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불날 저 멀리 태풍 지나가느라 예도 비 들고

가을학기 속틀을 아이들이랑 같이 붙이고
학교 이념 액자(신동인 아빠가 귀하게 만들어주신 거지요)를 배움방에 걸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번 학기에 필요한 중심생각공부 자료랑 역사공부할 책들도 찾고,
대해리 문화관 열 때 할 아이들 작은 공연에 대해 의논도 했습니다.
검도샘도 한국화샘도 변함없이 다녀가셨지요.

학교로 돌아오며 마음이 어떠했나 물었더랍니다.
"부모님이 가셔서... 그러나 하루 있다 보니 좋아요."
예린이가 그러네요.
집보다 재밌다는 채은,
공부 시작하자마자 재밌다는 나현,
마지막날 물꼬 오기 싫었는데 잠깐 놀아도 재밌다는 령,
정근이 하늘이 땜에 화악 안다닐까 하다가
친구들과 재밌게 노는 게 좋아서 왔다는 혜연,
첨엔 방학이 좋았는데 누나 형아들이 오니 같이 놀아 좋다는 류옥하다입니다.
곁에서 나머지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 있습디다.

아이들이 교무실에 무슨 일론가 왔다가 꽂혀있는 <파브르 식물기>를 보았습니다.
물꼬가 참 사랑하는 책 가운데 하나지요.
"어, 상범샘이 읽어주던 거다."
"재미없어서 잤는데..."
"맨 처음에 나온 게 뭐였죠?"
"아메바."
다른 녀석이 대답합니다.
"아메바 잡으러 간다 그래놓고..."
"맨날 그렇지, 하진 않고..."
무서운 아이들...
상범샘 아주 혼쫄이 났답디다.

어른들은 참께 수수도 베고 노각과 가지도 따고
밤 늦도록 포도를 가려 포장을 했지요.
아이들은 일 시간, 밤을 줍거나 피아노를 쳤습니다.

이어달리기 상담이 있었네요.
학기 시작하며 새 마음들을 잡아봅니다.
때로 어떤 이야기는 사적일 때, 개별일 때 더 잘 전해지기도 하지요.

아이들은 밤엔 곶감집에서 밤을 구워먹었습니다.
밤 먹으러 따라 올라간 하다를 누나들이 내려다 주었답니다.

아, 어른들은 이번 학기 시작하고 첫 판굿 연습을 낮 5시에 했습니다.
서로 헤매가며, 기억을 짜깁기하며,
서툴러도 바쁜 철에 함께 모일 수 있음을 대단히 기뻐하며 흥이 났더랍니다.
아이들이 고래방 문 앞에 주욱 늘어서서 구경을 했지요.
곧 저들도 같이 할 거거든요.
올 해는 비오는 날만 장구를 치는 게 아니라
흙날마다 풍물이 아예 자리를 잡고 있답니다.
다른 악기도 만져본 뒤 저마다 제 악기를 골라 판을 짤 거랍니다.
아이들이랑 사는 일은 나날이 기대에 차서 사는 일이라지요.
아, 우리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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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6일 불날

오늘 일은 밤줍기였다. 나는 예린이랑 같이 줍기로 했다. 처음에는 계단(학교 뒤) 왼쪽 밑을 찾아보다가 별로 없어서 작년에 많았던 곳에 갔다. 갔는데 개울 쪽에 있는 밤 껍질이 모두 비었다. 그래서 내가 "싹 가져갔네!" 그러니깐 령이가 그건 열택샘이 주워갔다고 해서 웃었다.
그런데 거기도 밤이 없어서 다시 원래 찾던 곳으로 갔다. 채규가 먼저 가 있었다. 거기에 밤이 꽤 있을 것 같아서 올라가 봤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래서 목숨 걸고 위험한 곳까지 갔다 왔다. 많이 주웠다. 그런데 어떤 곳은 넓고 밤도 많이 있다.
그런데 거기는 일 미터쯤 돼서 그냥 표시만 해 놨다.
이제 돌아가려는데 밤이 눈에 더 띄었다. 그래서 그것도 다 주웠다.
채은이는 두 번이나 올라왔다가 미끄러져서 울었고, 예린이는 잠바가 걸려서 바둥댔고 그런 일도 있었다.
그리고 많이 줍고 내려와서 채은이가 가르쳐준 곳으로 가서 밤을 주웠다. 그런데 지용이 오빠랑 도형이는 우리 따라와서 많이 주웠다. 비탈길에서 주웠다.
그런데 진짜 아까웠던 점도 있었다. 나무에 밤이 달려 있었다. 그런데 나무에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비 때문에 미끄러워서 못 올라갔다.
그러고나서 학교로 돌아왔다. 다리랑 손이 모기 때문에 물리고 가시 때문에 긁히고 했다.
그리고 그 밤을 삶아서 새참으로 맛있게 먹었다. 재밌었다.
(5년 김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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