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마른 날은 아니어도 비는 그었다.

날씨를 잘 타고 아이들과의 일정이 흘러야 할 터인데...

소나기 몇 차례는 기본이겠거니 했지만 아주 짧게 두어 차례만 지난 날,

화창했다 라고는 쓰지 못해도.

우리들도 몸 좀 말렸네.

 

교무실을 나서면 아이들 방을 먼저 들여다보고,

공간마다 밤새 별일 없나 살핀다.

책방을 들어서며 깜짝!

그 이른 아침에 채성이와 현종이가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책방은 계자에서 늘 한데모임의 빼놀 수 없는 주제라.

뽑고 읽고 꽂자 하지만 그게 어려운.

그예 책방을 한 번 닫아봐야 한다는 말도 솔솔 나왔다.

그래서 어제 나온 의견은 일단 초기화시켜서 다시 해보자고,

그럼 누가 정리를 하느냐 물었을 때

일찍 일어난 사람들이 해보자고.

그리고 이 아침 두 형아가 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같이 좀 하지.”

방해만 돼요.”

좁은 공간을 정리할 땐 그렇기도 하지.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책방을 열 수 있었다.

잊지 않고 그걸 하는 아이들이 이 아침 또 나를 가르치나니.

 

고래방에서 어른 해건지기.

물꼬의 새끼일꾼들을 보며 자기도 중학생이 되면 새끼일꾼이 되리라 꿈꾸는 채성이,

물꼬 교감이 되고 싶다고 노래불러왔다.

(지난 여름 이후 교장은 포기했다고. 교장은 단식도 해야 되더라며.)

‘“새끼일꾼이 되려면 이것도 저것도 해야 하는데 괜찮아?” “당연하죠, 전 다 잘할 수 있어요!”

나는 지금 채성이가 그토록 바라는 인가? 하고

나를 그런 존재로 알아주어서 눈물이 나도록 그 아이에게 고맙고 고마웠다.

좀 더 움직이고 마음을 내자고 생각하며 절했다.’(휘령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마음결 고르기와 감사와 결의와 기도와 몸 훈련이 함께하는 시간이라.

샘들이 하루흐름을 숙지하는 시간이기도.

어느 날보다 개운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명상을 할 때는 들을 수만 있다 보니

소리가 많이 들렸는데 온갖소리에 대한 상황이 상상되어 집중하기 어려웠다.’(새끼일꾼 현진 형님)

새끼일꾼들에게도 공부가 참 많이 되는 계자라.

 

오늘 아이들의 해건지기는 첫째마당 몸풀기, 둘째마당 명상,

그리고 셋째마당은 달골 아침뜨락 오르기.

슬리퍼나 젖은 운동화를 신고 나온 아이들이 있다.

달골 오름은 내일 산오름을 예비하고 연습하는 길.

하다샘이 숨꼬방으로 가 물꼬 신발 상자에서 현종이 서윤이 신발을 찾아 신겼다.

물꼬 기숙사가 있는 달골 대문 들머리 도랑에서 후욱 찬바람 일어 아이들이 깜짝 놀랐다.

땀 삐질삐질 오른 끝에 도랑에서 뿜어내는 시원한 바람이 준 반가움이라.

휘령샘이 수연이를 업고 올랐다.

지느러미 길을 지나 동쪽 들머리를 올라 감나무 아래 서자

아침뜨락이 예뻐지고 있는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맞았다.

옴자를 지나고 실개천을 만들고 있는 대나무 수로에서 손도 적시고

아고라에 이르렀다.

말씀의 자리에서 잠시 몇 마디 나누기도.

다시 일어나 달못의 벙그는 연꽃을 보고 돌계단에 걸터앉아 멀리 마을을 내려다보고

(학교는 나무에 온통 잠겨버린),

아가미길을 걸어 미궁에 이르렀다.

대나무기도처도 한 사람씩 들어가 하늘이랑 만나고,

미로를 한바퀴 걸어 들어가 한가운데 느티나무를 만나고 다시 돌아나왔네.

밥못에 이르러 약식 분수도 살짝 뿜어주었더라.

그리고 꽃그늘 길을 걸어 룽따 날리는 아래로 뜨락을 빠져나왔다.

