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자 네쨋날 1월 8일

조회 수 1993 추천 수 0 2004.01.09 14:03:00
< 계자 네쨋날 1월 8일 >

저녁이 되니
샘들도 드디어 곤함을 느끼는 게 역력합니다.
하루재기하는데
하품을 여럿 하네요.
아이들도 아픈 녀석들이 나옵니다.
체력이 떨어지는 게지요.
살던 곳과 워낙에 다른 일상공간이어서도 그렇겠고,
도시에서 살던 리듬보다 이른 아침에 깨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그래서 이곳의 하루가 아주 긴 까닭이기도 하겠습니다.
밥굶기를 해보면 체력이 확 떨어지는 지점이 있는데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몸 어느 구석 아팠던 부위가 서서히 회복되는 느낌이 옵니다.
실제 단식 뒤 아픈 곳이 낫는 경험도 어렵지 않게 가질 수 있지요.
우리 아이들도 이 '고비'를 넘기면,
몸 안에서 자연 치유력이 발현할 기회를 줘보면 말입니다,
야성이 되살아나
보다 강건한 몸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나흘째가 되니 먹는 것에도 변화가 큽니다.
끊임없이 냉장고 문을 여닫는 것과 달리
예선 일정한 시간에만 배를 채웁니다.
아이들 먹는 밥 양이 차츰 늘어나고
먹지 않던 것에도 입을 댑니다.
생태적 관점에서 고기를 먹지 않으려는 이곳에선
육류가 주는 영양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아이들 밥상을 차리고 있답니다.

달빛은 여전히 교교하구요
우리는 달빛 이고 밤마실을 나갔습니다.
본동 삼거리를 지나
예전 서낭당이 있던 자리 대해리 쉼터 지나
저 건너 농로를 따라 산기슭을 향해갑니다.
우리 말고도 세상을 채우는 것들에 귀기울여보고
마음도 열어보고
모두 바램을 담아 달을 올려다보는데,
한참을 올려다 보는데,
아이들이 그렇게 오래 고요할 수 있다는 것에
언제나 놀라고 말지요.
나를 넘어
갈라진 나라가 하나되게 주셔요,
가난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방을 허락해 주셔요,
슬픔에 쌓인 이들에게 웃음을 주셔요,
함께 하는 바램도 잊지 않습니다.
잘 알지 못하던 이와 짝을 이뤄 띄엄띄엄 돌아오는 길,
어깨로 내려앉은 달빛과 어우러져 서로도 한 풍경을 이룹니다.
아이들이,
이 느린 시간이 되려 오늘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전하기도 하네요.

오늘은 나영이 생일이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나영의 아버지로부터 축하 전화도 녹음되어 있더이다.
부엌샘이 셋이나 되니
떡케Ÿ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96 똥 푸던 날, 5월 6일 옥영경 2004-05-12 2499
6595 새 노트북컴퓨터가 생기다 옥영경 2003-12-10 2497
6594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491
6593 서울과 대구 출장기(3월 5-8일) 옥영경 2004-03-10 2477
6592 대동개발 주식회사 옥영경 2004-01-01 2472
6591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453
6590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441
6589 경복궁 대목수 조준형샘과 그 식구들 옥영경 2003-12-26 2424
6588 김기선샘과 이의선샘 옥영경 2003-12-10 2396
6587 122 계자 이튿날, 2007.12.31.달날. 또 눈 옥영경 2008-01-03 2392
6586 장미상가 정수기 옥영경 2004-01-06 2381
6585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38 계자 옥영경 2004-01-06 2380
6584 새금강비료공사, 5월 11일 불날 옥영경 2004-05-12 2371
6583 물꼬 사람들이 사는 집 옥영경 2003-12-20 2365
6582 장상욱님,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322
6581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303
6580 [바르셀로나 통신 3] 2018. 3. 2.쇠날. 흐림 / 사랑한, 사랑하는 그대에게 옥영경 2018-03-13 2280
6579 주간동아와 KBS 현장르포 제 3지대 옥영경 2004-04-13 2276
6578 새해맞이 산행기-정월 초하루, 초이틀 옥영경 2004-01-03 2246
6577 1대 부엌 목지영샘, 3월 12-13일 옥영경 2004-03-14 224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