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계자 여드레째 2월 2일

조회 수 1705 추천 수 0 2004.02.03 22:25:00


< 형아가 따 주께 >


4337년 2월 2일 달날 간간이 흐리다 진눈깨비 날린 늦은 밤

아이들 신발이 하얗습니다.
기분이 다 좋아집니다.
새끼일꾼들과 명순샘 희주샘이 빨아 말린 것들이지요.
별일도 아닌 일상들이
더욱 소중하고 빛이 나는 이곳입니다.

실다루기에선 대바늘을 모두 시도했더랍니다.
매듭에 열심이던 ‘하다’만 빼고.
호준이도 의외로 잘하고
지난 시간은 엄두도 못낸다던 윤정이 뎀벼들고
다옴이는 꾸역꾸역 줄기차게 하고 앉았고
다영이랑 나현도 틈틈이 나아가고…

정훈이가 모둠 하루재기에서 그랬어요.
“좋은 얘기 먼저 할까요, 나쁜 얘기 먼저 할까요?”
형길샘이 가서 나쁘고
아리샘이 와서 좋답니다.
아이들은 샘들 드나드는 일정이 붙은 동네방네를 보고
저들끼리 사람들을 보내고 사람들을 맞고 합니다.
아리샘을 많이들 기다렸지요.
더구나 날짜를 잘못 올려 어제 들어오는 걸로 되어 있었으니.
다옴이가 그러데요.
“형길샘이 아리샘 이뿌다고 하던데,
이뿌긴 한데… (쩝쩝거리며) 이뿌죠.”
그런데 밥을 한참 먹다가 불쑥 그럽니다.
“마음이 이뿌겠죠.”
정근이도 보탭니다.
“형길샘 눈이 낮은 거죠.”
어찌나들 재미난지…
이건 완전히 식구고 친구들입니다.
그런데도 함부로 하지는 않고.
관계에서 그런 조율이 얼마나 힘이 들던가요,
그런데 이 녀석들 그 적절한 조율을 하고 있습니다.
애들이 부처고 애들이 스승입니다.
참, 우리 아리샘은 정말 예뻐요.

“오늘 아리샘, 오신 기분이 어때요?”
한데모임은 사회자 혜연의 질문으로 시작됐습니다.
인원이랑 함께 사회를 봤죠.
“중간에 오면 붕 뜬 느낌이 드는데,
굉장히 많이 왔더라도(물꼬 품앗이, 논두렁으로 8년차입니다)
끝날까지 어버버 하고,
그런데 들어서면서부터 편하고 첫날부터 같이 있었던 것 같애요.”
한 식구들처럼 잘들 지내고 있었구나 짐작한다며
남은 날이 많이 기대된다 했습니다.
사회자가 진행을 하며 놓쳐서 반복하는 부분이 있자
막내 ‘하다’가 야단을 칩니다.
“우리가 하는 말을 잘 못들으셨군요."
다른 이들도 한 마디씩 보탰겠지요.
벽에 기대지 말고, (주머니에서) 손 빼고, (주머니에 있던)콩 먹지 말라고.
“사회자님 자꾸 앞으로 나오지 마세요.
그리고 소리 좀 지르지 마세요, 다 들리거든요.”
‘하다’는 오늘 아주 기세가 대단합니다.
기네스북에 오를 누룽지 본 이야기,
들어간 교실에 대한 보고가 이어집니다.
“아침에 먼저 일어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교장샘한테 부탁하겠습니다.”
“그런 건 모두가 결정하는거 아닌가요?”
“아, 죄송합니다.”
“자, 물꼬에 바라는 점은 없습니까?”
그에 당장 손을 든 정근,
“이건 좀 돈이 드는 일인데…”
컴퓨터를 하면 좋겠대서
덕분에 계자에서
왜 장난감도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없이 사는 지 알릴 기회도 되었지요.
“새끼일꾼들은 무슨 이유로 물꼬를 찾아옵니까?”
사회자의 멋진 마무리 질문.
여러 캠프를 갔지만 물꼬만큼 재밌는 곳이 없어서,
물꼬여서,
많이 배우니까, 그 때(초등)도 그랬고,
아이들과 놀고 싶어서,
라고들 대답합니다.

혜연이는 아침 해건지기할 때 나오는 흙피리 소리가 좋다 합니다.
그래서 어느 시간보다 명상이나 요가가 재밌다 합니다.
“선생님, 복사해주실 수 있어요?”
음반 제목을 적어주었지요.

