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야 알았다, 물꼬가 왜 딱 이 적은 규모인지를, 왜 더 커지지 않는 줄을!

여태는 의도적으로 인간적인 규모를 지키고 있는 줄로만 알았지.

허허...

저는 물꼬 이야기 다른 사람들한테 안 해요.”

열댓 살 아이가 말했다.

다른 이들이 이해하기 좀 어려운 공간일 수 있기 때문이려니 했다.

우리는 자주 이상한 부류들로 오해받을 때가 종종 있으니까.

왜냐면 이 자본주의 하늘 아래 그렇지 못한 공간이어서.

임금도 없고, 헌신과 나눔으로 돌아가는.

혹시 부끄러워서 말하지 않는 걸까도 싶었다.

?”

나만 알고 싶어서요!”

! 그랬구나, 그랬구나, 저리 물꼬를 아끼는구나...

 

5~7학년 아이들이 몇 왔다. 반짝일정 하나 잡은.

실타래학교라면 집단상담 쯤이라 할 수 있을.

이번 학년도의 ‘2월 어른의 학교를 건너뛰게 된 아쉬움도 있었고(인도행으로),

계자에서 밥바라지 정환샘의 도움이 컸다고도 할. 덕분에 힘이 좀 비축된.

최근 계자를 잘 이끌어주는 휘령샘 덕이기도 할,

더하여 173계자 품앗이샘들의 헌신도 말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지난 6월부터 큰 힘이 되는 승아샘 용준샘의 덕이 컸고,

지난 1월 김용욱샘 김은주샘의 뜻밖의 후원과

발해1300호추모제 때 사람들이 보탠 살림으로 생긴 여유가 있었기도 했다.

 

오전 햇발동 청소며로 종종거리는데,

이웃에서 전화가 들어왔더랬다.

벌써 여러 차례 불렀으나 가지 못했던.

오늘 지나면 곧 설, 그러면 또 3주 인도행,

잠시 다녀오자고 가니 댓 명 모여 있었다.

한 곳에서 작은 사우나시설을 중심으로 한 치유공간(상업시설)을 만들었고,

곧 찻집도 같이 할 거라지.

교장샘이 차도 좀 내주시고... 서로 도우면 좋잖아!” 했다.

도울 일이 있고, 도울 수 있다면 서로 힘일.

이 깊은 골짝에서 뭐 그런 일이 되려나 해도

먼 곳이어도 좋으면 찾아들기 마련이더라.

가오픈을 하고 어제도 서울에서 지인들이 다섯 명 다녀갔어.”

물꼬 삼거리집의 창고도 북카페(상담 공간이자 쉼터가 주가 될)처럼 만들 계획이 있는지라

그런 것들이 같이 모이면 좋잖은가 반가웠네.

사과를 나눠드리고 빵을 얻고 어여 건너오다.

 

3시 부모님들 들어서다.

들어가도 돼요?”

계자에서는 대문 앞에서 늘 헤어지는지라 성큼성큼 들어서기 주저하실 수 있을.

세 분이 들어와 찻자리, 아이들은 잠시 책방으로 밀어놓고.

홍차를 달여 다식과 함께 내다.

논두렁으로, 또 계자에 보태는 것들로도 물꼬 기여도(?)가 크신 분들이라.

마음이야 밥도 내고 싶었는 걸.

부모님들 보내고 아이들과 만두를 빚고 그 만두를 찌고 끓이고 구워 저녁을 먹다.

서리태밥에다 숙주나물 버섯볶음 볶음멸치 파래무침과 김치가 같이 놓이고.

 

실타래 동안 읽을 책을 골라 달골 오르다.

수행으로 아침을 열고, 일수행과 예술활동과 답사, 그리고 빈틈마다 책을 읽고,

저녁마다 책 읽기와 집단상담과 개인상담으로 이루어질 일정이라.

햇발동 거실에서 첫 믿음의 동그라미’.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보고 자신을 보는.

관계의 어려움은 아이들에게도 숙제라.

공부의 어려움에 벌써부터 곤란을 겪는 이도.

우리가 보내는 시간에 작은 답이라도 건져지기를.

하루재기를 하고,

한 시간의 달콤한 제 시간을 쓰고들 멧골의 깊은 어둠 속에서 잠자리.

각자 쓰기보다 방 두 칸에 몰아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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