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수행을 끝내고 명상정원 아침뜨樂을 걸었다.

앗,

아고라도 옴자도 여기저기 뒤집어져 있다.

심지어 옴자 사이 깔아놓은 돌들도 헤집어져 있다.

멧돼지의 흔적이다.

아고라 계단 아래는 물이 모이고,

습이 많은 땅에 지렁이며들이 몰려 있으리.

멧돼지들은 그것들을 먹이삼자고 발을 움직였을 게다.

옴자 역시 풀을 매노라면 벌레들이 많이도 살고 있었다.

그 역시 멧돼지가 알았으리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즈음이면 가끔 포수가 멧돼지를 잡는 총소리가 밤에 건너오고는 하였다.

울타리를 치는 방법도 있을 테고, 약을 친다?

호랑이 같은 천적이 사라진 지 오래

개체수가 늘어난 멧돼지는 여러 곳에서 골칫거리라 했다.

아침뜨樂만 해도 그간도 여러 차례 만났던 풍경이다.

학교에서 바위취를 떠다가 아고라 돌계단 아래 늘여 심은 걸

그들이 패놓아 남아있는 게 몇 되지 않고,

달못 아래 숫잔대며 칸나며 수국을 심은 것도 파내 다시 심기도 몇 차례,

돌나물들 파다가 대나무 수로 위쪽으로 옮겨 심은 것들도 다 파놓았던 그들이었다.

먹이를 찾는 그들의 사정도 딱하지만

번번이 이럴 수야 없지,

방법을 찾아야겠다.


학교아저씨가 개똥을 치우고

쌓아놓은 것들을 흙과 섞고 있을 적

대처에 나가 사는 식구들이 들어왔다.

명절이다.

집안 어르신들께 인사를 넣고 용돈도 조금 보내드린다.

학교아저씨도 내일이면 명절을 쇠러 떠나실 테고,

빈 학교에서 더러 명절 인사를 오는 이들을 맞으며 며칠을 보낼 게다.


메일이 들어왔다. 문자처럼 짧은 내용이었다.

‘명절에 물꼬에 들어오시는 분이 계시겠죠.

흐뭇하고

좋은 생각 많이 하는 추석되시’라는.

짧은 글이 때로는 긴 글보다 더 길어 오래 들여다본다.

단순히 추석 인사이기도 하겠지만

속 깊은 그니라 그의 속을 헤아려 보게 된다.

그의 명절을 생각한다.

딸로 며느리로 엄마로 아내로 보낼 명절.

여러 얼굴들을 생각한다, 그들의 명절을.

어디서고 외롭지 않기를.


164 계자를 다녀간 품앗이샘들이 보낸 평가글을 읽는다.

함께 뜨거운 시간을 보낸 이들,

우리가 함께여서 가능했던 시간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고무시킬 수 있는가,

긍정적 변화는 그렇게 일어나는 것일 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들을 너나없이 하고 있었다.

괜찮은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

그래서 서로가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

그것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도 전해졌을 것.

80년대 거리에서 느끼던 민주주의의 대한 갈망 같은 열기를

새삼스레 2019년 이 멧골에서 읽었나니.

나로부터 일어나 투쟁하리라, 우리가 80년 거리에서 불렀던 노래처럼

어쩌면 그런 노래들이 우리를 흐르고 있었으리.

이제는 깃발이 아니라 일상의 이름으로.

고맙다, 나의 동지들이여,

나는 훌륭한 젊은이들과 손잡고 2019년 이 9월을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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