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잊는다. 나이는 총기를 밀고 온다.

뭐지?” 혹은 뭐였더라?”라는 말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메모하고 그것에 의지하지만 바로 그 메모한 사실을 잊고.

생각이 자꾸 머리를 벗어나 땅에 떨어져버린다.

그런데 그게 그 방울로 고대로 있다면 줍기라도 하겠건만

, 그만 터져버려 다시 주울 수도 없다.

까마득해지는 거다.

낱말도 사람도 일도 그렇게 자꾸 잊어버린다.

뭘 가지러 가다가 가는 길에 새기도 하고,

가긴 갔으나 왜 왔는지를 잊고,

금세 한 생각을 되짚느라 앞뒤 맥락을 한참 짚어야 하고, ...

그래도 놓지 않기. 생각을 아주 놔버리지만 않으면 결국 찾아낼 수 있을지니.

끝내 찾지 못하더라도 가까이 갈 수 있을!

 

늦은 새벽에야 잠자리로 갔지만 아침은 어김없이 오고,

나무들 물부터 주는 걸로 하루를 시작.

사이집 앞 손이 못다 갔던 풀을 뽑으며 이제 이곳은 끝,

그렇게 한 공간씩 정리해나가다.

 

후덥지근했다. 한낮 33. 그래도 바람이 다녀 일할 만했다.

연어의 날 준비위 네 사람이 모두 달골로 모여

풀을 매거나 뽑거나 치거나 밀다.

햇발동 이불빨래는 계속 되고,

햇발동과 창고동 청소도 하다.

햇발동 데크 화분들도 살펴 풀도 뽑고 다듬어주고.

풀을 매는 손에 잘못 뽑힌 꽃도 있기

패트병을 잘라 꽃병 삼아 햇발동 야외테이블에 두다.

어쩌면 물꼬가 지키고픈 건 이런 낭만 아닐지.

 

그림과 글씨를 다시 썼던 달골 안내판에

목재 보호용 도료를 바르고,

아크릴 물감을 가지러 학교로 내려갔다가 태양광 줄등 집열판도 옮겨주다.

날도 계속 꾸물거릴 거라는 예보인데 무성하게 자란 잎들까지 가리기에.

엊그제 달골의 바랜 나무우체통에 페인트를 칠했고,

오늘은 굴뚝과 처마에 아크릴물감으로 빨간 칠.

떨어져서 던져져있던, 우쳍통 처마도 제자리에 잘 붙여주족.

이런 일들도 돌아보는 게 행사준비라.

행사로 완성되는 잔일들이랄까.

 

연어의 날에 뒤늦은 신청자들.

연인을 뗄 수가 없네, 가족을 떨어뜨려놓을 수도 없네,

이러저러 기존 신청자에 덧붙여진 이들이 생겼다.

꼭 와야 할 까닭이 있는 경우도.

아쿠, 이제 규모가 부담스러워질세.

눈 질끈 감고 이제 정말 여기까지만 오십사 하였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96 에넥스 부엌가구 옥영경 2003-12-20 2459
6595 똥 푸던 날, 5월 6일 옥영경 2004-05-12 2456
6594 서울과 대구 출장기(3월 5-8일) 옥영경 2004-03-10 2439
6593 새 노트북컴퓨터가 생기다 옥영경 2003-12-10 2420
6592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408
6591 대동개발 주식회사 옥영경 2004-01-01 2404
6590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383
6589 122 계자 이튿날, 2007.12.31.달날. 또 눈 옥영경 2008-01-03 2353
6588 경복궁 대목수 조준형샘과 그 식구들 옥영경 2003-12-26 2352
6587 새금강비료공사, 5월 11일 불날 옥영경 2004-05-12 2336
6586 김기선샘과 이의선샘 옥영경 2003-12-10 2312
6585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38 계자 옥영경 2004-01-06 2300
6584 장미상가 정수기 옥영경 2004-01-06 2298
6583 물꼬 사람들이 사는 집 옥영경 2003-12-20 2289
6582 장상욱님,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286
6581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271
6580 주간동아와 KBS 현장르포 제 3지대 옥영경 2004-04-13 2238
6579 1대 부엌 목지영샘, 3월 12-13일 옥영경 2004-03-14 2207
6578 3월 15-26일, 공연 후원할 곳들과 만남 옥영경 2004-03-24 2204
6577 KBS 현장르포 제3지대랑 옥영경 2004-03-24 219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