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카모마일이 나고 있었다.

때가 되면! 언젠가는!

우리가 모르는 틈에도 어딘가에서 힘차게 오르는 생명들이라니.

아침뜨樂의 옴자의 눈썹 모양에 4월 14일에 뿌린 씨앗이었다.

영영 잊히는가 했다. 그런데...


학교는... 이불 빨래 중.

6월 내내 틈틈이 달골 기숙사와 아래 학교의 모든 이불을 빤다.

연어의 날과 계자에 이어 쓸 테다.

저녁에는 부엌 곳간을 정리하지.

약재들 상자는 비워냈다.

송담, 겨우살이, 두충, 칡, 청미래, ...

필요할 때 또 구하지.

쓰이지 못하고 자리만 차지한 것들이었다.

효소 작은 항아리들은 이름이 없는 것도 많았다.

쓰다 남은 걸 작은 곳에 옮겨 놓으며 금세 쓰지 했을 테지.

그러다 시간이 끼어들고 무엇이었던가를 잊고.

하기야 섞어서 백야초라고 쓰면 또 될.


달골은...

이른 아침 아침뜨樂 지느러미길을 따라 해바라기를 심었다.

엊그제 이웃 절집에서 나눠준.

아침뜨樂 들머리 계단 한 쪽 언덕에는 채송화를 놓았지,

손이 닿는 대로 풀을 뽑은 뒤.

읍내 어르신이 뜰에서 솎아주신 것.

놓이다 멈춰있던 컨테이너 창고로 가는 고무깔판도 마저 깔았네.

일을 하다 날이 저물거나 더 바쁜 일을 만나 멈춘 일이

이어지지 못하고 한켠으로 밀려있기도 쉬운 너른 살림이라.

그러다 그 공간으로 들어설 일 있어 눈에 걸리거나 발에 걸리면 

그 날은 그 일이 되기도.


어제그제 창고동 외벽 페인트 공사한 흔적들도 치웠네.

지붕에서 쓰임도 없는 안테나를 해체해서 내렸던 것이며

창고동 벽으로 오미자 넝쿨 타고 오르던 대나무들 쓰러진 거며,

망가진 외등이며 두어 가지 물건이며 쓰레기며...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물꼬에서 늘 하는 그 말을 또 생각네.

야물게 뒷정리를 다 하고 나가는 게 왜 그리들 어려우신가.


오늘도 모기가 이마를 물어 혹처럼 부어올랐다만

아침뜨樂을 가꾸어가는 일, 물꼬의 일, 이보다 더 재밌는 일이 없을세!

어둠을 지고 마을로 내려오기 여러 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96 2024. 3. 5.불날. 비 그치다 / 경칩, 그리고 ‘첫걸음 예(禮)’ 옥영경 2024-03-27 127
6595 2024. 2.11.해날 ~ 3. 4.달날 /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24-02-13 406
6594 2024. 2.10.해날. 힘찬 해 / 설 옥영경 2024-02-13 217
6593 2024. 2. 8~9.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3 193
6592 2024. 2. 7.물날. 어렴풋한 해 옥영경 2024-02-13 181
6591 2023학년도 2월 실타래학교(2.3~6) 갈무리글 옥영경 2024-02-13 141
6590 실타래학교 닫는 날, 2024. 2. 6.불날. 비, 그리고 밤눈 옥영경 2024-02-13 178
6589 실타래학교 사흗날, 2024. 2. 5.달날. 서설(瑞雪) 옥영경 2024-02-13 136
6588 실타래학교 이튿날, 2024. 2. 4.해날. 갬 / 상주 여행 옥영경 2024-02-11 159
6587 실타래학교 여는 날, 2024. 2. 3.흙날. 저녁비 옥영경 2024-02-11 153
6586 2024. 2. 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143
6585 2024. 2.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151
6584 2024. 1.31.물날. 안개 내린 것 같았던 미세먼지 / 국립세종수목원 옥영경 2024-02-11 143
6583 2024. 1.30.불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134
6582 2024. 1.29.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2-11 137
6581 2024. 1.28.해날. 구름 좀 옥영경 2024-02-11 136
6580 2024. 1.27.흙날. 흐림 / 과거를 바꾸는 법 옥영경 2024-02-08 152
6579 2024. 1.26.쇠날. 맑음 / '1001' 옥영경 2024-02-08 145
6578 2024. 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07 148
6577 2024. 1.24.물날. 맑음 / 탁류, 그리고 옥구농민항쟁 옥영경 2024-02-07 14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