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대해리에서 날마다 수행하고 일하고,

얼굴 보지 못하는 대신 보내온 메일들에 답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여기저기 낡은 건물을 손보고,

오늘은 원고를 하나 마무리해서 보내고.

오랜만에 마을을 나가 면소재지에서 장을 보고 들어오다.

저녁에는 목공실에서 문짝 작업이 다 되었다 하고 들고 왔는데,

이런! 너무 뻑뻑했다. 1mm만 딱 자르면 좋겠네.

사포로 문질러도 조각 개수가 좀 되니 맘 편히 자르기로.

한밤 다시 목공실로 가 커팅기를 밖으로 끌어내 자르다.

그리고 경첩이 모자라 주문했다.

이게 말이지, 직접 눈으로 구하는 것만은 못하겠지만

인터넷으로 웬만한 게 구해지고 심지어 더 싸기까지 하다.(넷맹에 가깝다가 최근에야)

산골 사는 일이 점점 더 수월해진다고 해야 하나...

 

한 방송사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국민들에게 물었단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뭐냐고.

10대부터 40대 남녀, 그리고 50대 남자의 대답이 다 같았다는.

공부 좀 할 걸...”

그 말은 학교 성적의 결과가, 결국 수능이겠지, 이후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말일 것.

대입이 이후 삶의 지위에 절대적 위치를 점했다는.

다른 나라도 그럴까? 아닐 듯.

생이 보다 더 다양한 모습이면 좋겠다.

다양한 생이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면 좋겠다.

잘 본 수능은 젊은 날의 성공의 경험 하나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테지.

그런데 못 본 경우라면

어떤 이는 수능의 결과가 인생이 결정한 듯 살지도 모른다.

그것이야말로 인생을 망가뜨리고

그래서 수능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말을 더 굳건하게 했을지도.

분명한 건 우리 생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우리가 생을 살아가는, 대하는 태도이다.

생은 끝나지 않았다.

그걸 끝낼 수 있는 것이 오직 나 말고 누가 있냐고.

살면서 내가 얻은 지혜 하나는, 생 앞에는 많은 갈래가 있다는 거다.

그걸 볼 수 있느냐 없느냐야말로 내 생을 결정짓는 갈림이 아닐지.

(질문의 결과가 공부였다는 걸 들은 아들이 말했다.

 이번에 조사하면 바뀌었을 거 같다고.

 집 좀 살 걸, 하고 말이지. 하하)

 

물꼬 논두렁 통장에 큰 금액이 찍혔다.

진작부터 물꼬 살림이 걱정돼 보내야지 하다가

이번 겨울일정에 맞춰 보냈다 했다.

나이가 드니 맡은 일들이 많아져 맘만 가끔 물꼬에 가요’, 라시면서.

아무리 전문적 여성이라지만 홀로 아이를 키우는 당신이라.

미안하고, 고마웠다.

짱짱하게 잘 살고 있어서 걱정 놓게 해드려야 했을 걸

어째 이곳의 삶은 늘 이리 캄캄하게 궁한 것인가.

- 마음 먹먹해지는...

 어디라도 쉽잖은 2020년일 것을...

 더한 말을 찾아보다가 결국 고맙습니다!”, 이 낱말이 있어 다행합니다.

열심히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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