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30.흙날. 맑음 / 김장

조회 수 400 추천 수 0 2020.01.12 02:37:53


 

떡집 하셔도 되겠네!”

그럴 일이야 있을까만, 하기야 내일 일을 누가 알랴,

오전 새참 시간을 위해 10시 전에는 다시 마을로 들어와야지,

마음은 바쁘고,

주인장이 떡 손을 놓아야 고추도 빻고 메주덩이도 빻을 수 있다는데

가져간 메주덩이가 커서 종이포대에 넣고 망치로 1차 두드려도

아직 그 댁 떡 일이 끝나지 않고...

그래서 떡집 일에 손부터 보탰더랬네.

 

이른 아침 간한 배추를 씻어 건지고

척척 쌓아 물기를 뺐다.

김장이라.

올해는 정말 조금만 하자,

그래도 70포기, 그것도 알이 올차 예년 80포기는 될.

액젓이 거의 안 들어갔네.

그게 말이지, 의도한 건 아니고

다싯물을 너무 많이 넣어버려서.

이래도 저래도 되는 게 김치라.

된장 고추장도 마찬가지.

어째도 꼴이 된다, 조금(큰가?) 맛의 차이는 있지만.

그래서 쉽다. 어째도 김치가 되고 된장 되고(간장도 되고) 고추장이 되니까.

덩어리가 좀 큰일이라 힘이 들지만, 그래서 부담일 수 있겠지만,

전혀 어려울 일이 아닌.

안 해봐서 더 그럴 테지.

허니 할 만하므로 하시기.

굳이 이리 쓰고 있음은 하도 듣는 소리가 있어서...

어떻게 (그걸) 담아요!”

 

고추장까지 뭘 담나, 올해는 사서 먹지 뭐,

그래놓고 결국 메주 담는 결에 김장하는 참에 고추장까지 담기로.

마침 메줏가루가 있었던 거라.

고운 고춧가루도 있었지.

엿기름만 달이면 된다.

올해는 마늘도 찧어 넣었다. 마늘고추장을 만든.

소주도 넣고 매실액도 넣고.

젓는 게 일이지. 이리저리 섞으면 끝.

 

오후에 배추를 버물기 시작하다.

학교 안 식구들에 대처 있는 식구들도 들어오고,

아이 외할머니, 하얀샘도 들어와 손을 더하다.

복동이도 오라고 하지.”

어머니가 어제부터 그리 부른 바람에(동글동글한 얼굴을 보시고는) 복동샘이 된,

이웃 덕조샘도 들어와 수육이며 생굴회가 놓인 저녁 밥상에 앉다.

푹한 겨울이어서도,

또 예년보다 한 주 일찍 김장을 해서도 날 따뜻해 수월하였네.

일의 속도가 더디지도 않은 내 손인데

오랜 세월 해온, 그리고 설렁설렁 보이는 어머니 손을 따를 수가 없었던...

 

정리는 내일로 밀지요.”

부엌 안만 치운 채 바깥에 널린 것들은 내일 하기로 한다.

길었던 하루, 그리고 오늘도 사람 같이 산 하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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