 그늘에서 살았음 좋겠습니다.

무상교육 아래서도 부모가 할 일에 대해 고민할 줄 알 이가 누구일까,
특히 학교의 존립이 어려움을 겪을 때 그건 학교 사정이라고
아이를 데려가는 것으로 해결법을 찾는 부모라면 어깨 겯고 나아갈 수 없지 않을까,...
그간의 일곱 가정 면담을 마치며 들었던 생각이야 여럿이지요.
입학 3기쯤 오니 형식처럼 했던 1기와 겨우 갈피 비슷한 걸 쥘 수 있었던 2기에 견주어
비로소 가닥이 잡힌 듯하였지요,
그래도 자리 일어서고 나서야 미처 묻지 않은 것들을 발견하기 일쑤였지만.
교육관이니 가치관이니 철학이니 질문이라고 던져놓으면
그까짓 거야 무어라고 말을 못하겠는 지요.
살아온 날들, 그리고 살고 있는 지금을 나누다 보면
거기 고스란히 그 답들이 들어 있잖을 지요.
거의 같은 질문을 하였던, 또 물꼬가 더 말이 많았던 1, 2기에 견주어,
각 가정마다 다른 질문을 던진 것도
면담의 비중이 그만큼 의미 있어졌음을 말하는 것이었겠습니다.
2005학년도 입학생 가운데 한 가정은
물꼬를 와서도 다른 학교 2005학년도 교사과정(이름이 맞나?)을 밟고 있었음을
최근에야 그 학교 사람을 통해 전해 들었던 일이 있었지요.
그는 결국 떠났습니다.
떠나는 게 옳았지요, 떠났던 방식이야 인정하기 어렵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이 학교를 선택하는 까닭이라면 다시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올 학교 안내하던 날 드렸던 말씀이었더이다.
돈 때문에 포기했던 학교를 돈이 생기니 간 거라면
돈이 생기는 길을 찾는 게 예서 고생하며 보내는 것보다 현명한 길이 될 테지요.
'전적으로 이곳이어야 할 까닭'이 있어야합니다.
한 다리는 이 곳에, 다른 다리는 다른 곳이라면
서로를 위해서 한 다리를 빼주는 게
예의이기도 하고 사람살이 도리기도 하고 뭐 그렇지 않을 지요.
우리가 밟고 있던 입학과정이라는 이름의 긴긴 절차가 자신을 똑바로 보게 하고
그런 서로를 충분히 알아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만남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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