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아베 쓰카사, 2006) 밑줄 긋기


‘산마을 책방’ 덕분에 덩달아 책방에서 오래된 책을 하나 꺼내들었다,

10년도 더 흐른 책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1,500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들을 구구단 외듯 술술 암기하며

어떤 맛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식품첨가물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던 이가

큰 딸의 세 번째 생일상에서 맛나게 미트볼을 먹는 식구들을 보고

이튿날 사표를 던지고 이후 첨가물 알리기 전도사가 되었다. 저자다.

자신이 공급한 첨가물 범벅의 저급 자투리 고기로 만든 미트볼이었다,

내 사랑하는 가족도 소비자가 될 수 있음을 알고 경악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양의 첨가물을 먹게 만드는,

내막을 알면 도저히 먹지 못할 식품들,

모르기 않게 먹는 식품들, 그런 식품 같지 않은 식품들 이야기.

아무거나 집어넣고 굳힌 고기 아닌 고기로

100킬로그램의 돼지고기는 130킬로그램의 햄이 되었고,

맛은 화학조미료에게, 곰팡이 억제는 소르빈산에게, 변색 방지는 산화방지제에게,

새콤한 향취는 산미료에게 맡겨진다.

우리가 먹었던 그 많은 것들은 식품이 아니라 공업제품이라 부를 만했다.

매실의 탈을 쓴 첨가물 덩어리 매실,

진물이 질질 흐르는 데다 물컹거리는 저급한 명란젓은

첨가물 액에 담가져 투명한 듯 맑고 윤이 잘잘 흐르는 고급제품으로 둔갑한다.


식품첨가물 첨가가 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화학물질을 복합적으로 섭취하는 게 정말 괜찮을까,

또 생리체계가 다른데 동물에 의존해서 나온 안전성 실험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가!

겨우 색소 하나 빼고 나머지 첨가물은 다 들어있는데.

내막 모르는 소비자들이 무색소 명란젓이라고 비싸도 바구니에 담으며 흐뭇해 한다.

화학조미료 나쁘다고 가정 내에서는 줄었지만

식품업계에서는 더 증가하고 있었다. 무차별 남용.

간장이 아니면서 간장인 척하는 모조간장,

된장 아니면서 된장인 척 하는 모조된장,

미림 아니면서 미림, 청주 아니면서 청주,

조작된 소금(미네랄도 없는)에다 식초와 설탕까지 가짜가 있었다.

커피 프리머는 우유가 들어있는 척 하지만 물과 기름의 화합물.


식품첨가물 범벅에 일조한 게 식품업계의 비공개와 사람들의 무지만 있는 게 아니다.

여러 가지의 첨가물을 하나로 묶어 표시하는 일괄표시도 문제고,

표기에서 ‘등’이라는 말은 모든 화학조미료를 대변하며 쓰인다.

캐리오버처럼(모조 간장을 사용한 불고기 양념에는 첨가물 표시가 없이 간장이라 쓰면 된다든지)

표기를 면제 받는 것도 있다.

포장 크기가 작은 경우,

포장하지 않은 제품 또는 매장에서 직접 제조한 제품도 표기로부터 자유롭다.


그러면, 밖에서 사먹는 제품들은 그렇다 치고 주부의 식생활은 괜찮은가?

편의점 도시락은 안 먹고, 컵라면 안 먹고, 라면도 가능한 안 먹고

건강을 생각해서 집밥 먹는다는데,

그 집밥도 결국 첨가물만 놓고 보면 오십보백보.

사먹는 밥만 아니면 된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거다.

우리 애 인스턴트 식품은 안 먹인다면서

과자는 사주고(라면스프나 과자의 맛이나 육수 원액이 같은 뿌리),

우리 집은 화학조미료 안 쓴다면서 시중의 육수 원액은 사서 쓰고.

가짜 간장에 가짜 된장에 가짜 식초에...


맛을 내는 황금트리오인 식염과 화학조미료와 단백가수분해물.

단백가수분해물만 해도 단백질을 분해하여 쓰는 법도 있지만

다른 하나는 강산인 염산을 이용하여 분해하는 방법으로 쓴다고.

또한 이것은 미각을 파괴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간장이나 된장 같은 아미노산이 만들어내는 맛에 오래 전부터 익어왔는데

이 물질을 단백가수분해물의 맛과 착각하는 것.

그 착각은 젊은 층으로 갈수록 심각한.

천연을 주장하고 선전하는 회사제품도 바로 이 단백가수분해물일 때가 흔하다고.

그것이 식탁을 점하고 식생활이 붕괴되고 아이들 입맛이 왜곡된다.


음료의 당류인 액상과당만 해도 혈당치를 올리고 고칼로리로 살을 찌우고.

미각의 왜곡과 당분 과잉섭취, 이런 물질이 남용하며 ‘정성’이란 말이 휘발되었다.

식품은 싸구려이며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정크화 인식이 보편화 된.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다(you are what you eat)!

정성이 담긴 음식은 아이들의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건강하게 하는 것.


이제 어쩌지?

첨가물 박사가 될 필요까지는 없다.

첨가물이란 ‘부엌에서 발견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해준다.

부엌에서 없는 것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라고.

그리고 다섯 가지 제안:

표기 내용을 좀 읽고 사라,

가공도가 낮은 제품을 사라(첨가물을 피하려면 불편을 감수해야지),

먹더라도 알고 먹고 덜 먹기,

가격으로 판단하지 않기(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때도 있겠지만),

의문 갖기(햄버거는 왜 싸지, 명란젓 색깔이 이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포장야채는 왜 늘 싱싱하지?)


부엌에 있는 것들도 재고하기;

드레싱류, 무슨 양념, 소스, 육수니 하는 조미 재료들.

필요 이상으로 채워져 있는 건 아닌가, 그 제품들은 꼭 있어야 하나!

가정 요리의 기본은 가급적 가공도가 낮은 재료를 사서 집에서 직접 조리하는 것.

가공식품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는 일이 식탁의 붕괴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식생활이란 숭고한 것.

음식을 먹는 일은 다른 생명체의 생명을 받아들이는 행위.

음식을 우습게 아는 아이는 생명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식생활 교육은 아이들 정서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부모가 요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그래야 귀한 줄 안다.

나아가 요리과정에 참여시키기, 정답게 얘기 나누면서 말이다.


제조업자들은 이 범벅을 내 가족에게도 먹일 수 있는가 하는 도덕적 기준을 갖기,

무첨가가 품질저하여서는 안되니 연구하기,

식품첨가물 범벅 문제에 제조업자들만 나쁜가?

싼 것만 찾아대는 소비자들 또한 식품첨가물 지지자인 셈.

식료품 구매도 식단도 작은 선택이다.

작은 선택들이 모여 그릇된 식문화가 바꿀 수 있다!


* 한국은 식품첨가물로 허가된 화학물질이 400가지가 넘는다.

  1,800여 가지에 달하는 향로 기초물질은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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