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해바라기 심어놓고 길 만든다 그랬는데..."
'대지미술'을 다루며 연이샘이랑 하던 얘기를 맨 먼저 떠올렸지요.
아이들에게도 연이샘 소식을 전했더랍니다.
지리산 갈 적에도 보고 싶어하던 아이들이지요.
"연이샘 부모님이 많이 슬펐을 것 같아요."
좋은 세상 가시라 눈을 감고 마음 같이 오래 모았더이다.

'첫만남'이 있는 달날 아침이지요.
단지 청소에 불과한 시간이건만,
참 달라요.
아이들 꼭 툴틀대거나 턱턱거리는 일이 전혀 없는,
뭔가 더 따듯하고 평화로운 시간입니다.
같은 일이라도 달리할 수 있는 거지요.
이 시간이 우리를 환하게 합니다,
구석구석 털어내리고 걸레질도 하고,
한 주를 또 그리 문 엽니다.

한글날이 어제지요.
그 날 아니어도 우리가 쓰는 말을 통해 우리의 존재를 잘 살펴보려는 이곳입니다,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는 언어학자의 주장처럼.
교사가 가진 국어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또 대학의 다른 학과보다 국문과를 나온 것이
교사에게 다른 어느 것보다 좋은 바탕일 거란 생각을
아이들 통합교과 공부할 때 많이 하지요.
날적이에서 잘 틀리는 말들을 모아 하나 하나 짚어보았습니다.
"채은이 누나지요?"
아이들은 어느새 저들 글쓰는 꼴새를 읽고 있습디다.
"저요!"
먼저 고백도 하고.
그건 자기가 쓴 글을 자기가 의식할 수 있다는 걸 뜻하겠지요.

추수를 끝내고 콤바인이 나온 논에 아이들이 들어갔습니다,
밀레의 이삭줍는 풍경처럼.
콤바인 바퀴에 눌린 이삭도, 콤바인이 놓치고 지나간 이삭도
아이들이 죄 주웠습니다.
빠알간 고추와 수수, 들깨 참깨가 널린 마당에
벼도 자리를 크게도 잡았습니다.
올해는 흐린 날 많아 마지기당 한 가마는 덜 나온다(유기농)고들 하는데...
우리는 한 마지기를 더 늘여놓고 지난해보다 두 가마 반 더 거두었지요.
해서 올해는 닷 마지기에서 열일곱 가마를 얻었습니다.
담 따라 쌓인 장작더미, 가득 찬 김장독, 그리고 들어찬 쌀 도가지...
예, 우리 마음, 보름달보다 더하다마다요.

전기공사 시작했습니다.
영동의 경성전기 정구복 대표님이 도와주시는 일이지요.
두 기사가 와서 사흘 쯤 일을 한다 합니다.
요새는 그렇다네요, 문제가 생기면 땅으로 전기를 흘려보낸답니다.
학교며 사택들, 그리고 조릿대집과 곶감집에
튼튼한 전깃줄과 차단기, 콘센트(접지형으로)를 갈고 있습니다.
낡아 늘 누전이며(물론 그로 인한 불)가 걱정이더니
시름 덜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린 녀석들 있으니 걱정 많았댔지요.

아, 며칠 전 논밭 닷 마지기를 얻었습니다,
빌렸지요.
쉼터 포도밭 500평을 돌려주게 되어 논밭을 늘릴 참에
올부터 휴경지(무슨 짓인지, 원... 땅을 놀리면 정부가 평당 따져 돈을 주는 거였지요.
그렇게 쌀가격을 맞추었댔습니다.)가 없어지면서
땅 없어 안타까웠던 우리 같은 소작농에게 더할 나위없는 소식이 되었습니다.
그냥 놀리면 잡풀 우거진 허드렛땅이 되기 쉬우니
땅 부칠 사람이 반갑게 된 게지요.
도지 가마 반에 마을 앞 삼거리 논 닷마지기를, 학교 바로 앞 말입니다,
그렇게 얻게 되었습지요,
뭐라도 해서 갈아먹지 하고.
서로 고마워했습니다, 주인은 땅 안놀려 좋고, 우리는 싸게 농사 지어 좋고.
"그 농사 누가 다 해요?"
아이들이 있잖아요, 어른보다 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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