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나무날 선들대는 바람에 숨통 턴

조회 수 1601 추천 수 0 2005.06.26 00:07:00

6월 23일 나무날 선들대는 바람에 숨통 턴

"샘, 새앰!"
"옥샘, 성공했어요!"
큰 마당 흙산 곁에서 아이들이 불러댑니다.
잠시 교무실 일을 보러 들렀더랬지요.
오래 찾던 귀한 보물이라도 건진 목소리들입니다.
'물이랑'시간이지요.
강물이 하는 작용, 강물이 만드는 지형 따위를 익힌 뒤
바깥으로 몰려나가 비닐을 깔아놓고 지형을 만들고 물을 붓고...
(겨울에 물꼬를 지켰던, 이제는 버려진 비닐들이 곳곳에서 이리 잘 쓰이고 있지요)
삽도 있고 바가지도 있고 커다란 물뿌리개도 널려있습니다.
강물 대신 물뿌리개에서 토하는 물이 흐릅니다.
"진짜 구불구불 만들며 가요."
곡류지요.
V자형 계곡은 갈수록 경사가 깊어지고
저 아래 완만해진 곳에서 선상지를 이루네요.
침식과 운반과 퇴적이 어데서 어찌 작용하는지,
얘기에 없던 댐 기능까지 마련된 강입니다.
우각호도 있고 물돌이동도 보이고 바다에 이르러서는 삼각주도 있네요.
어떤 실험이나 작업이 완성되지 못하더라도 그것대로의 의미가 있겠지만
이왕이면 충분한 결과를 얻음 더 좋다마다요.
너무나 즐거이 하므로 결과가 그리 중요할 것 같지 않지만
배운 것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 때는, 다소의 신비함마저 더해지지요.

사흘의 계자를 앞두고 있고
상설 아이들은 그 틈에 집을 다녀올 참입니다.
오뉴월 하루 볕이 무섭다더니
호박이 어찌나 커버렸던지 방울만한 기억이 없는 건 줄 알았습니다.
모남순님은 집안일로 며칠을 더 보내고 올 거라
때맞춰 머물고 있는 이은순님께 밭일을 열심히 넘기고
손이 덜 가도록 단도리를 하느라 아주 뛰어다니십니다.
계자에 필요한 장은 구미에서 정미혜님이 오는 길에,
또 김정희님 영양에서 오는 길에 봐 주셔서 일이 덜었지요.
오신 걸음에 김애자님 정미혜님 김정희님 조은희님,
부엌 손도 보태셨습니다.

교육청과 군청에 들어갔다 해질 녘 돌아오니
아이들 다섯이 재잘대며 뛰어옵니다.
영양의 령이 나현이는 하루를 더 묵게 되었고
(김정희님이 계자 밥을 세 끼 챙겨주기로 하였지요),
해서 그 편에 가려던 춘천의 채은이 채규도 곳감집에서 하룻밤 더 잡니다.
집에 갈 것 없이 그냥 내리 같이 계자하자고 어른이고 애고 흔쾌해하는데,
다만 덩어리가 되는 게(조옴 친해야지요) 저으기 걱정이어 보내기로 하였답니다.
참, 류옥하다요,
사람 많은 걸 지독하게 싫어하는 류옥하다가
웬일로 이번 계자에는 기필코 자기가 함께 해야 한다 주장합니다.
"계자 애들이요..."
아무래도 계자 아이들이 다녀가고 나면
꼭 부서지거나 망가진 물건들이 적잖게 나오기 마련이지요,
특히 장구라든지 하는 악기 채들.
참 이상하지요, 평소 살고 있을 땐 덜한데
그게 내 것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건지
함부로 대해질 때가 흔합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상범샘이 아주 화를 낸 적도 있지요, 아이들한테.
아무리 잠시 다녀가는 곳이라지만
물건을 어찌 그리 막 다루냐고.
"이번에는 제가 지킬 거예요."
류옥하다 선수가 뭘 어찌 지킬지는 모르겠지만,
싸우지나 않았음 좋겠네요.
그런데, 어른들 모임으로 들어가려는 저를 가로막으며
채규부터 지르는 소리,
"옥샘, 대동놀이요!"
아, 저엉말 쓰러질 뻔하였더이다.

104번째 계자 미리모임 했습니다.
공동체식구 넷, 밥알 둘, 품앗이샘 일곱.
"제 스무 살이 여기 있었습니다!"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형길샘입니다.
거기 우리들이 보낸 시간들이 출렁거렸지요.
사람을 오래 만나는 일, 참으로 큰 즐거움입니다.
새끼일꾼이던 소희가 드디어 품앗이일꾼이 되어 나타나기도 했네요.
대학 제대로 못가면 앞으로 물꼬 갈 일 없을 거라는 협박을 받으며
정말 악착같이 공부했다 합니다.
초등 4년 때 물꼬 어린이 극단에서 무대에 섰던 게
그니의 첫 인연이었지요.

사흘을 머문 지민샘 태규샘 승렬샘이 돌아갔습니다.
읍내 나가는 길에 실어가며 신우재 고개 넘다 잠시 내렸더라지요.
저어멀리 백두대간을 보았습니다,
민주지산쪽에서 괘방령으로 흐르는.
쾌청한 날은 아니라 평소 다니면서 만나는 그 절경만큼은 못했지만
굳이 그 능선길을 선물하고팠더랍니다.
영동역에서 내리는 그들 뒤에서 소리치지요, 늘처럼.
"각각 따로 따로 연애해서 수를 불려 내려오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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