아침뜨락에서 휘령샘과 수연이가 손을 맞잡고 걷는데,

마치 아기가 뒤집기를 하는 순간과 같은 설렘과 아름다움이 느껴졌습니다.’(수연샘)

 

물꼬 30주년 기념으로 아침뜨락 가장자리의 측백나무를 분양했다.

133그루 가운데 100그루를 채웠고,

다시 33그루를 분양하는 중.(분양이라지만 측백을 패 가는 건 아니고 사실 후원인)

어딘가 내 나무 하나 자라는 일은 좋은 일.

이미 측백을 분양받았던 아이들도 있어 넌지시 알려도 주다.

아침뜨락을 빠져나와 느티나무 삼거리에서 모두 빙 둘러서서

동쪽을 향해 바램을 담아 섰다.

모두 꿈을 이루시라.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할 때도 자신의 길을 가라.

그리하여 마침내 바라는 그곳에 닿으시라.

 

아이들이 달골을 나설 무렵 빗방울 몇,

아하, 고마워라, 그렇게만 지나는 비이구나.

무슨 날씨가 이리도 166계자의 흐름을 돕는다누.

현진 형님을 앞세우고 아이들이 서둘러 내려간 뒤로

이번에는 수연이를 내가 업고 걷는다.

내리막길이라 아무렴 맨날 다니는 사람이 덜 힘들테니.

수연이가 등 뒤에서 그랬다.

엄마가, 가족들이 좀 보고 싶지만 여길 떠나고 싶지 않아요.

여기 오기 전에 왜 나만 못 가냐고, 못 가냐고 울었어요. 그런데 와서 좋아요.

저는 물꼬가 참 좋아요. 집에 가고 싶지 않아요.’

 

마지막 손풀기.

166 계자의 손풀기는 역대 최강이었다.

크게 그립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립니다, 말없이 그립니다.”

다시 안내를 곱씹고.

그림 연습이고 마음 키우기이고 관찰이고 예술활동에 대한 쉬운 접근이고

그리고 적어도 나는 그림 못그린다는 말은 않게 되는 시간이라.

엄청난 명상이라는 소문에

오늘은 앞서 참여해보지 않았던 현진 형님이 들어와 구경하다.

아이들의 집중력에 놀라고 말지. 잘 그린 그림에도.

 

보글보글 2.

두 패로 나뉘어 만두를 빚고 구워먹거나 쪄먹거나.

강 건너 만두집에는 채성 현종 수연 현수 현준 승연 세영이 휘령샘과 수연샘과 모였다.

무엇이 필요한가 생각해보고 배식대에서 장을 봐와서

반죽팀과 만두소패로 나누어 분업하다.

현준이는 다른 남자아이들이 여길 신청한 줄 알고 잘못 들어왔는데,

처음에는 이 모둠을 선택해서 후회했지만 결과물을 보고 잘 들어왔다고 생각했단다.

채성이에게 칼질을 가르쳐주며 양파를 요리사처럼 써는 현종,

신나게 소를 섞는 채성이와 현수,

현수는 한 번씩 만두소를 집어 먹는 것도 잊지 않는다.

만두피를 아주 얇게 미는 수연,

자꾸 이름이 불렸지만 재밌는 모양들을 마구 쏟아내 발명가 같았던 현준,

피곤하다고 하며도 쉬러간 승연(열이 나기 시작했던)

동네 후덕한 아줌마 하나 와서 수다를 떠는 것 같은 호호아줌마 세영이가

계속 그를 들먹이며 만두를 챙겨 가져가 주기도.

 

수범 세준 연흠 지윤 태양 서윤 민준이는 철길 옆 만두집에서 정환샘 현진샘과.

현진 형님은 남은 체력을 모두 소비했던 시간이라지. (마친 뒤 장렬하게 전사, 1시간 뒤 살아나다.)

수범 지윤 민준은 칼을 하나씩 들고 양파와 파 다지기.

수범이가 파를 썰 때 충분히 이리저리 가지고 놀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조용히 파를

잘 썰었다. 어쩌면 내가 수범이를 너무 치우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했고 그러지 말자라는 생각을 했다. 이때 옥쌤이 해주신 말이 기억났다. 나는 이 친구의

일생 중 한 순간만 보고 판단했던 것이었다!’(현진 형님)

만두피를 얇게 얇게 밀고, 저마다 원하는 모양으로 만두 빚기.

