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나서 뭘 하는 게 아니다.

차례가 바뀌었다.

뭘 하면 힘이 난다.

오늘도 일 하나 잡으며 힘을 냈다.

한 번 일어나기가 범보다 무섭다던 외할머니의 말을 어느새 내가 하면서 살고 있다.

거의 50년 전에 들었던 말을 50년 뒤 하고 있는.

사람의 일은,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또 변화무쌍하게 흘러도

내림하며 흘러간다.

 

아침뜨락 안으로 화분들을 옮겼다.

설악산 아래 잠깐 머물고 돌아올 적

그곳 지인이 챙겨준 허브들이었다.

밭에 있던 에키네시아를 캐서 화분에 담아주었고,

비닐하우스에 있던 라벤더도 실어주었더랬다.

날 좋은 날 땅이 더 얼기 전 흙에 심으려 한다.

옴자를 지나 대나무 수로 끝의 옹달샘 이르기 전 양쪽 쯤.

로즈마리 일곱은 어제 사이집 툇마루로 보냈다.

오늘은 그 가지를 다듬어주었다.

그것 역시 달못 아래 무한지대에 심을까도 생각 중.

 

아직도 공사에서 남겨진 널려있는 물건들이 있다.

사이집 툇마루 아래쪽으로 밀어놓은 것들이 있었다.

기락샘 손도 빌려 치웠다.

 

위탁교육을 하나 조율 중이다.

그런데 숙고하시라 밀어두었다.

아이들을 둘러싼 상황이 얼마든지 바뀌기도 하고

부모의 마음이 또한 달라지기도 하고.

그런 것도 시간에 기대보는.

더 절박할 때, 더 필요할 때 이곳이 더 적절하게 쓰이지 않겠는지.

이 먼 곳까지, 이 불편한 곳을, 다녀가는 일이 어디 보통 일일는지.

 

저녁달이 좋았다. 하지만 곧 달무리졌다.

하늘 한가운데로 간 달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구름이 덮친.

비 소식이 또 있다. 낼 한낮에 한 차례 다녀간다는.

하늘은 이 밤에도 비를 한 번 뿌릴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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