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흙날, 대해리 문화관 개관공연

조회 수 1383 추천 수 0 2005.09.19 23:51:00

9월 10일 흙날, 대해리 문화관 개관공연

날이 밝았습니다.
'<맘 울창해지는 저녁 한 때>-대해리 문화관(고래방) 문 여는 잔치'가 있지요.
아직 비 내리는 끝자락입니다, 오후엔 갠다고 했는데...
아침 밥을 먹고 하루 움직임을 확인하는 모임을 했습니다.
빠진 것들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지요.
이미 밥알들이 어제부터 와 움직이고 있고,
물꼬 밥알들 정말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일찌감치 나무날부터 들어온 태석샘이며
간밤에 전화 받고 달려온 광석샘,
품앗이 승현샘, 태석샘과 같이 온 새 품앗이 둘, 효진샘, 형길샘, 현미샘...,
물꼬의 동원령(?)에 바로 내달려오는 품앗이들도 참말 대단하지요.
논두렁들도 곳곳에서 손을 보태고 있습니다.
천막을 치고 평상이 놓이고 바깥 부엌이 만들어지고
축구골대 하나가 트럭에 실려 스크린을 두르고
포도판매대가 숨꼬방 앞 새벽의 동그라미 천막 아래 생기고
차를 마실 수 있는 찻상도 놓이고
객석용 의자가 좌악 펼쳐지고
고래방 앞에 설거지대가 생기고...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서울에서 오랜 논두렁 홍정희님이 승찬이 승환이랑
논두렁 김은숙님이 친구분들이랑 파주에서,
거창에서 박명의님이 아이들이랑
예천에서 예전의 푸른누리 식구들이,
수원에서 김규철님이 어제부터 와 있고,
대전에서 오랜 논두렁 박주훈님이,
포도농사 따위의 과수농사로 바쁜 철인데도 동네 어르신들이 죄 와주셨습니다.
이웃 양계화님과 아들들 그리고 친구 분들과 친척 분들,
대구에서 양임순님과 준형이,
구미에서 창욱이의 고모 전승경님,
아산에서 바다 하늘이랑 온 이금실님,
광명에서 논두렁 이은영님이 식구들이랑
(정민이는 무대에서 꼭 노래를 하고프대요. 담에 오면 하라 그랬지요.)
방문자로 머물고 있는 김점곤님의 식구들도 내려오셨네요.
변산 우리네에서도 오고,
무엇보다 이제 영동 안에서 오는 식구들이 늘고 있습니다.
양강이며 농민회쪽 사람들도 오고
영동읍내 회사원들도 오고
도의원이며도 자리 잡아주시고
교육인적자원부 감사관실에서 몇 오고(공식적인 방문은 아니셨지요?)
부산에서 무주에서...
먼 길 걸음해주신 모두 고맙습니다.
날이 말꿈해져서 정말 다행이지요.

5시부터 문을 연다던 잔치는
첫 공연을 맡은 타악패 가운데 다른 두 차가 그만 무주쪽 도마령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돌아오느라 시간이 걸려 늦어졌지요.
악이 울리고 살구나무 아래서 지신밟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학교 마당을 돌고 대문 밖으로 몰려가 바깥 복도 다 불러들여 소나무를 지나고
고래방 앞으로 나아갔지요.
고사를 지냅니다.
너도 나도 나와 식구들의 안녕, 세상의 평화도 함께 빕니다.
다시 큰 마당 한가운데로 돌아 나온 풍악이 마지막을 알리니
사람들이 솟아오른 박으로 오재미를 던졌지요.
박 터뜨리기!
박 겉껍질은 물꼬 상설학교 아이들이 그린 연잎으로 장식되어 있네요.
아이들이 열심히 속을 만든 박바구니에
은순샘이며 승경님이며 나사렛대 사복과 두 친구들이며가 열심히 붙여준 겁니다.
아이들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동체인데
그들이 놀 수 있는 거리들이 모자라 아쉬운 터에
박이라도 있어 다행이었지요.
작년 4월 문 여는 잔치엔
열 개도 넘는 마당에서 아이들이 갖가지로 놀거나 먹을 수 있었는데,
밥알 김영규님이 제안한 박 없었으면 무척이나 서운할 뻔하였답니다.
박이 하도 터지지 않아 고생했던 몇 해 전의 연극공연 기억이 너무 뚜렷해
조심한다는 게 이번엔 또 너무 금새 터져버려 쬐끔 안타가까웠지요.
그렇지만 입 벌린 박에라도
아이들이고 어른이고 기를 쓰고 오재미를 던지며 고함 고함을 질렀더랍니다.
"대해리 문화관 개관을 축하합니다!
맘 울창해지는 저녁 한 때!"
박에서 나온 기다린 종이엔 그리 씌어있었지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스름이 드는 속에 마당 한 귀퉁이에서 북소리가 났습니다.
국선도세계연맹의 국선도시연입니다.
사람들은 박 앞을 떠나 고래방을 향해 널린 의자에 앉았더랬지요.
잘잘한 녀석들까지 진지하게 선의 세계에 빠져들어갑니다.
전체를 안내하던 영동대 국선도학과 김기영샘이
이들 가운데 두 분이 물꼬 아이들도 가르치고 있다 전하니
우리 애들 크게 소리 지르며 박수치데요.
이어 전통타악공연이 있었습니다.
달성다사농악보존회와 추임새 국악예술단, 경북교사풍물모임 울림의
다사농악, 금회북춤, 김병섭류 설장구가 펼쳐졌지요.
빌려온 150개의 의자도 모자라 서서 보는 이들이며
마당 가 긴 돌의자, 혹은 평상에 앉은 이들,
그리고 부엌이고 강당 뒤란의 식구들까지 합하면 200여명은 족히 되지 싶더이다.
앞뒤로 오간 이들도 50여명 되잖을지,
이 산골에 이러저러 포개지는 것 보며
함께 모이는 이런 자리 참 귀하구나, 고맙고 감사하더이다.

