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15.흙날. 진짜 가을 / 햅쌀

조회 수 1283 추천 수 0 2005.10.17 00:36:00

2005.10.15.흙날. 진짜 가을 / 햅쌀

이른 아침 마을길을 따라 산책을 나갔습니다.
"아, 맛있겠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꼭 금새 떨어질 듯 대롱거리는,
잘 익어 투명하기까지 해서 다 들여다 뵐 것 같은 감이 거기 있는 게지요.
이즈음이 그려내는 산골짝 풍경에 아이들도 그림 한 점되어
따박따박 걸어갑니다.
"왜 벌써 뛰어?"
"흘목에서 1.7키로니까 300미터 뛰어야 2키로 되지요."
아침마다 열 바퀴씩 뛰는 마당에 견주는 거지요.
그 길을 되짚어 오르막길을 우리는 뜀박질로 돌아왔더랍니다.
"흙날마다 이래도 좋겠다."

호숫가나무 시간은 깊은 명상 뒤 언덕받이로 갔습니다.
몇 군데를 답사하고 결정한 곳이지요.
보물동굴 설계가 지난번에 있었더랬습니다.
오늘은 토굴을 파는 일에 매달렸지요,
가끔 자기 영혼이 쉬기도 하는 그런 곳,
설계도를 옆에들 끼고.
삽이며 꽃삽, 호미 톱 낫 필요한 연장을 챙겨오고
누구는 바닥에 깔 톱밥을 구해 오고
누구는 개울가 자갈을 주워 올리고
젊은 할아버지 쳐내는 감국도 얻어오고
어제 점심 어른 일모임에서 차례를 잡아놓은 일에 농사부에서 손이 빠르더니
몸 쓰는 일이라고 좋은 안주 핑계대며 뒤란에서 술을 한 잔 걸치는데
나무를 토막 낼 일이 있어 들고 간 걸음에 잔을 받았네요.
물꼬 참 좋은 학교입니다요,
술도 한 잔 담고 아이들 속에 갈 수 있으니.

두어 시간 흙이랑 그리 씨름하고 장구를 맸습니다.
지난번엔 시간 내내 끈만 매고 풀고
겨우 서서 제자리에서 가락 하나 겨우 익혔는데
오늘 드디어 울러 메고 걸었습니다.
미지기를 하는데, 하하,
어른들 판굿에 따라다니더니만
하는 겁니다, 잘 하더라니까요.
걷는 게 장작이더라는 구경꾼의 말도 있었지만
에이, 첫 술에 어디 배가 부르던가요?
이런, 오늘은 1시가 되어 장구를 내렸습니다.
요즘은 여유 있게, 시간을 짜서 쓰는 데에 별 생각을 않으니
이리 훌쩍 훌쩍 시간이 넘고 만답니다.
어른이고 애고 그게 지루하지 않으니
아니,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니 고맙지요.

대전에서 있는 대회에 참석하느라 우리들의 춤샘이 안계셨거든요.
그래서 읍내 나갈 것 없이 고래방에서 저녁을 먹기 전 한바탕 춤추고 놀았지요.
아이구, 어째 다리가 아프더라니
죙일 서고 걷고 뛰고 그랬네요.

김준호 아빠 오시는 길에 품앗이 승현삼촌이 내려왔지요,
열택샘이 특히 열심히 불렀더랍니다.
햅쌀로 떡 쪄서 나누고팠던 이가 어디 승현삼촌만일라구요,
이근삼촌은 다음 주 와서 며칠 머문다 하였고
태석삼촌이며들은 계자 때 올 테고
다들 중간고사들로도 바쁠 때고,
그러니 품앗이 대표로 그가 와 준 게지요.
안양서 구미서 공동체 아이로 들어오고픈
창욱이랑 할머니와 고모도 하룻밤을 묵으러 왔습니다.

저녁, 마당엔 평상이 옮겨져 '새벽의 동그라미' 가까이 자리를 잡고
큰 양철 화덕이 와서 불을 놓았지요.
평상을 둘러친 작은 의자들이 소담스럽기도 하였더이다.
고기를 구웠습니다.
안먹는 이를 위한 고등어도 올랐지요.
농사짓느라 고생한 사람들의 갈무리잔치쯤 되겠습니다.
같이 씨 뿌리고 가꿨던, 이제는 이 불가에 없는 그니들은 다 어델 갔을 지요.
고마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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