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

이러니, 이러니, 고맙다는 말이 절로 아니 날까.

새벽부터 비가 멎었다.

준비하기 편하란가 보다 하고 바깥에서 걸음을 쟀다.

아직 구름이 완전히 걷히지는 않아,

아직도 비 많다는 소식 계속 전해져,

아이들 들어오는 시간만이라도 하늘에 참아주었음 바랐는데.

비로 미처 잡지 못한 풀도 널린 채 166계자가 왔다.

아이들 수가 많지 않아 샘들의 수가 적은 건 아닌데

공간이 낡고 넓어 객관적으로 필요한 인력이란 게 있으니

역시 걸음들을 종종거려야했다; 물꼬는 man power로 움직인다(하다샘)

그은 비, 고맙게도 하루 종일 긴 숨통의 날이라.

멧골 살림에서 자주도 그러하지만 계자에서 더욱 하늘 고마운 줄 알고 산다.

물꼬에 일곱 번 왔는데, 물꼬 날씨의 매직을 봐서...”

수범의 엄마 수진샘이 그랬지.

날이 좋았다. 무척 신기했다. 햇빛에 땀이 났다. 며칠 해를 못 봤었는데 운이 좋았다.

비가 안 와서 준비가 수월했다.

천막 및 의자 깔기, 책상 옮기기 등 비가 왔으면 온몸이 젖었을 것이다.’

(새끼일꾼 현진 형님의 날적이 가운데서)

 

마을 주차장에는 이미 여러 대의 차가 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시절, 때가 때라 만나기로 한 정오에 대문을 열었다.

한 줄 길게 서서 손을 소독하고 열을 재고.

아이들은 본관으로, 보호자들은 소나무 옆 천막 아래로 안내 되었다.

안에서는 아이들학교, 마당에서는 짧은 어른의 학교.

열 가정이었지만 따라온 동생들과 할머니와 이모까지 스물이 넘었다.

낮밥을 먹을 시간이라 부엌에서 음료와 감자샐러드 샌드위치를 마련했다.

물꼬가 전하고픈 이야기 뒤 무엇이 걱정이 되는가 여쭙고, 질문에 대답했다.

이미 익은 가정이야 얼굴 본다고 왔고,

처음 아이를 보내는 부모님은 얼마쯤의 불안도 안고 왔을.

그 잠깐 나누는 그 이야기가 뭐라고 안심이 된다고들 하셨다.

부모보다 더 잘 돌볼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얼굴을 본다는 건 그런 것.

이 질긴 비의 날들에, 태풍도 온다는 기간에

아이를 맡기는 마음을 살펴 준비한 자리였다.

여느 해라면 영동역에서 만나 아이들을 데려올 터,

여기까지 오신 수고가 있는데 이쯤이야.

멀리서 부모님들이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는데 새로운 광경이어서 더욱 색달랐고

전체적으로 보기 좋았더라지.’(태희샘)

 

달골 아침뜨락을 걸으실 분들을 위해 물꼬 차가 두 차례 오르내렸다.

차에서 내려서자 작은 도랑물에서 뿜어오는 찬 기운으로 벌써 공기가 다른 달골.

아침뜨락을 거슬러 올라 밥못에 이르러서는 연결한 호스로 물을 뿜기도.

음악분수라며 노래도 있어야 한다고 농을 하는데,

그럼 또 노래를 불러드리지.

우리 뭐하는 거임? 저 아래 애들은 계자를 시작하고 있는데!”

마치 아이들이 와 있음을 잊었는 양 집중해서 걸었던.

따순 자리였네.

물꼬는 뭔가를 하고 그냥 사람을 보내지 않지.

느티나무 삼거리에 섰다가 볕을 피해 느티나무를 끼고 늘어서서 마음 나눔을 했다.

조금씩 변해가는 뜨락을 보며 당신의 삶에서도 그렇게 해나가야겠다고도 하고,

내가 뭔가 잊고 있었던 게 있었던 듯하며 생각이 많아졌고도 했다.

짜증이 많은 자신인데 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일어났다고도 하고,

구석구석 아이들을 위해 생각한 공간이 이렇게 잘 짜여 있어 좋다고도 하고,

이 안에 이런 곳이 보물처럼 있어 아름답고 놀랍다고도.

 

비를 뚫고 코로나19도 헤치고 그렇게 모였다,

가시밭길 돌무덤 바위산을 넘어서처럼.

대문을 굳게 닫아걸고 안전지대에서 우리는 마스크를 벗었다.

부모들의 동의가 있었다.

각 가정으로부터 지난 2주 건강체크보고서도 제출(혹은 구두로)되었다.

이 낡고 불편한 곳에 지체장애아도 합류한 도전의 계자.

이번 규모라서 가능한.

아이는 지난여름 하룻밤을 여기서 묵었더랬다.

아비도 어미도 이곳을 알고, 나도 그 아이를 알아 가능한.

이 계자도 이 계자에 모인 모두에게 맞춤하리,

우리 모두에게 각자 이곳이 필요한 시간이라 이리 맞춤하게 모였으리.

지금 몇 시인가요?”

“130분요.”

, 130분쯤 내려가겠다 했는데...”

아이들은 모둠끼리 모여 짐을 정리하고 인사를 나눈 뒤

낮밥을 먹고 쉬면서 안내모임을 하기로 샘들과 이 시간 흐름을 짰더랬다.

 

부모님들을 보내고 대문을 들어섰다.

안내모임’.

물꼬에서 지내는 법; 자유롭게!

이때의 자유는 사이좋은 자유, 배려가 있는 자유, 안 하는 자유보다 하는 자유.

그리고 자신이 판단해서 할 만한 건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안하면 되는.