어둑해져서야 밥상 앞으로 갔지요.
"비빔밥 정말 맛있네!"
다 밥알 손들입지요,
정말 정말 멋진 분들입니다.
이번 행사는 부엌일 대장일을 맡던 김애자님이 빠지고도
그 빈자리가 예사로 크지 않았을 것을
그래도 그 많은 손님들 죄 잘도 치루었지요.

저녁 7시에 한다던 극단 영의 음악극과 인형극도 조금 늦어졌습니다.
마당에서 배를 두드리던 이들이 드디어 고래방으로 들어갑니다.
안에서 먼저 자리 잡은 아이들이 문을 열데요.
거울이며 조명이며 객석에 다 입이 벌어들 지셨습니다.
도시의 크고 화려한 공간들에 비하면 무에 그리 감탄할 것도 없겠다 하겠으나
물꼬의 가난한 살림으로는 어림도 없는데다
이 산골에서 귀하게 쓰일 곳이므로 더 놀라워라들 하시는 게지요.
밖에선 커다란 스크린 위에 고래방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첨단장비(?)가 좋긴 좋더라며,
일하는 이들도 짬짬이 눈 돌려 무슨 일이 일어나나 다 볼 수 있었다지요.
<하늘로 날아가는 애벌레>와 <꿀꿀이와 다람이>,
아이들이 아주 뒤로 넘어집디다, 어른들도 못잖던 걸요.
저 웃음들이 세상을 살립니다.
열두 번도 더 망했을 세상을(대구 보라샘 말대로 어디 열두 번만 망했을 라구요)
저들이 이리 구하고 있습니다.

배우들이 무대를 빠져나가는 시간에다 국악동호회 청률의 준비도 좀 더딥니다.
지난 번 공연에서는 령이랑 류옥하다가 진행을 맡아 급하긴 해도 대본을 함께 썼는데,
이런, 밥 먹다가 문득 진행자들 준비가 안된 걸 깨달았지요.
서둘러 모여 급하게 종이에 옮기고 보니
나현이랑 류옥하다가 내내 진행종이에 얼굴 박고 말하게 됐네요.
하기야 그러한들 또 뭐 어떻습니까.

청률의 우아한 소리는 지난 4월 물꼬 상설 첫돌잔치에서도 보았던 터지요.
'비 내리는 고모령'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아주 난리가 아니었더랬지요.
'산도깨비'도 들려주어 모두가 한 목소리로 고래방을 들썩이게 했네요.
사실 우리 애들(물꼬 상설)이 노래가 좀 안됩니다.
하이구, 제가 파리나무십자가 혹은 코러스같은 합창단을 만들어보는 게 꿈인데,
뭐 자꾸, 또, 끝없이, 한없이 불러대는 수 밖에 없지요.
어찌되었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우리 애들이랑 부르자 부탁해왔는데
잘되었다 하고 모든 관객이 함께 부르는 노래로 바꾸었지요.
일찌감치 문 앞에서 가사를 나눠주었더랍니다.
잘한 일이구나 싶데요,
모두 마음 어찌나 따뜻해지던지요.

드디어 물꼬 아이들의 작은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손말에, 판소리에, 그리고 춤 하나.
"옥샘은 춤을 하나 밖에 안가르쳤어요?"
아니지요, 아암, 그래서 우리는 두 곡이나 더 추었더랍니다.
모두 모두 무대에서 얼마나 흔들어댔던지요.
이미 대동굿은 그리 준비가 되었더랍니다,
곧 밖에서 괭과리가 대동굿을 알렸습니다만.
걸게 놀았지요.
"엄마, 포도는 언제 팔아?"
그 와중에도 우리 애들 간간이 달려와 포도는 언제 파냐 걱정입니다.
저들이 지은 농사라고 판매도 챙겨내는 게지요.

그런데 알고 계셨는지요,
그렇게 논 것까지는 1부 공연에 불과하단 걸.
고래방에서 밤새 2부 공연이 있었습니다요.
추임새에서 나온 슈퍼댁과 다사농악의 원반(배우 원빈의 사촌)씨가 꾸미는 무대,
동이 틀 무렵에야 대해리가 조용해졌더랍니다.

이 깊은 산골에서 함께 판을 벌인 모두,
고맙습니다!
잘들 가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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