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자 104 여는 날, 6월 24일 쇠날 더운 여름 하루

조회 수 1329 추천 수 0 2005.07.08 17:24:00

계자 104 여는 날, 6월 24일 쇠날 더운 여름 하루

< 여름이 내린다 >

어제 계자를 위해 미리 들어온 품앗이샘들과 남아있던 상설 아이들 다섯이
고래방에서 이른 아침을 엽니다.
가벼운 운동을 한 뒤 음악을 끄고 돌아섰는데,
한참을 웃었지요.
앞에 서 있던 우리 아이들이 좌선하고 주욱 앉아 있는 겁니다,
상황을 잘 모르는 뒤의 어른들은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고.
아침마다 해건지기 시간, 요가 같은 몸 다루기가 끝나면
명상에 들어가는 아이들이니 그럴 밖에요.
(은순샘은 몸 깨우는 이 시간이 좋았더라지요)
습관, 그거 참 무섭습니다.
참, 이번 계자가 현재의 고래방을 마지막으로 쓰는 일정이 되겠습니다.
곧 공사에 들어가니까요.

어른들 가운데 한 무리가 영동역으로 아이들을 맞으러 가는 동안
한 편은 달골의 아래 포도밭에 올라 굴러다니는 돌들을 밖으로 뺐습니다.
사람 많으니 순식간이었다지요.
모여서 할 때의 힘은 단순한 배가 아니라지요.

대해리로 폭우처럼 쏟아지는 여름입니다.
아함경을 읽으며 104번째 사흘 계자를 시작합니다.
"들을 때는 들려지는 것만 있게 하고
볼 때는 보여지는 것만 있게 하고
생각할 때는 생각하는 것만 있게 하라."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
아이 열아홉에 어른 열아홉(새끼일꾼 하나 포함).
계자를 하는 동안에도 들에선 자랄 것들 열심히 오르니
샘들 많다 해도 공동체 일로 많이 붙을 거라 짐작합니다.
혼자 살아도 한살림이듯이
아이들이 적어도 있어얄 건 또 다 있어야지요, 힘도 그만큼 들테구요.
수가 적으면 개별의 특성이 더 두드러져 백여 명 규모보다 힘이 더 들수도 있고.
지난달에 바로 이어서 한 계자라
왔던 아이들이 또 오기 힘들겠다 하는데,
용빈이 지원이 동희가 이어서 왔네요.
"용빈아, 네 친구 유진이는 어쩌고?"
"몰라요."
지원이는 또 크고 큰 반찬통을 들고 왔습니다.
동희, 여전히 화안하고 반듯하게 인사를 건넵니다.
테니스공을 달고 다니는 재혁이는
백 번째 계자 왔을 때
문제아(?) 하나가 저(자기)랑 이름이 같애서 더러 오해받았노라고
제발 착각하지 말아 달라 합니다.
"이제 옷 갈아입어요?"
엄마가 저녁에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랬다며
선재는 내내 묻고 또 물어옵니다,
피아노 대회 우수상 받은 걸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며.
재욱이는 이제 뭐해요 그건 뭐예요 내내 묻고 다니는데
엄마가 뭐 하는지 다 써오랬다나요.
"내가 전화해주께."
쓰고 다니느라(모르지요, 그리는 건지) 놀 걸 못논다 싶어 이리 말해주었지만
그런 일로 전화까지 한답니까, 부모님들이 이해해주실 테지요.
힘들어서 못움직이겠다는 영빈이는 살이 쪼끔 더 붙어왔고
동생 지수는 영빈이의 말썽같은 행동에 엄마처럼 제 오빠를 야단칩디다.
5학년이 혼자라 외로울까 마음이 쓰이는 민형에게,
형님노릇도 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말고도 예서 누릴 수 있을 것들에 대해 말하는데
제(자기)가 더 아무렇지도 않게 나름대로 재밌노라 합니다.
이름이 참 고와 자꾸 쳐다보던 설이,
눈 떼꿈거리며 잠이 덜 깬 짜증이 묻은 한슬이,
목소리 큰 지선이,
수형이랑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은 형아 민형에게 좇아가고,
내성적이라더니 웬걸 싶은 준영이,
어데고 끼여있는 장난꾸러기 준희,
참한 지윤이와 지호,
그리고 계자에 참 오랜만에 새끼일꾼이 된 언니랑 나타난 나은이.

서울에서 승현샘, 영빈 지수 수형 민형 데리고 내려오는데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고,
영빈 네 번 울고 웃고,
주변 어른들이 뭐라 그러고,
역무원이 세 차례나 좇아오고...

점심을 먹은 아이들은 공동체 아이 류옥하다를 따라 다녔지요.
"애들이 자꾸 나만 따라와요."
귀찮기보다 은근히 자랑스런 말투입니다.
"쫄랑이는 지나는 산개랑 결혼을 해서
까미랑 저미랑 다른 세 마리 새끼를 낳고..."
물꼬 짐승들의 계보며 곳곳에 대한 안내를 하고 다니데요.