딱지에 얽힌 사건 기록 하나.
호준이, 딱지를 다 잃다
호준, ‘하다’의 딱지를 빌리다.
무지샘한테 왕창 잃다.
‘하다’, 무지샘한테 자기꺼 내놓으라 하다.
무지샘 못준다 하다.
‘하다’ 서럽게 울다
호준, 따서 준다고 하다.
못미더워하는 ‘하다’.
대성통곡으로 이어지는 울음.
그때 사나이 정훈 나서다.
“걱정 마. 형이 대동놀이 끝나고 따 주께.
무지샘, 이따가 붙어요.”
얼른 눈물 닦는 하다.
형아를 믿으니까.
그런데 호준이가 따서 돌려주다.
발 뻗고 자는 ‘하다’.

대동놀이도 계속됩니다.
기를 쓰고 달리는 바람의 사나이 령(정말 정말 빨라요),
오재미를 하나 매달고 뛰는 덕현의 유머,
발레로 시작해서 탄력을 받겠다는 정훈이,
우리의 이어달리기는 날마다 하는데도 날마다 재미가 있구요,
삐질삐질 땀 나올만치 춤을 춘 대동놀이였습니다.

기훈샘이 낼 떠난다 했습니다.
“제게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샘은 여러 공동체를 두루 다니고 머무른 경험이 많거든요.
“지식 전달의 교육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하는데
그게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는 어려울 텐데,
이곳 샘들 말씀처럼 가장 큰 가르침은
선생들이 어른들이 그냥 바르게 사는 걸 보여주는 거겠구나…”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듯해서 많이 배우고 간다 합니다

대보름 잔치로 마을이 술렁입니다.
오늘 밤에 회의가 있답니다.
희정샘이 공동체 식구 가운데서 참가를 했지요.
한데모임을 끝내고 대동놀이에 부엌샘이 필요해서
다영이 나현이 상범샘이 회의가 한창인 집을 찾아갑니다.
상에 있는 것들을 어르신들이 아이들 손에 집어주십니다.
“학교에 소사하시는 분이 있던데, 월급을 얼마나 드려요?”
한 분이 그리 묻자
마을 아줌마 희구엄마가 먼저 대답합니다.
“학교 선생님들 월급도 없어요.”
사람들이 놀래고
학교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저마다 말하고…
그렇게 물꼬가 대해리의 일부가 되어갑니다.
낮엔 잠깐 가까운 면 소재지 임산에 다녀왔지요.
길거리에서 여러 어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반갑습니다.
이제 정말 대해리 사람이 다 되어간다 싶데요.
물꼬는 이렇게 이 지역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하지 않았던 일들을 물꼬에 와서 많이 하는데
물꼬에 와서도 해본 적 없던 일을 해본다고
그런데 그 처음이, 단순 막노동이, 또 다른 감동을 몰고 온다는 새끼일꾼들.
오늘도 새끼일꾼들은 돌을 실어날랐다지요.
그들은 샘들 하루재기에서 살아온 이야기대신 살아갈 날들에 대해 들려줍니다.
물꼬의 바람을 그 말들 끝에다 달아주었지요.
“타인에 대해 관심 갖기를,
가난한 이들 아픈 이들을 기억하길,
이 세상에 내가 왜 왔는가 사유하기를…”
몸을 움직여 열심히 열 달을 살고
두어 달은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악기를 다루고 노래를 부르고.
어른이 되어 한해를 그리 살았음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지요.
물꼬가 꿈꾸는 정토이지요.
그 곁에 아이들이 복닥거리는 거야 두말이 필요찮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20 7월 14일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5-07-20 1228
619 7월 13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5-07-20 1214
618 7월 12일 불날 맑네요 옥영경 2005-07-20 1341
617 7월 11일 달날 비 억수로 옥영경 2005-07-20 1104
616 7월 10일 해날 흐림 옥영경 2005-07-20 1162
615 7월 9-10일, 밥알 모임 옥영경 2005-07-20 1032
614 물꼬가 병원을 기피(?)한다고 알려진 까닭 옥영경 2005-07-16 1206
613 7월 9일 흙날 비, 비 옥영경 2005-07-16 1203
612 7월 8일 쇠날 갬 옥영경 2005-07-16 1125
611 7월 7일 나무날 흐림 옥영경 2005-07-16 1064
610 7월 6일 물날 장마 가운데 볕 옥영경 2005-07-16 1167
609 7월 5일 불날 흐림 옥영경 2005-07-16 1098
608 7월 4일 달날 끝없이 비 옥영경 2005-07-13 1200
607 7월 3일 해날 자꾸 비 옥영경 2005-07-13 1037
606 7월 2일 흙날 또 비 옥영경 2005-07-13 1083
605 7월 1일 쇠날 비 옥영경 2005-07-13 1050
604 6월 30일 나무날 갬 옥영경 2005-07-08 1146
603 6월 29일 물날 비 오다가다 옥영경 2005-07-08 1312
602 6월 28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5-07-08 1094
601 6월 27일 달날 비 옥영경 2005-07-08 114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