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해날 흐리고 비

조회 수 1100 추천 수 0 2005.09.14 11:37:00

9월 4일 해날 흐리고 비

밥알들이 하니 일이 되지요,
포도일이 산더미더니 해놓은 일도 산더미입니다.
그런데 해놓고 떠나도 남은 일도 산더미라니...

밥알들과의 갈무리 시간,
물꼬가 말이 많았네요.
그런데, 많은 말이 이해를 더하긴 하나요?
자긍심을 키우는 교육,
물꼬의 교육에 여러 말을 붙일 수도 있겠으나 한 마디라면 이 말을 고르겠다,
자기 긍정, 자기 자긍을 잘 가진 이는
세상 어데 가서 뭘 해서 먹고 살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 생각 한다,
그걸 키워주고 싶다고.
그럼, 여태 우리는(밥알과 학교) 이것에 함께 동의하지 않았던 걸까요?
간밤에 있었던 몇 가지 아이들 이야기에 대해서도 덧붙였습니다.
말로는 우리 아이가 만 몇 살밖에 안되는 어린 아이라 하면서
살 날이 많은 아이로 보는 게 아니라 큰 아이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부모가 너무 걱정이 많은 것 아닌가 짚어보자고도 했습니다.
우리(어른)가 엄살을 부리는 건 아닌가,
민감하고 너무 세밀하게,
무덤덤하고 크게 보고 사소한 문제로 훌쩍 뛰어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는 잘 살고 있는데 너는 못살아, 못사는 거야 말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물꼬의 물질적 풍요(그래야 겨우 추위 막고 아이들이 외면하지 않을 해우소가 준비된)가
더딜지 모르겠다고도 전했습니다.
그런데 혹 이것이 물꼬에 아이를 보내는 이들의 발길을 무겁게 할까요?

내일부터 시작할 가을학기를 위해 아이들과 저녁모임이 있었습니다.
밥알들이 돌아가고 난 뒤였지요.
가슴이 뛰고, 보지 못한 시간이 아득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어제 모임하고 오늘 앉은 것 같은 기분이라니...
전학 간 두 아이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어찌 잘 전할까 고민 컸겠지요,
왜냐하면 우리랑 생각이 다른 것이 욕먹을 일일 수야 없으니까,
더구나 없는 이를 자칫 욕하게 되어선 안 되니까.
아이들이 알아들을 낱말을 골라 겨우, 정말 겨우 몇 마디 할 뿐이었더랍니다.
"찬성요?"
채규입니다.
물꼬를 지지하고 그리 살려는 게 결국 같은 식구가 되는 조건 아니냔 말이지요.
"나는 이제 안 싸워요."
"자네는 그래도 류옥하다랑 다투잖아."
"아니요. 그땐(그 아이랑은) 같은 학년이라서 그렇구요, 하다는 동생이잖아요."
"이제 딱 맞네, 남자 다섯, 여자 다섯!"
가끔 이 능글맞은 아이들의 긍정 앞에 늘 놀라고 맙니다,
더해서 어른을 배려하고 위로까지 하려드는.
그래요, 슬픔이 뭘 바꾸나요, 분노가 무엇을 바꿉니까,
그냥 지금 이 상황을 바라보고 또 사는 게지요.
이미 과거는 흘렀고 미래는 오지 않은 시간인 걸,
우리는 결국 지금은 살 뿐인 걸.
'그래, 니들이 선생님이다......'
슬픔 따위 훌훌 날아가고 가뿐하게 배움방을 나왔습니다.
너무나 상큼한 아이들 세계가 우리 삶을 밀고 간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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