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흐름을 좀 바꾸기로 합니다.

아침 해건지기는 준환샘이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을 산책했습니다.

아이들은 큰형님느티나무에도 올랐지요.

오전에 하는 바느질과 오후에 하는 몸활동의 차례 대신

몸활동을 오전으로 보내고 오후는 다른 일정으로 진행키로 합니다.

그런데, 편을 갈라 축구를 하다가

선재가 명치를 맞아서 혼이 났네요.

그러다 빗방울 떨어지는 덕에 아이들이 쓸 시간이 늘었습니다.

아이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거든요.

그간 소홀했던 여러 과제들을 샘들이 챙기는 바람에 한 번에 해내야 됐지요.

바쁜 날이랍니다.

 

하다와 선재가 컴퓨터 바이러스 검사를 하기로 한 날입니다.

황룡사 건 뒤로 선재가 하다한테 마음을 많이(?) 씁니다.

원래도 국민누나 선재이지요.

누가 마음을 내서 이 일 좀 할까,

그럴 때 꼭 그의 손이 먼저 오르고,

어째 같이 아이를 키워도 저런 놈이 있더라니까요.

여기 아이들이 머물면 유독 부모님이 궁금한 때가 있는데,

그의 부모님이 또한 그러합니다.

‘...내가 힘든 거 알고 나 대신 더 많이 해줘서 하다가 고마웠다.

하다 덕에 컴맹 탈출...’(선재의 날적이 가운데서)

 

점심을 먹고 곧 MBC ‘살맛나는 세상’ PD 이현원님 오셨습니다.

10분이나 겨우 될까, 아주 작은 꼭지여 가볍게 찍기로 한 결정입니다.

류옥하다에 대한 관심으로 두어 달 전부터 이야기가 되고 있었지요.

하다만 있을 때도 좋지만, 친구들과 함께 해도 재밌지 않을까 싶데요.

서울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오는 길로 창대비 쏟아져서도,

그리고 여기도 그렇다는 일기예보에,

주춤주춤하며 오시느라 늦어졌다 합니다.

오전 11시경 도착하겠다던 걸음이셨거든요.

원래 1박 2일로 하겠다던 촬영인데,

아이들 흐름도 있어 반나절만 내겠다 했습니다.

이틀의 흐름을 반나절로 축약해서 짧게 짧게 하겠다 했지요.

PD도 사람 좋고 노련해서, 또 재밌어서

밤 10시까지는 찍어야 한다는 말에 아이들이 환호하며

놀다 가시라고까지 했지요.

마음에 든답디다.

“안돼요. 화악 몰아서 6시에 끝냅시다!”

저녁 안으로 끝내자 제가 재촉합니다.

아이들도 저들 일정이 있으니 말이지요.

(아이들에겐 아침에 촬영에 대해 미리 부탁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쉬는 이런 공간이 잘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여름계자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듯하여 촬영을 결정했다,

 그런 이야기들.)

 

하여 아침에 하지 않은 물꼬식 해건지기를 시작으로

풍물 연습 한판하고,

저들이 씨 뿌린 열무 뽑고, 미나리꽝 들어가 미나리 잘랐습니다.

그 틈에 부추도 상추도 뽑아왔지요.

아무래도 바느질까지 할 짬은 안 되겠지요?

그 사이 잠깐 비 묻어오는데,

마침 들어와 나물 다듬을 때 되었더랍니다.

일정을 잘 챙겨 피해가주는 비!

 

나물의 핵심은 다듬기이지요.

그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나요.

모다 길게 늘어앉아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류옥하다와 강유와 여해는 저녁밥상을 준비했지요.

하다는 된장찌개를 끓이고,

허당(하하. 강유의 호쯤으로 여기시지요) 강유와 여해는 비빔밥을 준비했습니다,

미나리와 열무를 썰고 오이도 채 썰고, 거기 갓 뜯어온 상추와 부추도 놓고.

효소를 넣어 양념고추장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허당 선수

여전히 물 질질 흐르는 행주로 배식대를 닦고,

썰어놓은 열무 옆에

아이들이 다듬은 미나리를 통째 그대로 늘어지게 놓았지요.

“안 씻고?”

“씻어야 돼요?”

씻어 다시 가지런히 올리는 허당.

“잘라야지!”

“잘라야 돼요?”

비빔밥인 줄 저도 알건만...

또 이렇게 우리를 웃게 만드는 허당 얼굴 좀 보셔요,

금새 터질 것 같지 빵빵해진 얼굴입니다.

예 와서 살이 어찌나 붙었는지요.

 

나물을 다듬던 아이들이 슬슬 사라집니다.

상 끄트머리 다운과 선재만 남아있었지요.

이쪽 끝의 재호는 바닥을 쓸었습니다.

마지막까지 그가 정리를 하고 있었지요.

“애들 불러라!”

책방에 가 있는 아이들을 불러들이지요.

그런데, 다형과 준이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직접 가서도 무려 다섯 차례는 더 불러서야 일어났지요.

밤, 다형과 준에게 전했지요,

“애들은 그렇다 치고 내가 가서 부르는데도 안 일어나니 서운한 마음 들더라.”

“죄송해요.”

이제는 서로 말이 좀 됩니다.

지독히도 움직이지 않던 그들이었는데 요샌 좀 낫지요.

부쩍 마음이 가까운 요즘입니다.

그게 또 사람 사이 세월일 테지요.

 

아이들이 나물을 다듬는 동안 류옥하다는 개인 촬영을 했고,

저녁밥을 먹으며 밥상머리 공연도 곁들였지요.

류옥하다의 플롯으로 민요 한 곡을 들려주고,

재호와 다운이가 우크렐라 연주를 했더랍니다.

 

다음은 황간 광평농장으로 넘어갑니다.

이번 학기는 이동학교로 못 움직이고 있지만,

하다가 주에 한 차례 머슴살이 가는 곳이지요.

날이 잘도 피해가줍니다.

예 촬영할 땐 저기가, 제 촬영 땐 여기가, 비를 피했더랍니다.

황간엔 우박 떨어지고 소나기 내리고 난리 아니라는 전갈 있었지요.

황간 가는 길도 억수비였는데, 도착하니 멎었습니다.

하늘 고마운 줄 늘 알지요, 아다마다요.

9시에야 PD가 사주는 저녁을 먹고 헤어졌습니다,

6월 말경 방영 시간이 확정되면 연락주기로 하고.

 

대해리로 돌아오며 과일 하나 사와서 나누었습니다.

오늘 이상하게 피곤하네,

다들 그러데요.

그것도 방송촬영이라고 나름 곤했던가 봅니다.

 

참, 목조건축 하시는 박시영님과 박경주님 다녀가셨습니다.

읍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깃집을 운영하고도 계십니다.

신성철샘이 해주신 물꼬 현판 서각을

어이 달까 고민한단 걸 들으시고 봐주러 오셨지요.

일하는 현장들이 멀어 당장은 달기 어렵겠으나

같이 생각해보자셨습니다.

“국수 정말 맛있었어요!”

늘 어르신들이 물꼬 다녀가시며 비싼 국수 먹었다고들 하시지요, 하하.

그렇게 보태준 손발들로 이적지 물꼬가 잘 살아왔더랍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박시영님은 '새로운 세상으로'라는 글귀를 남겨주셨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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