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비까리...

빛깔도 그렇지만 소리도 그렇다.

천지 빛깔이요 천지 소리.

소란하여 깰 수밖에 없다 싶을 만큼 새들이 울어대는 산골.

저 소리를 듣자고 여기 있는가 싶게

이젠 하루도 도시로 나가 살 수가 없을 것만 같다.

(하기야 도시라고 어디 소음만 있을까만...)

고맙다, 생이여!


가물다.

골짝의 물이 아침뜨樂의 밥못에 모이고 다시 달못으로 이어지는데,

밥못이 바닥까지 보이진 않아도 수위가 아주 낮아졌다.

그러니 달못으로 넘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달못 역시 바닥은 보이진 않아도 마른 나무 같다.

기숙사 들머리 쪽 도랑물을 호스로 연결하고자도 했으나

거리도 거리고

무엇보다 수량이 넉넉지는 않다. 마른 날과 젖은 날의 편차도 심하고.

결국 기숙사 지하수에서 밥못까지 아침뜨樂 가쪽 수로를 따라 호스를 깔았다.

당장 물을 넣어보았네.

하얀샘과 도움꾼 샘 하나 들어와 해주고 간 일이다.


점주샘이 바구니 바구니 먹을 것들을 싣고 들어왔다.

연어의 날이 벌써 시작되고 있다...

“얼마나 고생을 할라고 또 이리 일찍 왔대니!”

할랑할랑 쉬며 놀란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재바른지 곁에서들 다 알지.

“친구를 잘 둬야하는데...”

기락샘도 자주 점주샘을 그리 놀리고는 한다.

때때마다 고맙고 미안한 그니다.

같이 달골 아침뜨樂 바위 둘레 풀을 뽑았다.

달빛을 안고 별빛을 지고 내려오던 긴 날이었는데,

오늘은 어둡기 전 일을 접고

아침뜨樂을 천천히 오래 걸었다.

이렇게 기운을 닦고 있으니 누군들 그것을 나눠 갖지 않겠는지.


달못에는 연잎이 밖까지 걸어 나올 기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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