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4.나무날. 새벽 싸락눈

조회 수 304 추천 수 0 2024.01.08 17:16:56


새벽에 싸락눈 다녀갔다.

오전의 뿌연 해에도 마당은 녹았다.

멀리 산이며 들도 보이는 눈이 거의 없었다.

달골 주차장에 있는 차로 마을로 내려가지 하는데,

어쿠, 달골 굽이길은 싸락눈이 펴 발라져있었다.

댑싸리비로 쓸다.

물기 남았다. 그 상태로 얇게 얼면 위험하지.

밤에 올라올 때 바로 아래 차를 둘까도 생각하며 달골로 돌아왔는데,

한쪽 바퀴는 마른 곳으로 밟히기에 무사안착.

겨울에 오는 긴장이 삶에 좋은 긴장이 되기도 하는 달골살이라.

 

아침 10시 계자 준비위 회의.

여행자보험을 넘기는데, ‘역시나라고 말하게 되는 ...

숫자는 그렇게 빠지거나 오타가 생기는.

보호자 주민번 빠진 건 미리 챙겼더랬는데,

새로 오는 아이의 주민번이 한 자리 빠지기도.

글집도 확인을 끝내고 인쇄소 넘기고.

이제 장보는 일과 아이들이 움직일 동선을 따라가며 할 공간 청소가 남은.

 

삼거리집.

욕실 전등스위치가 문 가까이 있지 않다.

살던 주인장이 되는 대로 지은 집이라.

배관이며 전선 역시 엉켜 제멋대로.

이번 계자에서 화장실 이용하라는 목적이 가장 크니

전등스위치를 찾느라 두리번거리지 않도록 안내문구 하나 붙여두고,

식탁에 대용차들을, 바닥 카펫에 차도 마실 수 있게 준비해두었다.

 

학교에는,

옷방과 교무실과 곳간부터 청소가 시작되었다.

미리모임에서 주로 여자샘이 청소하는 공간인데

이번에는 저녁 미리모임에야 여자 샘 한 명 더해질 뿐

낮부터 들어오는 샘은 없는.

그리고 날 추워지기 전에 가마솥방과 통로까지 미리 하기로도.

남녀 욕실 출입문 위아래 휑한 곳은 수건커튼을 달았다.

예쁜 스크린은 포기, 따뜻한 게 최고니까.

 

재봉질.

저녁밥상 뒤 커튼 둘 주르륵 박았다.

삼거리 앞채 북쪽현관에 달.

섬세하지 않아도 될 일은 그리 하기로.

커튼이라기보다 스크린으로 부르기 더 어울릴.

현관창에 뽁뽁이만 붙여놓고 이번에 못하는가 싶더니

시간 반이면 될 일인데 하며 잡았다.

정련한 면으로 위에 고리를 묶을 수 있도록.

 

삼촌, 있잖아요...”

올해는 물꼬에 감이 남아나지 못했다.

학교는 그렇더래도 달골에 있기는 했는데

그걸 또 따 내릴 때를 놓친.

마을에서 얻거나 조금 사서 할 수도 있었으련

날이 가버렸다.

그래도 아쉬워 한 댁에서 꼭 스물을 얻었던 거라.

그야말로 구색이나 갖추는.

순창에서 스님 한 분 오셔서 묵을 적

같이 깎아 본관 현관 처마 아래 걸었다.

아이들만 멕이지 했다. 마을에서 곶감을 좀 얻어도 되고.

근데 정말 이번 계자에 스물 아이들이 오게 되었네.

오며가며 계속 눈에 보이는 곶감을 얼마 전에 별 생각 없이 잘 말랐나 툭 하나 딴.

그거 제가 먹었는데, ...”

하이고, ...”

왜 먹었냐는 학교아저씨의 핀잔 같은 대꾸였다,

스무 아이 가운데 한 애가 못 오게 되었다는 말씀 들으시고서.

아이고, 내 먹은 곶감 때문이었던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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