낙서해도 돼요?”

그럼, 물꼬니까! 못할 게 뭐야?”

민준이가 물었다. 곁에서들 대답했다.

공간 쓰는 법을 안내하고, 특히 뒷간 쓰는 법.

 

잠시 쉬고 큰모임으로 넘어갔다.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아이들에게 하고픈 걸 물었다.

운동장에 불도 피워요!”

, 장작놀이? 그래요, 합시다.”

놀아요, 요리 만들어요, 수영해요, 풍물도 해요, 방에서 뒹굴어요,

만들기 해요, 그림 그리기도 해요, 산에 가요, 연극해요,

베개싸움, 피구, 쉬기, 산오름...

먹고 싶은 것도 많지; 팥빙수, 아이스크림, 화채, 떡볶이, 과일꼬치, 소고기볶음,

해보자, 다 해보자.

먹자, 다 먹자.

아이들의 뜻을 속틀에 그려놓고 166 계자는 꾸려질 것이다.

다음은 여기서 쓸 활동집인 글집을 제것으로 만드는 작업.

저마다 자기 이야기들을 표지에 담았다.

 

두멧길’.

기표샘이 물꼬 수영장을 쓸 수 있는가 계곡을 둘러보러 다녀왔다.

짐작대로 큰물이었다.

우린 두 패로 나누어 마을길을 걷거나 마당에서 물놀이를 하기로.

나가기로 했던 아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어느새 모두가 하고 있는 물놀이였다.

마당에 받아놓은 커다란 물통으로 아예 몸을 던지기도 하고

물 호스를 끌어와 뿌리고 젖고 달리고.

다리가 불편한 수연이도 나와서 호스를 쥐고 현진샘을 향해 물을 뿜었더라.

아이들이 흠뻑 젖었지만 그건 물을 넘어 극락에, 정토에 젖었던!

이 충분한 기쁨들이라니.

떨어지는 건 물방울이었지만 아이들 웃음이 자르르 쏟아지는.

물놀이 뒤 물에 젖은 옷으로 들어온 아이들로 모둠방이 물바다가 되었는데,

6학년 현종이와 채성이가 걸레를 가져와 모두 해결을 하고 있더라고.

새끼일꾼이 하나 밖에 없는 이번 계자에 그들 역할이 또 그리 크겠고,

그 시간을 통해 더욱 성장할 아이들이라.

 

지체장애를 가진 수연이는 특수교사 휘령샘이 맡다.

휘령샘이 샘 학교의 전체출근일인 쇠날에는 빠지니

그때는 역시 또 특수교사이기도 한 내가 손을 이어가기로.

오히려 자신의 할 일이 정해져있다는 게 편하기도 했다는 휘령샘.

노래부르기, 이야기하기, 부연설명하기를 매우 좋아하고 관심 많은 수연이’(휘령샘)

이야기가 풍부해 주위에 모이는 아이들을 즐겁게 했다.

 

저녁밥상을 물리고 한데모임’.

모다 모여 지낸 시간을 돌아보고 제 마음을 나누고

의논하고 알리는 시간.

옥샘이랑 5일 동안 있어서 너무 기뻐요!”

서윤이가 말했다.

제도학교에서 같이 보낸 시간이 있어 지금은 옥샘만 알지만

곧 물꼬의 다른 샘들이 있어서 더욱 기쁘단 걸 알 것.

여기서 5일 동안 보낸다는 건 정말 행운인 것 같아요!”

태양이었다. 역시 제도학교 지원수업에서 맺은 인연이 여기까지 이른 것.

수범, “아무튼 좋아요!”

아는 게지. 아무래도, 어째도 우린 좋을 것을.

그의 지난 계자의 경험들로부터 온 대답.

 

대동놀이’.

오느라 고단했으니 대동놀이는 내일로 몰아 놀기로.

이미 낮에 물놀이로도 엄청 뛰어다닌.

모둠 하루재기를 끝내고 씻고 들어오자

방마다 샘 하나씩 잠자리 맡에서 동화책을 읽어주고.

 

샘들 하루재기’.

완벽한 하루였다,고들 했다. 그럴 만했다.

정환샘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남주가 여주를 위해 카펫을 깔던 순간처럼

샘들이 판을 벌이자 그곳으로 아이들이 걸어왔다던가.

부엌이 안정적이면 계자가 다 안정적이라 할 만치 밥은 중요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노는 것, 그거 말고 아이들과 뭐가 그리 중요할 꺼나.

대단히 가르치지 않아도 배움은 그들의 호기심 안에서 자연적으로 얼마든지 일어날 거라.

책방에서 끊임없이 책을 읽기도 하는 걸.

정말 맛있는 정환샘의 밥,

그럴 수 있도록 무엇이 어디에 필요한지 알고 딱딱 놔주는 기표샘.

물꼬에 들어오는 우리 아이들이 무사히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준 하늘에 무한정 감사드리는 마음이었다는 정환샘,

모든 것이 좋았다는 말 외에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는 하루였다.

“‘좋은은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 몫을 해내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항상 새기면서 살아야겠다

생각도 했다는.

아이들, 샘들 모두 적었지만 적은대로 잘 흘러가서 놀라기도 했고,

계자 시작 전 가능하겠지?’의 물음표가 가능하다의 느낌표로 바뀐 하루였다.”(태희샘)

좋은 동지들과 같이 일하는 기쁨은 또 얼마나 크더냐.

그것도 따뜻한 물꼬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말이다.

그 안에 166 계자 아이들이 담겼다.

정토와 천국, 우리들의 새로운 나라가 여기!

아이 열넷에 어른 열(새끼일꾼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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