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3.쇠날. 흐리다 비

조회 수 260 추천 수 0 2020.08.13 03:11:34


 

감또개 널린 길.

저녁답에 돌아온 물꼬 마당도 그러했더라.

 

08:45 반짝교무회의.

마침 놀이터에서 1학년 아이들과 놀고 있었더랬다.

1학년 자폐아는 늘 누군가는 지켜보아야 하는.

우리 학급은 본교와 분교 특수교사가 둘 같이 있으니

굳이 내가 안 가도 되겠는.

그네도 타고 정글짐도 오르고 모래놀이도 하는 아이들에게

두루 시선을 나눈다 나눴는데,

모래놀이 하던 윤전이와 미아가 저기서 소리친다.

옥샘, 우리는 왜 안 봐줘요?”

그나저나 교무회의는 또 뭐지?

이 시간 교무회의는 거의 없는 일.

요새는 교사들이 출근도 제 교실로, 퇴근도 제 교실에서 하는 날이 많은 제도학교라

교무회의래야 드문.

그런데, 이 아침부터?

알고 보니 어제 찻자리에서 조율했던 사안을

의논이라기보다 교장샘이 정리해서 전달한 자리였다고.

등교 발열체크의 효율적인 과정이 그리 정리되었더라.

 

숲교실에서는 참나무 잎들과 둥굴레 열매와 자리공 열매가 함께했다.

오후 찻자리에는 여교사 한 분이 내 책을 들고 사인을 받으러 왔더랬는데,

늦게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동안 당신 자신이 없더라는 한탄과

동료들과의 사이에서 받은 상처를 고백했다.

따뜻한 차가 위로이기를,

그저 앞에서 듣고 있음이 위안이기를.

꼭 뭘 해결해주어야 하나,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당신 자신이 길을 알지라.

 

장마로 습하자 제도학교 여기저기 벌레들이 줄이 이었다.

복도에도 교실에도. 화장실은 더 심하고.

학교랑 멀지않은 사택도 다르지 않다.

여러 날 퇴근해서 사택 들어설 때마다

십여 마리 이상의 꼼지락벌레(노랭이?)를 대항하느라 사택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바

학교 방충방역 시 사택도 포함시켜 달라 해야 할세.

오늘은 물꼬로 넘어오는 저녁이지만

달날이면 또 사택으로 들어가야 하니.

오늘도 아들이 제도학교로 와 동행하여 물꼬로 동행한 쇠날 퇴근길.

하다샘과 기락샘과 준한샘과 학교아저씨와 저녁밥상에 앉다.

 

달골은 주중에 창고동 앞의 요정 셋이 지켰다; 은동이 금동이 끝동이.

요정의 나라 같이 달골은 시간이 없다고들, 시간을 모르겠다고들.

달골은 꼭 다른 세계 같은 느낌을 주고는 한다.

이곳은 훗날 물꼬의 거점이 될 게다.

아래는 낡은 학교를 임대해서 쓰기 20년이 넘어 되었다.

오래된 살림을 건사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요 몇 해 계속 달골로 살림을 합치는 길을 모색 중.

 

물꼬에 왔으니 물꼬 일들에 집중하는 주말이라.

9월에 있을 한 중학교의 전교생 대상 예술명상 수업을 어찌할까 논의 중.

가을학기 중 두 달 동안 수업을 가느냐,

물꼬로 아이들이 와서 집중해서 나흘에 걸쳐 내리 하느냐.

아이들이 오는 상황이라면

온라인대학들이라 하다샘도 붙을 수 있겠다고도.

혼자 점주샘을 염두에 두다. 친구 잘 못 둔(그가) 죄로다가. 물어봐야겠네.

 

가마솥방에는 선정샘이 보낸 종합선물세트가 와 있었다.

물꼬에 두루 필요한 문구들이 어쩜 그리 살뜰히 살뜰히 담겨있던지.

- 이 종합선물세트는 뭐임:)

 와, 진짜 종합선물이어요~

- 그 정돈 아니지만

 연어의 날 가기 전부터 생각햇던 것도 있긴 했어요.

나는 자주 그로부터 마음씀을 배운다.

물꼬는 그런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나아진다고 느끼는 곳이 된다.

물꼬, 참 좋다!

 

늦게,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 작고 소식을 듣다; 지난 달 25.

몇 해 전(2016년이었네) 신영복 선생을 보냈고, 이어.

바라보고 걷던 스승을 또 한 분 보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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