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계자 이레째 2월 1일

조회 수 1708 추천 수 0 2004.02.02 22:25:00
4337년 2월 1일 해날 버들강아지 때이르게 피었겠는

< 낡은 배를 물 속으로 밀어넣고 >

호숫가에 갔습니다.

달빛은 바위와 나뭇가지를 비추고,
이따금 나뭇잎 위로 부서집니다.
산은 어둠 속에서 말없이 지키고 서 있습니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 실바람
호수가 살며시 몸을 떱니다.
느릿하게 나른하게 물안개가 피어오릅니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깨웁니다.
두 사람은 호수에서 물을 길어오고
조그만 모닥불을 피웁니다.
담요를 개고 낡은 배를 물 속으로 밀어넣습니다.
; (유리 슐레비츠의 <새벽> 가운데서)

아이들과 촛불을 켜고 나무아래 앉았습니다.
깊이 고요하게 바라봅니다.
‘나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어떤 세상이 좋은 세상일까,
그런 세상을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만든 아름다운 세상에서 우리 함께 살자 했습니다.
자기를 사랑하고 그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 오면,
내가 필요하면 도와달라고 할 수 있고
그가 필요하다면 도와줄 수 있는 세상이 오면...
“내가 바라는 세상에 대해서 명확해지고
내가 그 세상을 위해서 할 일이 분명해지고
그걸 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상범샘이 샘들 하루재기에서 말합니다.
“아이들이 생각이 다른데, 수준도 다르고, 생각 안해 봤던 아이들도 있을 테고,
그런데 깊이 있게 바라보고 훌륭한 대답들을 찾아내고
녹색 세상, 평화, 통일 그런 것을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알아보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기훈샘도 덧붙입니다.
정근이가, 학교(놀림이 있는)가 없는 세상을 바란다며
공부 열심히 해서 그런 학교를 없애겠다 했을 때
“혼자서 공부해서는 못합니다.
모두 같이 공부해야 학교가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덕현이가 그렇게 받았더랍니다.
어른들한테도 차갑게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지요.
늘 그렇듯이
아이들과 그런 차렴한 분위기가 어찌 가능하며
그 깊이가 어찌 나올 수 있는지 놀라워 합니다.
그러나 그게 무에 어려울까요,
다만 행동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게 함께 훈련해야할 것입니다.

배가 호수 한가운데로 고즈넉이 나아갑니다.
노는 삐걱대며 물결을 헤칩니다.
한순간,
산과 호수는 초록이 됩니다.
; (<새벽> 가운데서)

아이들이 곳곳에서 한껏 맘껏 누리는 날입니다.
아침부터 평상에서는 다영이랑 나현이 시작한 나무조각이
정훈 령 덕현 하다한테도 바람을 넣었습니다.
한 곁에선 열택샘이 불을 피우자
큰 놈들이 은행을 줏어다 구워댔다지요.
령인 손가락을 조금 벴어요, 장갑을 잠시 벗었던 참이라나요.
칭칭 거즈를 감고도 다시 칼을 쥐던 령.
호준과 혜연은 운동장에다 함정을 파기 시작했답니다.
또 한 앙숙 관계가 청산되는 과정이었지요.
방에서는 하번 정근 '하다'로 시작한 제로놀이와 공공칠빵이 삽시간에 전염되고
한 판 체력장도 있었다지요.
애들이 열 셋인데 반은 민우와 하번의 어깨를 타고 놀고
정근이는 하번의 자존심을 슬슬 긁어
윗몸 일으키기를 백 차례 하게 했다나요.
윤정은 다영이 나현이랑 매듭을 매며
열심히 가위를 찾아다니더니
어느새 정훈네같은 남자애들이랑 놀고 있데요.
감나무 곁에선 다옴이랑 형길샘이 애기장승에다
소품 장승도 죙일 깎았습니다.
“엄마 아빠 선물 하려구요…”
형길샘은 가기 전 뭐라도 학교에 보탠다고 실내에 둘 장승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계자부터 여러 차례 하더니 걸루 직업삼아도 되겠다 하였지요.
호준이는 열심히 종이비행기를 접고
축구하다 돌을 차 멍이 들어 닭똥 같은 눈물을 떨구고
혜연이랑 윤정은 그림을 그리다가 강아지 쫄랑이랑 놀고
정근은 머릿 속 이야기를 만들고
샘들도 낮잠을 자며 한숨 돌리기도 하고 더러 책을 읽고…
기훈샘은 책 읽다
방에 남아있던 혜연과 정근이 던지는 질문들을 받아주었다지요.
저녁 먹고는 민우 영화 수빈 덕현 인원이랑
수민 다영 정훈 령 나현 윤정 하번이 두 패를 이뤄
학교 뒤쪽 시내로 마을 앞 시내로
전설의 고드름을 따러 모험을 떠났더랍니다.
전리품처럼 의기양양 들고 들어서던 고드름.
“애들이 다 어디갔지, 세 명 밖에 없어.”
해우소를 다녀오니 아이들이 없어졌다고 온 학교를 찾아다니던 ‘하다’.
밤 열 한시에 누구를 덮치자는 소문이 돌더니
웬걸요, 어제 산오름의 여파까지 있어선지 열 시 조금 넘자
동화 들으며 모두 쓰러져버렸답니다.
날이 푹하니 방에 있던 것도 잠시,
죄다 밖으로 쏟아져나와 있다 길난 강아지처럼 열심히 부엌을 드나들더라지요.
아이들 왼종일 엄청 먹었답니다.
점심에 나온 국수를 몇 그릇은 기본이고
볶은 콩 한 양푼이에 귤 한 상자, 강냉이 큰 가마니.
여전히 잊히지 않은 맡은 일,
윤정은 하루 마지막 정리를 통로 쓸기로 하고
다영과 나현은 책방을 때마다 드나들며 정리하고
혜연은 열심히 부엌을 쓸고,
하다는 개똥 치우는 걸 넘어 형아 누나들 일을 거들고,
돌패들은 돌을 나르고…

책방, 희정샘이 하다와 호준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호준이 오줌이 마렵습니다.
“선생님, 기다려주세요.”
‘하다’가 안된다 했겠지요.
그때 호준, 하다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괜찮아, 읽어.”
그래서 하다한테 물었다지요.
“어쩔까?”
기다렸다 읽어요, 하면 오랜만에 보인 호준의 의젓함에 보상이 됐으련만
“읽어.”
싸늘하게 말해버린 하다.

형길샘이 샘들 하루재기에서 그러데요.
“한껏 맘껏에서 (샘들)사람마다 자기 시간을 가지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아이들이랑 마음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자기 시간에 대해 생각하지 않지 않을까...
자기 하고픈 걸 아이들 속에서 하는 거지요.”
쉬는 것 노는 것 일하는 것을 한꺼번에 같이 할 수 있는 교사라는 일,
정말 매력있는 직업이다마다요.

봄날 같은 하루,
봄볕 같은 기쁨이 대해리 우리 속에 있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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