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12.물날.맑음 / 새 대문

조회 수 1326 추천 수 0 2005.10.14 01:12:00

2005.10.12.물날.맑음

아이들 틈에서 간간이 한국화를 그렸더라지요.
그래도 모아 놓으니 한 짐입니다, 못한 날이 더 많았지만.
나중에 누구라도 아이들과 작업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참에
아이들더러도 자기 것들 묶어두자 하였습니다.
가르칠 때 참고용으로 쓸 수 있는 것만 끼우고
나머지는 허드렛종이 상자로 보냈지요,
아이들한테는 웬만하면 다 엮으라 하였으나.
그때 문득 방의 찢어진 문풍지와 벽지가 생각났습니다.
점심때 포도잎 그림을 들고 가 오려서는 게다 붙였지요.
운치있더이다.
외할아버지가 그리웠습니다.
겨울 채비를 하는 가을이면 당신은 가을 잎사귀들 줏어와서
문풍지에 끼우셨더랬습니다.
겨울날 방문으로 들던 달디 단 햇살이
창호지에 끼운 낙엽들 실루엣을 그려낼 제
암것도 모르던 그 어린 날에도 문득 시가 쓰고 싶고는 하였지요.
지지난 해 문풍지를 바를 녘 가을을 그리 담아보았더랬습니다.
아직도 그 가을의 튤립나뭇잎이 은행잎이 방문에 담겨있다지요.
'미술'이 별스런 무엇이겠는지요...

아이들은 지금 스스로 공부 중.
나현이는 가마솥방에서 소나무꽃으로 다릴 수 있는 차를 연구하고
채은이는 자료를 정리하고
령이는 토란밭과 평상 아래 풀밭을 파헤치며 새로운 곤충을 찾았다 소리 지르고
채규는 로얄제리 성분을 조사 중이라 하고
도형이는 책에서 필요한 자료에 표시중입니다.
류옥하다는 자기가 차를 도안해본다며 종이를 어찌나 쓰대는지...

마당 들머리 큰대문은 오전 내내 소란했습니다.
대문을 달았지요.
철문입니다, 어울릴 것 같잖은.
그런데 해놓으니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대문을 때마다 고치느라 들어가는 말도 안되는 힘에 견주면 더 예뿌다지요.

가을날의 오후,
아이들은 곶감집 대청소를 가서 앞마당 풀까지 매고,
어른들은 나무도 정리하고 널린 나락을 내내 뒤집습니다.
가마솥방에선 김치를 담았지요.
"이거 해줄 수 있니?"
나현이와 채은이는 일시간이 지났는데도 기꺼이 쪽파를 다 다듬어주었다지요.
이쁘게도 크는 아이들이랍니다.

국선도 시간엔 식구가 많았습니다.
샘 두 분에, 아이들 모두,
그리고 열택샘, 희정샘, 젊은 할아버지, 방문자 홍사숙샘과 김점곤 아빠까지.

충남연정국악원 상임단원 조성환님이 다녀가셨습니다.
좋은 가을날 피리소리를 나눠 주신다셨댔지요.
10월 23일 학교 안내하는 날 작은 음악회를 하면 어떻겠나 여쭈었지요.
그래 오늘 답사를 오신 겝니다.
피리, 기타, 드럼, 태평소, 오카리나, 꽹과리가 자리를 함께 하며
관객과 같이 노래 부르는 작은, 즐거운 음악회가 열릴 참이랍니다.
고맙습니다.

손바닥을 유리에 찔려(조금) 김천 수영장까지 가서 무릎 운동도 못하고 돌아오고,
기차역에선가 기차에선가 남자가 여자를 패서
경찰차며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 황간을 지나오고...
나가면 이리 시끄럽습니다.
그러니 들앉았으면 나갈 맘이 도통 안나는 게지요,
단절하자고 살러 들어온 산골은 아닐 진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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