반죽으로부터 멀리 있어서 매번 왔다갔다 번거로웠지만 불평하지 않는 세준,

우리 세준이는 정말 불평을 모르는 아이.

연흠이는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본다.

서윤이는 창의력의 집약체 현준이가 만든 만두를 따라 해보고,

태양이도 저 원하는 모양을 만족스럽게 빚는다.

지윤이는 보글보글 내내 친구들이 이해하기 쉽고 기분 나쁘지 않게, 예쁘게 독려하면서

아이들과 정리를 도왔더란다.

 

이래서도 또 특별할 166 계자라.

새 소파가 들어오다. 새 건 아니고, 물꼬에 새로 들어왔다는 의미에서.

현종이가 옮기는 소파에 손을 보태면서 그랬다.

물꼬랑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퍽 고급스런 소파.

요 얼마동안 두루 소문을 내고 있었다,

어디 아직 쓸 만한데 버려지는 게 있다면 소식 주십사 하고.

무소식이라 1인용 소파의 낡은 천만은 166 계자를 준비하며 새로 덮어주리라 했고,

계자 준비위가 돌아갈 때 그것부터 했다.

그것만으로 꽤 환해졌지만,

아직 1인용 4개와 2인용 소파가 오래고 낡은 채 남아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가죽소파를 만들어 파는 곳에서

마침 새 소파를 넣어주며 옛것을 실어내온 거라.

자로 두 덩어리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인데

덩치가 너무 커서 일자형 쪽만 들여야겠다 생각했다.

도로 보내기 너무 아깝다고, 한번 넣어보고 정히 부담스러운 크기라면 그때 꺼내자고들.

그런데, 어라! 딱 그 자리에 맞춤하더라.

현종이가 트럭에 올라가 실려 있는 소파에 걸레질을 하더니

들이고서도 얼룩을 닦아냈다.

소파를 실어온 준한샘이며 남자샘들이 붙어 소파를 옮겼지, 복도 문짝을 떼 내고, 책방 문짝도 떼어내고서.

마침 구들더께 시간이었다.

어쩜 이런 것도 이리 맞춤한 시간에 왔다니.

 

구들더께’.

방 구들에 찰싹 달라붙어 뒹굴거려 보는. 어디서고 어디서나.

계자 준비위부터 내리 여러 날을 열일한 태희샘,

드디어 에너지 고갈되어 오전에는 다른 샘들한테 일정을 맡기더니

구들더께 내내 가마솥방 일을 돕고 저녁 밥상의 미역국도 끓였다.

초등 계자로 시작한 태희샘의 물꼬 이력인데

이 친구가 밥바라지로 해주는 미역국을 먹는 날이 오다니.

서윤이는 그 미역국을 세 그릇이나 먹고도 또 왔길래 말렸다.

이래서 정환샘이며 사람들이 비 오듯 땀이 흐르는 여름에도 밥바라지를 오시는구나 싶더라지.

정환샘, 샘들이 부엌에 들어와 한 번씩 이렇게 국이나 찌개를 준비해도 좋겠더라고.

, 계자가 그런 시절도 있었다. 모둠에서 때때마다 밥을 해먹던.

국이나 찌개 하나는 끓이는, 중앙에서 밥은 해주고 반찬도 주고.

밥바라지 체제로 돌아간 후론 보글보글방이 생겼는데,

부엌에서도 샘들이 하나씩 그리 해도 좋으련.

책방에서, 방에서, 가마솥방에서 구들더께 한창일 때

수범 태양 서윤이 복도와 책방을 경주마처럼 뛰어다녔네.

그예 수연샘한테 한소리를 들었지,

모둠방 이쪽에는 승연이, 저쪽에는 하다샘이 누웠기에.

물꼬에서의 자유는 사이좋은 자유, 배려가 있는 자유, 그리고 안하기보다 하는 자유라.

확 놀아주고 확 쉬어주는 그 물꼬의 고유한 흐름이 오늘 잘 나타났던 거 같습니다.’(수연샘)

 

모둠이 둘 밖에 안 되니 설거지도 자주 돌아온다.

식탁을 닦고 의자를 올리고 가마솥방을 쓸고

한 사람이 세제로 닦으면 다른 사람이 물을 틀어놓고 헹구고

또 한 사람이 그걸 바구니에 엎고.

그런데 현수가 의자에 머리를 부딪혀 혹이 났다.

