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34. 폭염주의보.

지난 해날 저녁에 시작된 연어의 날 준비위 움직임 사흘째.

아래 학교에서는 된장집 간장집 고추장집 사택을 중심으로 예취기를 돌리기 시작,

달골에서는 사이집을 시작으로 풀을 뽑거나 베며 밖으로 확대해나가다.

언제나 시작은 내게서, 청소도 제 잠을 자는 곳에서부터.

햇발동 이불들을 또 얼마쯤 빨고 널고.

아래 학교는 빨았던 이불이 고솜한 햇볕을 안고 이불장으로 들어갔고.

 

더위라도 먹었나. 그럴 만도 하지.

두통이 있다고도 하고 허리가 뻐근하다고도 하고.

낮밥상을 물리고들 제법 쉬었다.

오후에는 달골 안내판에 칠을 다시 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밤에는 읍내를 다녀왔다.

명분은 멀리서 와서 연일 고생할 손발을 위한 위문쯤.

영화 <브로커> 보다.

고레아다 히로카즈 감독이 오래 천착한 가족 이야기를 어떻게 풀지 궁금했다.

다소 진부했는데, 문득 가족이란 바로 그런 느낌이겠거니 싶더라.

신파와 진부를 담을 수밖에 없는 그릇이 가족이라는.

너의 이름을 불러주마, 주제를 그리 둘까.

그렇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자를 떠올렸다.

우리 아이들 이름이 줄줄이 꼬리를 물었다.

 

물꼬로 돌아온 게 밤 10시가 훌쩍 넘었는데, 그제야 저녁밥을 먹고

한 사람은 재봉질을, 한사람을 바느질을 하다.

앞치마며 이불이며 바지며 모여있던 재봉질감.

한켠에선 호두로 발을 만들다.

오래전 빈들모임에서 만든 호두발이 가마솥방 창에 걸려 있었는데

시간이 끈을 풀어헤치더니 하나씩 툭툭 떨어지고,

언제 다시 만들어야지, 두어 계절이 지나버렸다.

연어의 날 앞두고 꼭 해야지 하고

호두알을 온전하게 반으로 열댓 개 준비해두었더랬네.

나머지 반에다 솜을 넣고 천으로 둥글게 만들어 호두를 채우고 실을 묶는.

거기 단추를 달거나 눈코입을 그리거나.

나무구슬도 몇 개씩 줄에 끼우고.

점주샘이 혼자 다하였더라.

내일은 걸어놓은 작품 곁에다 써붙여야겠다:


제목

우주

이름

5학년 7반 하점주

제출

2022. 6.22

지도교사

옥영경

 

유쾌한 밤이었고나.

 

인교샘이 보낸, 연어의 날에 쓰일 곡주 안주거리가 도착했다.

대중교통으로 오신다하기 오는 손이 너무 무겁지 않게 오십사 하였는데,

지혜롭게 하시겠다는 답문자가 왔더랬다.

하하, 그렇게 지혜롭게 택배로.

이 멧골은 그런 생각이 더디다.

예컨대 이런 거; 식당 가서 밥을 먹을 생각을 못한다거나

짐을 바리바리 들고 매고 갈 생각만 한다거나.

그랬다. 대한민국에는 신속한 택배문화가 있었더라!

 

달골 들어서니 01:45

, 우리는 밤 10시에는 방으로 들자 하고도

역시 이리 또 시간을 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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