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골 기숙사의 강당인 창고동 외벽에 이틀째 페인트 공사 중이다.

예정에 없던 지붕도 녹슨 자국만 얼룩덜룩이라도 칠하자 부탁하는데

차라리 전체를 다 칠하기로 작업자들이 결정하다.

자잘한 살림 두어 개도 가져다 놓았더니 칠해주시다.

달골을 내려오며 학교 그네로 마무리 해주셨네.


지역 어르신들이 당신들의 각 처지에서 물꼬를 돕는 방법도 갖가지라.

군인가족인 한 어르신은 PX에서 장을 보는 것으로 그리 하신다.

뜰의 채송화도 솎아 나눠주시었네.

가마솥방 창 아래와 아침뜨樂 들머리 계단 언덕에 심으련다.


화가 양재연샘의 그림을 연어의 날 전시하기로 했다.

어떤 주제로 어떻게 전시를 할까, 그림은 언제 어떻게 옮길까,

작품들을 살피며 의논하다.

1945년생인 선생님은

남편과 함께 임지로 다니다 퇴임 후 영동에 자리 잡으셨다.

“일찍부터 그림에 특별한 재능이 있으셨어요?”

“미술선생님이 미대 갔으면 하셨지...”

10년 전 시작한 그림이나 밤낮을 모르고 몰입하여

다른 이들 몇 십 년 작업을 하신 듯.

입바른 말씀 잘하시는 성품이 그림에도 엿보임.

카톨릭 교우로서 또 좋은 어른으로서

해마다 6월의 물꼬 행사 ‘詩원하게 젖다’에도 걸음하셨더랬고,

이번 물꼬 연어의 날에도 그림을 나눠 우리 눈을 호사케 하실.


서현샘이 연어의 날을 알리는 현수막을 보냈다.

재작년에도 현수막과 안내지를 만들어 후원했던 그니이다.

뭔가 눈에 보이니 정말 하나보다 싶다.

대문에, 그리고 하나는 대해리 들머리에 걸었다.

여기에서는 여기 일을 하고 저기에 가면 또 저기에 딸린 일들을 하지.

안에서는 안의 일들을, 나가니 또 나간 걸음에 할 일들이 있는 거라.

큰 길에서 달골로 갈라지는 길의 아침뜨樂 안내판의 안내지가

시간에 날려버린 지 오래,

마침 교무실에 하나 남아있던 것이 있었기

나가서 붙이며 안내판을 손보는데,


1년을 비운 한국으로 돌아와 봄이 되고는 아주 달골 풀에 묻혀 산 시간들,

두어 분과 마주쳐 인사를 건네기도 했으나

아직도 안부를 직접 전하지 못한 마을어르신들 많았네.

경로당 정자에 나와 술을 걸치던 어르신들이

반가워라 신발을 신고 내려서서

다들 얼싸안아주며 반기시더라.

96년 가을부터 이 마을에 발을 걸치고

2001년 서울 물꼬 살림을 샘들이 거두어 내려온 뒤

아이와 함께 일곱 개 나라 공동체를 돌고 돌아온 2003년 가을에

나도 아주 깃들었더랬네.

2018년 작년 바르셀로나에 있었고, 그리고 2019년.

“교장선생님, 그 먼 곳 다녀와 아직 얼굴도 제대로 못 봤네. 술 한 잔 혀.”

산마을의 그 한 잔은 소주 반 병 담긴 대접이라.

으윽!

오늘 일이 끝나기는 하려는가.


어두워서야 아침뜨에 돌을 내렸다.

인근 도시에서 여러 사람을 걸쳐 구한 것들이다.

미궁의 다져 놓은 땅에 놓을 두 번째 돌.

오늘도 달빛을 이고 돌아오는 길,

저녁밥상도 그리 늦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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