엄청 아팠을 텐데, 많이 놀랐을 텐데 꾹 참고 크게 울지 않았다.

여러 차례의 수난이 있었던 현수였다.

큰 상처가 아니긴 해도 글루건에 데이고, 칼에 베이고, 의자에 머리를 찧고...

작은 몸집으로 이 거친 환경에서 적지 않은 부대낌이 있을 것을

얼마나 즐겁게 이 순간순간을 즐기는지.

얼음마사지를 해주고 상황을 살폈다, 혹 구토라도 하지 않는지 하고.

특히 자고 나면 어떤가 들여다보기.

 

밥상머리 공연.

서윤이와 연흠이가 수연샘의 피아노와 함께.

서윤이는 목소리를 찾았다. 투명하고 맑은. , 천상의 소리라 할.

무엇보다 그제 첫 공연의 실패를 딛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연흠이도 결코 밀리지 않는 노래였지.

오늘 밥상머리 공연이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서윤이와 연흠이가 부르는 노래소리가 너무 절묘하게 잘 어우러졌습니다.

서윤이가 앞으로도 위축되지 않고 노래 부른 것을 즐기는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겠습니다.’(정환샘)

위축되지 않을 서윤이일 걸요!

 

한데모임.

물꼬 노래집 <메아리>를 뒤적여가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노래들을 불렀다.

손말도 익히고.

오랜만에 신아외기 소리를 부르니까 속이 정말 뻥 뚫리는 것 같았다.’(태희샘)

노래는 우리 어른들도 위로하다마다.

오늘 아침 다시 처음처럼 준비된 책방을 열었으나 다시 책은 눕히거나 바닥에 놓이거나.

우리는 왜 잘 꽂히지 않는지 원인을 분석했고 조건을 개선도 하였으나

잘 되지 않았던.

결국 내일 저녁 때건지기까지 책방을 닫기로 했다.

모임이 아주 길어졌다. 내일 산도 가야는데...

오늘 대동놀이는 내일 산을 다녀와서 대동놀이 시간을 두 배로 하기로!”

 

아이들의 체력이 떨어진다.

날이 내내 좋지는 않았어도, 그래서 바깥활동이 많지 않았어도

걷는 법이 없는 아이들이라,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의 불편한 곳에서의 삶이라.

식당도 멀고 해우소도 멀고, 기본적으로 움직임이 많은 곳.

습으로도 몸이 편치 않을 수도 있는.

현종이는 목감기를 앓아 기침을 하면 가슴이 아프기까지.

오늘은 좀 낫다고 했다.

현수가 잠깐 배가 아프다 했으나 쓸어주고 매실꿀차를 마신 뒤 괜찮아졌다.

승연이가 늦은 아침부터 열이 났다. 다른 증상이 있는 건 아니고

일어나면 머리만 어지럽다 했다.

코로나19, 때가 때라서 긴장했는데 다행히 열이 가라앉고 있다.

오며가며 살피고 죽을 먹였다.

앞서의 두 계자에서도 사흘 지나며 고단해했는데, 체력을 좀 길러야겠는 걸!”

수연이가 응가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언니 지윤이에게 물으니 워낙 적게 먹고 집에서도 잘 안 간다고는 했다.

오늘 즈음엔 가주어야지 않나, 왜냐면 밥을 잘 먹고 있으니, 살펴보고 있다.

태양이가 설사를 했다. 배는 아팠다 안 아팠다 했고,

점점 그 간격이 멀어져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처지진 않고 활동을 다 하고 있어서도. 누워있질 않으니.

생약성분이 든 약을 멕였다. 조금 가라앉고 있다.

태양이는... 첫날부터 하도 샘들 입에 자주 올라

오히려 그 친구 이야기만 기록하게 될까 밀쳐야 할 정도였다.

수연이를 누구보다 잘 챙기고 감정이 풍부한 친구.(...) 마음씨가 참 예쁜 것 같다.’(9. 태희샘)

연흠이와 현수를 정말 많이 챙기고(...) 감자를 강판에 가는 것을 보고 조심하라고,

샘 다치면 속상해서 보고 싶지 않다고 진심어린 걱정을 해주고...’(10, 수연샘)

곁사람을 살피고 걱정하고 돕고...

