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을 머금은 하늘,

바람이 좋아서 사람을 가라앉게 하지는 않았다.

 

어제 수확한 마늘, 못다 정리했던 것들 만지다.

연어의 날을 앞두고 한 주가 밀리면서 어제야 거둔.

그러면 앞서 수확을 하지 않고, 하시겠지만

조금 더 일찍 수확했더라면 마늘통이 충분히 크지 못했을.

이러저러 적기가 된 어제였네.

엮을 줄기가 남아있지 않아(녹아내려) 올해는 엮어서 걸지도 못할 상황이지만.

가뭄에 고생 많았던 마늘이었다.

마늘종도 올해는 겨우 한 차례 내주었더랬지. 그것도 자르니 채 양푼이도 되지 않았던.

빨래방에 안에 널어서 말리는 중.

그리고 호미 다시 잡고 가서 헤집어놓은 마늘밭둑을 정리하다.

 

했던 일을 또 한다는 건 어느새 익어진 손을 만든다는 것.

경험이란 게 그런 것일.

그럴 수없이 복잡하게 느껴지던 일도 다시 할 땐 해봤다고 제법 간단해지고

그렇게나 많이 챙겨야만 할 짐도 익숙해지니 간단하게 챙겨지고.

밥을 하는 일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그럴.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이별이라던가.

그런 범주인들 자주 만나면 아무렴 익어지지 않겠는가.

그러니 아희들아, 하고 또 하시라.

결코 익어지지 않는 일이 어딨겠느뇨!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음미 중.

부제대로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였다.

밑줄긋기;

 

(...) 나는 과학 자체에도 오류가 있음을 깨닫는다.(...) 질서라는 단어도 생각해보자. (...) 그것은 자연에 질서정연한 계급구조가 

존재한다는 추정-인간이 지어낸 것, 겹쳐놓기, 추측-에 따른 것이었다. 나는 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 계속 그것을 잡아당겨 

그 질서의 짜임을 풀어내고, 그 밑에 갇혀있는 생물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특히 도덕적·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모든 자ruler 뒤에는 지배자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p.267-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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