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5.물날. 비

조회 수 307 추천 수 0 2020.08.13 04:30:58


 

계자 준비 주간.

아침뜨락을 걷고.

달골 느티나무삼거리에 사이집 들어오는 곳에 세워둔 목책 옆,

작은 물화분 놓았고,

거기 아침뜨락의 밥못에서 가래와 네가래 두어 뿌리 뜯어와 넣었다.

느티나무삼거리의 아침뜨락 지느러미길이 시작되는 곳 양쪽에 있는

커다란 물화분 속에선 수련이 자리를 잘 잡았다.

날은 환한데 비가 시작되더니 정오를 지나면서 제법 굵어지고

여전히 밝은데 줄기차게 내렸다.

저녁답에야 그은.

 

여태 했던 계자 준비 과정의 차례를 다르게 해보고 있다.

아이들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고,

너무 몰아서 계자 전부터 엄청난 체력을 썼기에.

예컨대 부엌 청소는

계자 직전에야 냉장고 정리와 장을 보고 들어오는 일을 같이 엮었더랬다.

그걸 한 번에 하느라 엄청나게 몸을 써야 했던,

또 속도를 내느라 장을 보는 일만 해도 엄청 달리면서 해냈던.

마지막 하루 이틀 전의 각 가정으로 하는 전화는,

시간에 밀리니 결국 왔던 아이들네는 안 해도 괜찮은 전화가 되고는 했다.

그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열셋이 온다면 딱 그만큼의 아이들이 와야 할 맞춤한 까닭이 있을 게다.

양 부모(계자에선 물꼬도 한 축이 되는. 그래서 부모가 되는)가 서로 잘 소통하고 있다면

아이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혹 도울 일이 있다면 더 잘 도울 수 있잖겠는지.

해서 오늘 통화하는 날로 잡았다.

저녁 밥상을 물리고서야 하느라 금세 밤 10시에 이른.

세 가정은 내일로 넘겼다.

물꼬에 두 차례 이상 왔던 아이들이 남았다.

 

책상 앞에 앉아 처리할 일들을 하고

밀린 기록들도 챙기고,

눈이 아플 쯤 달골 사이집 잔디밭의 풀을 뽑았다, 한 손으로 우산을 잡고.

사이집 마당 한켠 무너져 내린 곳에 물길을 잡아주기도 했다.

장비가 들어와야 제대로 수습이 될 것이나

그 전에 오는 비를 대비해두어야.

중북부에서 물난리가 대단하다는 소식이 들어온다.

인명피해까지 있다는.

이곳은 안전하다는 말이 너무 이기적인가 싶다가

들어올 아이들과 어른들한테 안도의 말이지 싶어 전한다.

물난리도 눈사태도 태풍도 어렵지 않게 지나온 지난 시간들이었노라고.

산마을 한가운데 자리 잘 잡은 학교.

 

교무실 정리 하는 날.

이번 학기 주중에는 제도학교에서 보내느라

쓸 일 많지 않았던 공간이었다.

게다 여기저기 물꼬로 보내졌던 물건이 채 부려지지 못하고 쌓여있기도.

주말에 물꼬에 들어와서는

주말 일정을 돌리느라 교무실 공간에 머문 게 불과 얼마 되지 않았던.

계자에서는 상담실로 보건실로 샘들 반짝모임 공간으로도 쓰이고,

움직임에 걸리적거릴 교실 물건들이 컨테이너 창고 속과 교무실로 들어오게 될.

그러니 규모 있게 물건들이 자리를 잡자면 더욱 먼저 정리가 돼 있어야 할.

걸레 여섯 개를 빨아와 접어가며 여러 면을 다 쓰고도

다시 두어 차례 더 다 빨아와 닦아야 했다.

 

제도학교의 방학식을 끝내고 물꼬로 돌아온 걸음을 아는 이들이

인사차 물꼬로 소식들을 보내오는 가운데

물꼬 샘들과도 주고받은 문자가 여럿이었던 하루.

계자를 꾸릴 샘들한테 약간의 조율 상황이 필요했던.

코로나19 아래 우리 다 자유롭지 못하니까.

얼마 전 한 대학의 학과 사무실에 학부모가 전화를 해서

방학 중에 학과 차원으로 진행하는 모든 답사 및 교육활동을 중지하지 않으면

대학본부에 알리겠다 하여

학과에서는 방중 활동에 대한 중지 권고를 내렸고,

해서 진행 중이던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

이번 계자에 함께하는 이들도 대상자가 있어

갑자기 품앗이샘 셋이 빠지고 바로 또 다른 샘들이 자리를 채워야 했던.

고맙게도 기민하게들 움직여 상황을 정리하다.

그리하여 이번에 줄 수 없었던 새끼일꾼 자리도 내줄 수 있게 되기도.

고맙고, 참 신비한 물꼬 식구들이라.

내일은 계자 준비위로 태희샘과 하다샘이 결합,

모레는 밥바라지 1호기 정환샘도 일찍 들어와 합류한다.

 

작년 8, 계자 있는 주말을 빼고 세 차례 열었던 멧골책방을

올해는 없냐 물어들 왔고,

8월 마지막 주 12일로 연다 누리집에 알리다.

9월에는 셋째 주에 여느 달처럼 수행모임인 물꼬스테이를,

넷째 주에 하는 주말학교(혹은 빈들모임인)는 집중상담을 주제로 열까 한다.

 

세계 생명공학의 첨단에서는 노화를 치료가 가능한 일종의 질병으로 본다고.

현대 의학이 지금까지 발견한 가장 확실한 노화 방지법;

조금 더 엄격하게 먹을 것을 고르기,

육류와 유제품, 설탕을 덜 먹고,

채소 콩 통곡물 섭취량을 늘일 것.

적게 먹기: 영양적인 위기가 오지 않을 정도만 먹는 것이 체내 기능을 활발하게.

건강식이라 부르는 가공되지 않은 음식도 많이 먹는 것은 피하기.

땀 흘리는 고강도의 운동을 하면 몸에 피로와 결핍을 가져와

DNA 속 생존 회로가 활성화 되어 텔로미어를 유지시킨다고

(* 텔로미어: 염색체 끝부분을 보호하는 덮개.

세포분열을 거듭할수록 짧아지고 짧아질수록 노화가 일어난다는)

- <노화의 종말: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에서

 

노화라는 질병을 이겨내 각종 치료와 병원에 의존하며 단순 연명으로 내 삶을 이어가지 않기를.

 

166계자에 참가하는 수범의 엄마 수진샘, 우리밀로 만든 과자를 보내온다는.

부모들은 그렇게 마음을 더하고 더해서 물꼬로 보낸다.

계자는 안에서 움직이는 샘들 말고도

바깥에서 보내오는 여러 손길들도 흐름을 돕는.

 

아침뜨락에는 아침뜨락이 예뻐지고 있는 중입니다라는 안내판을 걸어주었다.

창고동 남쪽 현관에 붙은 창고동을 닫아거는 기간을 알리는 안내문도

물에 젖고 낡은 것을 바꿔주다; 겨울 90일 수행 동안(11.15~2.25) 닫아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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