도대체 저이 부모가 누구인가 궁금할 만큼 결 고운 품성으로그리고 그 환한 웃음으로

우리의 마음 주름을 펴게 하는 그가 누워버렸다면

복도의 밝기가 달랐을 것.

물론 애정이 많아 잔소리가 또 많기는 하다, 하하.

그나저나 태양이는 겨드랑이 땀띠로도 고생하고 있다.

오늘은 순한 쿨팩을 붙여주고 잘 때도 팔을 좀 벌려놓고 나왔다.

지윤이도 살짝 설사를 했다는데.

열이 나거나 다른 데가 불편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불한해 한다, 코로나19 아닌가 하고.

원래 잠자리 바뀌고 음식 바뀌면 그렇기도 하다고, 고단해서 그렇다고도

이것저것 의대를 다니는 하다샘이 설명해주다.

 

샘들 하루재기.

오늘 내내 나의 잔일들을 도와준 현종, 채성에게 고맙다.

밥상을 봐준 일, 설거지에 바로 참여해준 일, 같이 즐겁게 공기놀이를 한 일...‘(휘령샘)

설거지나 청소, 열린교실이나 보글보글, 사이사이 전이시간까지... 현종이의 작은 손길들이

큰 영향력을 만들어냈습니다. (...) 이번 계자의 숨은 공신.’(수연샘)

안에서, 밖에서 물꼬를 생각하고 도우려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정환샘)

내일 움직임 짜기로 넘어간다.

코로나19, 물이 분 계곡, 지체아도 참가한 계자, 서넛 아이들의 몸 상태,

변수가 많다.  

일단 김밥은 쌉시다. 내일 아침 날씨 상황, 아이들 상태를 보고 결정합시다.” 

산은 간다. 다만 어디로 갈지, 어떻게 갈지는 내일로 미룬다.

다음 일은 다음 걸음에! 

샘들은 늦도록 등산가방에다 약품과 화장지, 여벌 옷이며들을 챙겨놓고 잠자리로 가다.

이런 순간 품앗이 희중샘을 그리워하지.

계자마다 꼼꼼하게 우리들의 행동반경과 위치를 그리며 가방을 싸주던 샘이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적고 샘들이 짱짱하니

자신이 굳이 무리하게 붙지 않아도 되겠노라고 했다.

먼 길도 먼 길이지만 자영업을 하는 그에게 일주일은 어마어마한 시간이었으니. 


정환샘이 잠시 비운 틈에 부엌을 차지하고

행주들을 삶고 물컵과 수저를 뜨거운 물로 부시다.

긴 장마 끝, 아직도 비 오고가는 시간, 혹 아이들 탈 날까 하고.

한밤엔 아이들 뒷간을 꼼꼼하게 구석구석 걸레질하고 소독을 한다.

쾌적하기까지 어렵더라도 덜 불쾌하라고, 할 수 있는 만큼은 하기.

, 세탁기 앞의 하얀통의 세제 둘.

저건 언제 들어온 것인가.

얼핏설핏 보여 뭐 있겠거니만 하고 지나다 오늘은 사람들을 붙들고 물어야겠다 생각.

아마도 166 계자 학부모인가 보다.

누구신가요?

고맙다. 늘 이곳을 살펴주는 살림들로 물꼬 삶이 이어지는.

 

휘령샘이 내일 저녁버스로 돌아가고, 세인샘이 낮버스로 들어와 그 자리를 이어받기로 한다.

세인샘이 오기로 하고나니 그만 온 걱정이 사라진다.

물꼬의 기적은 물꼬의 오랜 삶과 함께 변함없이 이어져왔다, 대표적으로 날씨부터.

다리가 불편한 수연이에게 전담교사가 붙기로 했고,

휘령샘이 그걸 했던. 이어 옥영경이 붙기로.

그러자면 아무래도 아이들을 전체로 다 보는 게 쉽잖겠지.

세인샘은 늘 이곳에 딱 그렇게 손이 필요할 때 구원투수처럼 등장한다.

스트라이크 셋으로 단숨에 타자를 바로 잡아버리는.

 

긴 장마였고,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장마라.

코로나19도 코로나19이지만 건강을 특별히 돌보아야 할 때.

아이들을 더 세심하게 살펴본다, 병원행도 쉽지 않을 요새라.

약상자를 다시 정리하고, 부엌으로 가 약용으로 쓰는 몇 가지 것들도 손이 잘 닿게 다시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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