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들었던 일기예보에도 어제는 모른 척했던 날씨였다.

일주일 내내 흙날 비를 알리는 기상지도를 보았더랬는데.

오늘 한 번에 비를 뿌리려는가.

 

아침 6시가 막 넘어가는데 벌써 깨어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이른 아침의 멧골 청아함이 잠을 흔들었을 것이다.

아침 7시 학교발 아침뜨락행, 학교마당에 모여 달골로 향했다.

경사로 끝 달골 대문 앞에 이르렀다.

, 냉장고예요!”

아이들이 낑낑 올랐다가 거기 서서 꼭 말하던 그 골짝 바람이 우리를 맞았다.

여느 해는 8시 아침을 먹고 밥상을 물린 뒤 아침뜨락으로 갔다.

이번에는 차례를 바꾸었다.

달골에선 시인 이생진 선생님과 가객 승엽샘이 기다렸다 우리랑 동행했다.

학교를 나오다 도로 돌아갔던 수범이가 어, 아침뜨락에 혼자 나타났다.

그 아이에게 영성이 커나가는?

 

고라니까지 우리들의 잔치에 왔다.

자기를 잊을까 봐 간밤에 흔적을 남기었다.

지느러미길 시작점 양쪽 큰 수반 안에는 수련이 있다.

그 한쪽을 날름 먹어치운.

뿌리가 있어 다시 잎이 오르기는 할 거다만.

그곳도 망을 쳐야겠네.

그래 너 있다, “우리 고라니도 같이 살아요. 멧돼지도 있는 걸요.”

 

느티나무 동그라미를 시작으로 지느러미길을 따라가 들머리 계단에 이르고

성황나무 같은 감나무 아래부터 옴자 사이를 걷고

대나무 수로 끝 토끼샘을 지나 아고라로 들다.

말씀의 자리에서 영진샘을 시작으로 규명샘이며 지금 여기를 나누고,

이생진 선생님도 감사와 고마움을 담아주셨다.

달못을 돌아 돌의자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한숨 돌리고

아가미길을 걸어 미궁으로 들어섰다.

대나무기도처도 들어갔다가 저 언덕 위 품 넓은 소나무 바라봐주고

미궁을 돌았다, 만트라와 함께.

뚱까 이까를 지나 밥못에 이르러 둘러섰다가

미궁 지나 경사지 내려오며 일당 오십돌줍기.

넓은 지대는 잔디깎이로 미는데, 예취기며 번번이 멈추게 하는 게 바로 그 돌들이라.

세상에 끝이 없는 일이 둘 있는데, 바로 그 하나라니까, 라고 말하게 하는.

혼자 할 수 없는 물꼬 일이고 아침뜨락 일이라.

고맙다, 오늘도, 모두.

다시 느티나무동그라미에 둘러서서 마음나누기.

내려오기 직전 하다샘한테 부탁했네, 아침뜨락에서 수국 한 송이 꺾어오시라.

가마솥방 수반에 사람들을 환영하는 꽃을 띄우지 못하였더랬네.

이제라도!

 

09시 아침밥상에 콩나물국밥 올랐다.

몇 가지 고명과 함께

부추김치 파김치 오징어젓 양파지 달걀말이를 같이 냈다.

밤참까지 여러 차례의 설거지에 엄마 아빠들이 자주 나섰다.

늘 고생하는 품앗이샘들이 좀 덜해도 되었던.

고마웠다.

이곳은 우리를 기꺼이 서로 움직이게 한다.

 

10:30 갈무리모임, 이어 갈무리 글쓰기

12시 낮밥상이 차려졌다. 버스를 타고 나가는 이도 있으니.

빵과 샐러드와 우유와 커피와 주스가 나왔다.

기표샘도 부엌으로 들어와 손을 거들었네.

가는 게 인사지,

그래놓고도 인사를 해야지 했는데...

인교샘 가셨어?”

고새 버스를 향해 달려가셨네. 하기야 금세 또 보면 될 것이라.

 

사람들을 보내고 남은 이들끼리 낮 2시 반짝모임이 있었다; 아리 휘령 점주 윤실 수진 영경

학교터 건에 대해 아직 못다한 이야기들이 있었던.

논의는 네 가지로 압축되었다.

1. 학교터 건

결국 옥샘이 방향을 정하고 필요할 때 품앗이 논두렁의 역할을 주십사’.

우리가 옥영경의 꿈을 알고 지지하며 응원하고 참여하겠다는 것으로 귀착.

학교터를 놓든 계속 유지하든.

2. 달골 캠퍼스화-배밭펀딩

달골을 캠퍼스화하기 위해 들머리쪽 밭을 사기 위한 펀딩을 진행하기로.

일명 배밭펀딩이라고 당장은 부르지만 조각땅 펀딩이라든지 이름이야 천천히.

아리샘을 중심으로 휘령샘이 머리 맞대고 진행하기로.

투자하고 상환하는 개념이 아니라 후원.

목표 1, 10만원씩 1000명이 필요할.

3. 학부모모임

제도학교 자모회처럼 부모들이 서로 소통할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물꼬 안의 행정 일을 나눠준다는 측면에서도.

계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윤실샘과 수진샘이 맡아주기로.

배밭펀딩과는 별개로 당장 계자의 정보를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기 위한.

4. 물꼬 행정일

옥샘이 감당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 더 논의해보기로.

 

연어의 날 준비위가 돌아가기 시작하던 지난 달날

학교 중앙현관에 있는 손가락선인장에 꽃이 피었더랬다.

오늘 마지막 꽃이 졌다

사람들도 모두 떠났네.

하늘은 올 연어의 날에도 우리를 감동케 했다.

날씨가 다했다고는 못해도 반은 했다.

더한 감동과 신비는 물꼬 사람들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그들로, 이날로 또 한동안을 무던히 살아낼 것이다.

준비위로 지난 해날 저녁부터 들어왔던 점주샘이 마지막으로 돌아갔다.

그 없이 산 세월을 믿을 수 없을 것만 같다.

어느 연어의 날보다 순조로운 준비와 행사였다.

사이집 앞 각시원추리의 꽃이 피고지는 날들이었다.

원추리는 망우초(忘憂草)라고도 한다. 시름을 잊게 하는 풀이라.


남은 참외로 장아찌부터 담고,

부엌 음식들을 갈무리하고,

김치를 나눠준 이장님댁에 수박 한 통을 답례로 보내다.

참참참, 맨 처음 한 일은 수행방으로 달려가 티피 막대를 바로 세우는 일이었다.

가운데 고정 볼트를 어떻게 죄는가가 문제였는데,

아랫 걸 끼우고 위에서 죄고, 그게 다였다.

여러 사람이 매달렸으나 너무 복잡하게 생각해서 못했던가 보다.

달골 올라 햇발동 이불들을 털어 정리하고, 휴지통을 비우고.

9시 공사현장에서 남은 철망을 실어온 트럭이 있어

창고동 뒤란에 내렸다.

아침뜨락에 칠 수 있을 것인지.

집으로 돌아간 이들이 누리집에 남긴 글에 답인사도 하였네.

 

다음 주는 마늘을 캐고 감자도 수확해야 한다.

열무도 다 걷어야 하네. 김치도 담고 데쳐 나물도 하고 비빔밥으로도 먹어야지.

당장 내일은 행사를 끝낸 공간 뒷정리부터.

학교터를 어찌할 것인가가 한동안의 가장 큰 숙제일 테지.

연어의 날이 물꼬에서의 한해 정점인 듯.

그리고 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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