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푸던 날, 5월 6일

조회 수 2460 추천 수 0 2004.05.12 23:06:00

청주 MBC사람들도 다녀가고
불쑥불쑥 찾아든 이들이 쫓겨가고
차가 빠져 바퀴를 고친다고 들어온 사람들이 저녁도 먹고 가고
류옥하다 외가 사람들이 바리바리 먹을 거리를 싸서 들어온
부산한 하루였습니다.
배움방에선 이불장정리 빨래하고 뒷정리하고 너는 법을 익히고
손말로 자기 소개를 잠깐 익힌 다음
류옥하다 외할머니가 쑥인절미 떡 메쳐온 걸 잘라서 고물 묻치는 일들을 하니
또 금새 점심 때건지기입니다.
오후엔 똥 퍼서 호박구뎅이에 부어주고
포도밭 매던 일도 이어집니다.
정근이는 형아라고 똥을 계속 푸는 일을 도맡고
(포도밭에 처음 나갔던 날
손에 절대 똥거름 못묻힌다고 아버지랑 실갱이 했던 그 정근입니다)
손씻고 참 먹으러 갔다가 늦은 혜연이 때문에 또 똥을 퍼주고
참 먹고 마지막 차례 채은이의 똥을 또 퍼주었지요.
쉬어라 하고 포도밭에 갔는데
곧 뒤따라와 넘들 일할 때 같이 해야한다며 호미들고 뎀비데요.

령: 똥냄새가 좋기까지 하더라.
상범: 오후에 일하는 것 보니 유쾌한 일 아닐 텐데 멋있었다.
여느 어른 못지 않더라.
정근: 똥 푸는 일 쉽진 않았는데 잘해내서 자랑스럽다.
혜연이 때문에 또 푸고...
예린, 혜린: 똥 나르는 게 힘들었다.
나현: 떡만들기 재밌었다.
채은: 포도밭 재미나게 맸다.
젊은 할아버지: 학교 뒤편 덩굴들 자르고 나무 정리하고...
채규: 똥 펄 때 되게 지독했다.
승진: 똥 풀 때 냄새가 좀 구렸고...
열택: 냄새 역한데 모두 재밌게 해서 좋더라, 호박이 열리는 그날까지...
도형: 똥 나를 때 냄새나서 구역질날 것 같았다.
희정: 하다 외할머니 처음 봤는데 너무나 반갑게 인사하게 되고,
우리한테 필요할 것 같은 것들을 정말 많이 가져오셨다.
수박, 떡, 부침개, 미역, 새우, 멸치, 고춧가루, 참기름, 생선,...
(이쯤에서 아이들이 짐보따리를 읊기 시작한다)
그 마음이 고마웠고 우리가 잘 살아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답해야겠다.
오후 한 논두렁이 보낸 택배,
치약부터 비누 수세미 장갑 우리한테 필요한 것들을 장만해서 보내주었다.
혜연: 우리 집에서 나간 병아리 시체를 봤다.
하다: 외할머니가 2만원 주셨다, (
고 3때 여행갈려고)적금 넣는 게 2만원(씩)인데...
외할머니가 맛있는 거 사와서 좋았고,
한 차가 펑크나서 바람넣고 고치고 구경하는데
그 할머니가 또 먹을 것 줘서 잘 나눠먹었다.

무엇이 더러운 것인가...
이곳에서의 날마다의 삶이 우리들을 사유하게 합니다,
우리 몸에서 나와서 다시 우리 입으로 돌아가는 순환을 자연스레 배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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