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2.해날.축축하다 갬 - 밤낚시

조회 수 1341 추천 수 0 2005.10.04 02:47:00

2005.10.2.해날.축축하다 갬 - 밤낚시

저녁답에 열택샘이 은행나무에 올랐지요.
어쩜 그리 올망졸망 다닥다닥 매달렸던지요.
아이들이 달겨 들어 은행을 비처럼 맞았답니다.
"오늘 밤낚시 가면 되는데..."
은행나무를 올려다보다 그 너머 펼쳐진 하늘까지 눈이 간 게지요.
며칠 전,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밤낚시 한 차례 가자고들 하였더이다.
"주말에 비 온다던데..."
"그러면 말고."
그렇게 날을 받은 게 엊저녁 흙날이었댔지요.
그런데 어제 내내 비 자박거렸잖아요.
"가요, 가요."
아이들이 죄 손뼉을 쳤습니다.
벌써 다섯 시인 걸, 펼친 천막으로, 또 밖으로 떨어진 은행은 어쩌구?
어른들도 후다닥 뜻을 물으니 가보자하네요.
은행 털던 강도들이 개과자신해서 낚시를 간다?
가마솥방으로 달려가 먹을거리들을 챙기고
나머지 사람들은 은행을 부지런히 주웠지요.
그러는 사이 품앗이 태석삼촌은 장작 패고 쌓던 일을 마쳤고,
품앗이 혜성이모(태석삼촌과 특수교육학과 동기, 첫걸음)는 복사기를 멈췄습니다.
마침 달골에서 젊은 할아버지도 내려오셨지요.
달골 내려오며 낚시 오늘 가면 딱 좋겠네, 이심전심이셨더랍니다.
쉬고 싶다는 희정샘이 마침 현장소장님 저녁을 챙기고 학교도 지키겠다데요.
아이 여섯, 어른 여섯이 트럭과 갤로퍼에 구겨져 들어갔습니다.
식구 단출하니 이런 일도 가능하네요, 생각하자마자 결정하고 냉큼 차에 오르다니요.
아이들은 여벌 옷이며 두툼한 옷, 게다 수영복도 챙깁디다, 수건도.
이런 날은 집에서 아니 먹던 걸 슬쩍 넣어도 보는 게지요.
라면도 삽니다.
낚시가게에서 떡밥과 지렁이도 챙겼지요.
어느새 7시로 치닫습니다.

너출봉입니다, 지난해 여름방학 전날 다녀간 곳.
비켜주듯 차 한 대가 막 돌아나가고, 아무도 없습니다.
안다고 아이들은 벌써 수영복을 챙겨들 입거나 다리 둥둥 걷고,
품앗이들은 저녁을 준비하고,
한 편에선 족대를 들고 작은 댐(?)에 들어서고,
저는 낚싯대를 드리웠지요.
물은 장마 끝처럼 불어있습니다, 허나 놀기 좋을 만치 흘러넘쳐주고.
아, 그런데, 거기 가을이 시작되는 시월의 밤이 아니라
봄이, 월류봉 자락 잠시 제 가던 길을 잊고 강바닥을 들여다보던 봄이
뒤늦게야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길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데요.
봄밤이었습니다,
바람이 그리 불었고,
물은 여름날 볕에 데워진 물처럼 따스하게 발목을 휘감았습니다.
"***형아네 아버지 여기서 처음 만났죠?"
기억력도 좋은 녀석들이라지요.
스쳐간 이들은 이렇게 불쑥불쑥 우리 속에서 유영합니다.

족대 들고 낚싯대 휘두르며 몸만 풀고 저녁밥상에 앉았지요.
별이 나타났다 구름에 가리기도 하고,
멀리 월류봉이며 산이 만들어내는 실루엣이 정겹기도 정겹고,
더 멀리 깜박이는 불빛이 따스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느새 모두 어둠에 익어버렸지요.
배가 든든해져선 더러 둑길을 거닐기도 하고,
족대를 들고 몰려다니기도 하고,
낚시대를 드리우고도 있었습니다.
"어, 어, 어!"
요란해졌지요, 이제 좀 뭐가 되나 봅니다.
낚싯대에선 입질만 있지 아직 수확이 없는데, 물살도 세고...
그 사이 두 사내가 그물을 들고 와 역시 고기를 올리기 시작했고,
마치 우리 고기 넘들이 가져가기라도 하는 양 아이들은 더욱 열을 올렸습니다.
그때, 낚싯바늘 서운할까 쏘가리 한 녀석이 낚싯줄을 타고 올라와주었지요,
팔뚝만한 놈이 달아난 다음에 말입니다, 하하.
그나마 지렁이를 바늘에 잘 끼워준 채은이의 공로였습지요.
"에게...."
"디카와 수동카메라의 차이라고, 엇따가 비기는 겨?"
들통을 든 패와 낚싯대를 접은 패가 입씨름 한 번 주고 받고는
모두 둑을 올랐더랍니다.

매운탕이지요.
솔솔 불 위 냄비가 냄새를 피울 때꺼정 늘처럼 무대가 마련되었습니다.
도형이 노래를 부를 적 류옥하다가 제(자기가) 만든 춤을 추는가 하면
아이들의 합창에 태석삼촌이 토마토 춤을 추고
젊은 할아버지의 잃어버린 가사를 다른 어른들이 노래방 기계가 되어 읊어주고
혜성이이모 노래에 아이들이 손말을 했습니다.
그 사이 트럭에 올라
령이는 카메라(손전등)를 들고 류옥하다는 조명(역시 손전등)을 켰고,
열택샘은 열광적으로 영화 '초록물고기'의 한 장면을 만들고...
봄밤(같은)의 다사로운 바람과 물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노랫결이 코러스를 맡았지요.
매운탕, 아이들도 불어가며 맛있대고
어른들은 두 그릇씩도 뚝딱 비우며 소주를 걸치기도 했답니다.

밤이 어떻게나 후딱 넘어가던지...
먼저 잠든 채규, 이어 잠든 도형이를 깨워 다시 차에 오르고
학교 들어오니 11시가 훌쩍 입디다.
너출봉에 넘쳐흐르던 물살에 한동안의 '어둔' 시간들도 흘려보내고 돌아왔지요.

결 고운 한 밤이었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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