그림놀이 하기 전 물꼬 예비수영장에 가서 한바탕 물에 적셨지요.
날이 좀 더워야지요,
그래도 예는 좀 낫지요.
포도밭에 오를 어른들도 게서 몸 식히고,
아이들은 비닐로 노는 그림놀이를 위해 고래방으로 모였네요.
이 산골짝 조중조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들여주는 전설에 꼭 화자로 나옵니다.
석기봉에 사는 도깨비들 이야기도 그분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비닐을 뚫고 나오지 못해 한 도깨비가 세상을 떠나고,
슬픔에 잠긴 그네를 위해
오늘 우리는 바로 그렇게 걷어낸 비닐 가운데서 쓸만한 걸로 그림을 그렸다지요.
오줌패는 <깨끗한 지구를 원해요>를 그리고 있고,
똥패는 다시 두 패로 나뉘어
환경문제를 다룬 <파리의 고통>과
<저주받은 종이 인형>이라는 납량 특집물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 제 나름의 뜻대로 하려 더러 의견이 여러 갈래다가
그 상황에서 백 퍼센트 설득은 안되지만 접을 것 접고 그런대로 마음을 맞추었답니다.
지영샘과 경애샘이 애 많이 썼네요.
승현샘과 은숙샘도 같이 했구요.
저녁 한데모임에서 서로 펼쳐서 보여주었겠지요.
재혁이가 설명할 제
마음 앞서는 지원이 보조설명자처럼 따라다니며 저 나름대로 덧붙이고
그런 지원이를 지선이는 잡으러 가고...
그림보다 더 예쁜 아이들 풍경이었더이다.

오후의 달골 포도밭에선
포도송이들을 아래로 내리고,
포도 줄기를 쳐놓은 철사에 집어두기도 했네요.
"속이 말끔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자기 관리로서의 운동과는 다른."
형길샘이며 모두 함께 건강한 노동이 가져다준 오랜만의 기쁨을 노래하데요.
인숙샘은 그럽디다.
"정성이 없다면 일이 안되고, 정성은 어디서 나나, 흥이 있어야..."
포도밭에 쏟는 샘들의 정성 보며
이런 정성이 물꼬를 만들어가는 구나,
놀라운 걸 많이 봤다 증언(?)했지요.

경훈샘 형길샘은 물꼬논의 물꼬를 정비하러 갔더랬습니다.
낫과 삽으로 길을 내고 두더쥐가 파놓은 구멍을 막았다지요.
"나는 못보는 것을 경훈샘이 보는,
자기 생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가 그걸 느꼈습니다."
경훈샘을 바라보며 형길샘이 말했지요.
"도대체 무슨 열정으로 저리할 수 있을까,
몇 년동안 와서(97년부터) 물꼬 품앗이로 있었던 거 하고
한 해 밥알 한 게 비교가 안되는구나...
물꼬가 해주는 것도 없는데 내 집일보다 더 열심히들 하고..."
경훈샘은 형길샘을 보며 어른들 하루재기에서 그랬지요.
"둘이 짰네, 짰어."
우리들은 놀리며 웃었지만,
자기 삶의 축에 대해, 그리고 정성에 대해 깊이 생각한 소중한 밤이었더이다.

재욱이랑 형길샘의 에피소드도 한 밤 웃음 넘치게 했네요.
형길샘은 일곱 살 재욱이가 점잖아 제법 큰 아이로 본 모양입니다.
고래방 뒤 씻는 곳에서 대동놀이 뒤 머리를 감겼다는데
눈에 비누가 잘못 들어가 난리였다지요.
"물에다 씻어."
그리고 덧붙였답니다.
"야, 세수는 혼자 해."
다 하고 나간 재욱이, 고래방을 돌아가기 전 어둠 저편에서,
"저는 혼자서 머리 못감는단 말예요."
그러고는 픽 가버리더랍니다.

소희샘이 왔지요.
초등 4학년 때부터 물꼬 어린이 극단에서 무대에 오른 인연을 시작으로
계자로, 새끼일꾼으로,
그리고 대학 1년생이 되어 품앗이 일꾼으로 왔습니다.
"대학 제대로 못가면 물꼬 가는 것도 끝인 줄 알아."
엄마의 엄포가 있었다지요.
"정말 열심히 그렸어요, 그리고 또 그리고..."
물놀이 한 빨래를 돌리고 마른 빨래를 걷어들이고 개고,
아는 공간이니 익숙하게 제 일 찾아 움직이고 있더이다.

7월 판화특강을 오려고 답사겸 함께 한 인숙샘,
캠프 진행 과정을 배우고 익히러 온 지영샘과 경애샘은
살아온 날들을 들려주는 시간도 한 밤에 가졌습니다.
어떤 생이 굴곡이 없었을라구요,
사느라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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