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쇠날 흐림

조회 수 1265 추천 수 0 2005.09.19 23:49:00

9월 9일 쇠날 흐림

불을 가지고 처음 놀았습니다.
할 만 많은 녀석들이 그림으로 저가 생각하는 불들을 그려놓았네요.
불을 통해 할 여러 실험들에 가슴 부풀어들 합니다.

잔치를 앞두고 학교가 들썩이네요.
밥알 가운데 일찌감치 들어온 이들이 저마다 일을 잡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패를 나눠 일을 거드네요.
도형 예린 채은 채규가 가마솥방 일을 돕느라고 들어가 파를 다듬고 또 다듬고,
령 나현 지용 혜연 하다 혜린이는 포도즙방에서 포도알을 따고 있습니다.
고래방 뒤란의 포도즙공장(?)은 잘도 돌고, 또 돌아간다지요.
딴 포도보다 먹은 게 더 많다고도 하고, 맛본다며 포도즙도 배에 그득 담습니다.
수다가 온통 즙에 담겨 맛도 기가 막히겠습디다려.
혜린이가 열택샘을 사랑한다고 해 아주 아이들이 뒤집어지기도 합니다.
문득 시흥동이며 봉천동, 난곡이 생각났지요,
공부방을 오를 때, 아주머니들이 평상에 나와 구슬을 꿰며 농이 무성하던 그곳,
아이들처럼 재잘대며 목젖 보이도록 웃던 그들을 지나면
그만 온갖 시름이 저리 날아가는구나 싶던.
일을 마친 아이들은 공연연습도 한 차례 했답니다.

수원의 논두렁 김규철님이 수연이 지원이 데리고 내려와
늦은 밤 사무실에서 상범샘 열택과 학교보일러를 어쩌나 의논이 길었습니다.
작년에 돈은 돈대로 고생은 고생대로 해서 전기판넬을 나무보일러로 바꾸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는 참이거든요.
두어 시간마다 불을 때야 했던 지난 해,
그 고생을 그 겨울 몇 남정네가 무지 무지 질릴 만큼 하고는
다시 오는 겨울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해 있었더랍니다.
지난번에 일 도우러 오셨다가 그 소식을 들은 김규철님,
용량이 더 큰 보일러를 예서 한 번 만들어보자더니
오늘은 그려온 설계도와 그간의 자료조사, 현장조사, 실비용을 정리해서
다른 이들에게 보고하고 있는 거지요.

고래방공사 감리단이 내려왔더랍니다.
물꼬의 진의(공연장이 필요했고, 필요한대로 만든)를 잘 읽어주었지요.
산뜻하게 공사 잘 했다며 칭찬들도 하셨네요.
물꼬 공사를 맡고 있는 정부장님네가
정말 남은 게 없었을 거라는 인사까지 전해주셨답니다.
포도까지 사가셨지요.
문화관광부 지원사업이 낼의 개관식,
이어 서류적인 마지막 정리만 남았네요.

널린 수영복을 챙기는데 어, 건조대에 웬 빨래 하나 걸렸습디다.
그것도 잘 짜져서 좌악 좍 잘 펴져서 말입니다.
류옥하다가 너무나 사랑하는 노란 치마더이다.
'어제 예린이가 포도쥬스 흘려 (하다가 예린이에게)씻어내라 난리폈는데,
오늘 다시 생각나 닦달하니 예린이가 빨아줬나?
아님 난리쳐서 그걸 본 예린 엄마가 빨았다?'
"내가! 빡빡 문지르니 좀 빠지더라."
류옥하다 저가 손빨래를 한 겁니다.
사람이 '자기 일'이 되면 그러지요,
지가 엄청 애끼는 옷이거든요,
그러니 물들까봐 엄마 부를 것도 없이 저가 한 겁니다.
'자기일'이란 게 그런 거지요, 사랑하는 게 그런 겁니다, 저리 움직일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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