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누리 다녀오다

조회 수 2460 추천 수 0 2004.01.29 21:59:00

설이어 쉬던 끝자락, 상주에 들렀습니다.
푸른누리가 그 어느 골짜기에 들앉았지요.
지난 달에도 잠시 인사하러 가긴 하였습니다만
그땐 그간 지낸 얘기만 마당에 든 햇볕에 앉아 잠깐 나누다 왔더랬지요.
꼬박 2년을 물꼬 연구년으로 이 땅을 떠나있다
돌아오면서 젤 먼저 찾고 싶은 곳은 그곳이었습니다.
물꼬가 공동체 식구 한 사람 한 사람의 정화에 집중하면서
더욱 가고팠던 곳이었지요.
지난 98년 9월 물꼬에서 한 큰 행사
"새로운 학교를 꿈꾼다 - '생태공동체운동과 교육'"에서 최한실샘을 뵙고는
여섯 해만에 만났습니다.
정말 학교를 세우는구나,
십년의 그 호흡에 찬사를 아끼지 않으셨지요.
공동체 안에서 원칙이 별로 없는 것에 대해서도 잘한다셨습니다.
"우리는 생태공동체를 꿈꾸지만 아직은 모순덩어리입니다.
머리를 감는 데만 해도 샴푸 린스 비누 식초 다시마 다 있지요.
자기 생태지수대로 알아서 쓰는 겁니다.
더 많이 느끼는 이가 더 생태적인 것을 골라 쓰는 거지요.
우리는 별로 하지 마라는 게 없는 공간이거든요.
공동체라면 많이 경직되어 있어서 답답할 거라 여겼던 이들이 와서
젤 어리둥절한 것도 그런 모습 때문 아닐까 몰라요.
정말로 그러한가 잘 따져보고
원래하던 것대로도 정말 그럴까 다시 생각해보고
얘기 나누다 다른 길이 있다면 또 그렇게 살아보고 그러지요."
당신은 공동체식구들이 헤어지고 난 뒤 그런 생각을 하셨는데
물꼬에서 그렇게 살고 있다하니 것도 칭찬하셨지요.
조직력, 적당한 낱말인지 모르겠지만,
자주독립이 가장 좋은 길이겠으나
바깥의 것들을 잘 쓰는 것도 지혜라고
요새 물꼬가 필요한 것들을 이곳저곳에서 구해오는 힘에
잘하네 해주셨습니다.

다음 만남은 물꼬에서 있었지요.
지난 '38 계자'에서 열 나흘쨋날 잔치마당에
푸른누리의 오랜 식구였다가 지금은 임실에서 농사짓고 사는 유경님이
최한실샘과 같이 왔더랬습니다.
"남편이 자기랑 생각이 꼭 같은 데를 찾았다며 물꼬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런데 유경씨가 어, 나 옥영경씨 아는데 그랬답니다.
그때 마침 최한실샘으로부터 귀국해서 상주 다녀갔단 소식을 들었다네요.
유경님은 곧 남편이랑 아이 데리고
다시 걸음하겠다며 돌아가셨지요.
"유럽 다녀온 얘기도 들어보고..."
최한실샘은 그럴려고 오셨다던데 계자 한창이었던 겁니다.
아주 얘기를 나누지 못할 것도 아니었는데
남은 날들 많고 많으니까요.
"곧 제가 넘어갈게요."
그렇게 설이 있던 주말에 상주로 갔더랍니다.
오래지 않은 어제 푸른누리 공동체식구들은 뿔뿔이 헤어졌다하나
여전히 그곳은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오가고 있다지요.
최한실샘은 아직 큰 기둥이 되어주십니다.
곁에서 박철수님이 함께 하고 계셨지요.
선생님과 밤새 살아온 날들 나누었습니다.
어느새 박철수샘은 잠이 들고.
어찌나 방이 절절 끓게 불을 때셨던지
눈 흩날리는 밖이 상상이 안됐지요.
앉아서 받는 밥상이 못내 죄송해서
아침엔 잠깐 톱질도 했습니다.
하나를 하면 열을 하였다는 자랑이지요, 하하.
"제가 괜히 얼어붙은 길 뚫고 왔겠는지요..."
물꼬의 영성훈련에
최한실샘이 많이 도와주심 좋겠다 부탁드렸습니다.
흔쾌해하셨지요.
큰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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