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7.나무날.맑음 / 끽소리 못하고 그냥 쭈욱

조회 수 1417 추천 수 0 2005.11.20 09:46:00

2005.11.17.나무날.맑음 / 끽소리 못하고 그냥 쭈욱

비로소 잠을 깊이 잔 며칠만입니다.
어제 열택샘이랑 젊은 할아버지가 사택들 비닐을 쳤거든요.
애들방이야 일찌감치 단도리를 했으나
나무 해 내리느라 미루던 일이었더랍니다.
(참, 화목보일러, 아무리 나무 많이 든다 얘기해도 실감 못하던 열택샘,
어제 처음 교실에 불 때보고 나무 먹는 고래라고 입이 쩍 벌어졌지요.
간장집 조릿대집 곶감집들 나무 아낄 것 아니더랍니다.)
이제 해발 500미터 가까운 이 곳에서 댑바람 된바람과 씨름에 겨울 한 철입니다.
드나드는 바람에 어깨며 등이 다 결리더니
휴, 살 만해졌다지요.

6학년 2학기 과학 마지막 단원쯤 될 겝니다.
촛불로 하는 실험들을 합니다.
관찰로 시작해서 파라핀 성분을 밝혀보며 분자식을 익히고
연소와 발화점의 의미를 이해하며...
실험에 깊이를 더하더니
제시된 것을 넘어 저들끼리 여러 의문들을 풀어봅니다.
'불이랑', 이번 학기 중심생각 공부는 이렇게 마지막을 치닫고 있답니다.

수영 갔지요.
우리 애들이 입이 좀 세잖아요.
그런데 그 애들의 수영장 안 풍경, 혼자 보기 아깝답니다.
샘이 좀 무섭지요.
우리의 궁시렁쟁이 채규, 좀만 마음에 안들어도 입 툭 내밀며 쫑알쫑알 하잖아요,
그런데 뭐 끽 소리도 못하고 그냥 쭈욱 앞으로 갑니다.
한 바퀴 돌아와서 뭔 말이라도 할라치면
샘 목소리가 바로, 먼저, 튀어나오지요.
다른 이가 열 마디 하면 기어이 백 마디 하는
류옥하다도 령이도 도형이도
역시 암 소리 못하고 또 그냥(발음도 '기-냥!'이라고 해야 함) 물에 들어가는 겁니다.
저도 한 수 배웁니다, 역시 기능을 익힐 땐 저래야 돼,
우리 애들, 이제 죽었습니다요.

수영장에서 돌아오며 역시 저수지 둘레 청소를 위해 내립니다.
"어, 깨끗해요."
정말 훤합니다.
"우리가 치우니까 진짜 안버리네."
"그래, 쓰레기 버리는 곳이 아니란 걸 안 거지."
애들이 고무되었겠지요.
짐작으로야 날이 추워지니 놀이객도 낚시꾼도 발길 드문 게 큰 까닭이겠다 싶지만,
뭐 어떻습니까,
중요한 건 쓰레기가 없다는 거 아닐 지요.

바깥이 많이 차고 날도 서둘러 어둑해지니
쪼그려 앉아 물가에서 참을 먹고 있기가 서글펐겠지요.
"차에서 먹자."
감자야 상관없겠지만 포도즙은 흔들리는 차에서 쉽잖지요.
"다음 쉬는 곳에서 먹자."
"옥샘이 쉬는 곳이면 경치가 좀 좋겠어?"
이런, 채규 선수입니다.
저런 신뢰라고 하기엔 과도한 환상은 깨줘야 한다니까요.
꽉 막힌 도로가에서 먹으려다 깨는 환상이야 날들 많으니
역시 눈에 좋은 나목들 곁에서 쉬었다 오는 김천행이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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