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자 104 이틀째, 6월 25일 흙날 덥기도 덥네요

조회 수 1322 추천 수 0 2005.07.08 17:26:00

계자 104 이틀째, 6월 25일 흙날 덥기도 덥네요

여름날엔 주로 손빨래를 합니다.
오늘 어스름녘에 빨래 잠깐 하는데,
티셔츠가 무려 네장입디다.
땀 무지 나는 하루였네요.

아침 때건지기가 끝나고 '우리 가락' 하러 고래방에 모였습니다.
공연 같은 판소리 한 자락도 듣고
강강술래에 쓰일 노랫말들을 익히고,
역시 공연 같은 설장구 한 판 구경하고
타악기 하나씩 쥐고 두들겼지요.
지난 계자도 그렇더니 징은 아예 우리 동희 차지입니다.
그 아이 상설학교에서 같이 판굿하며 징을 내내 맡겨도 좋겠다 싶더이다.
다른 때 흔히 배우는 일채니 이채니 삼채니 하지 않고
기본 호흡 삼박자를 익히는데,
것도 좋데요, 사물 완성도야 떨어지겠습니다만.
함께 하는 어른들도 뚱땅거리며 흥에 겨웠지요, 짧으나마.

저마다 하고픈 걸 찾아들어간 열린 교실.
인숙샘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스티커로 만들어 내려와
지선 류옥하다 지호 설 선재에게 내밀며 그걸 재료로 이야기책을 만들라했네요.
수업하는 가운데 고래방에서 둥구미 짜다 바깥이 궁금해서 왔다는 지선이는
자기만의 언어로 제목을 잡아 뚝딱 만들고는 또 어느새 사라지고,
류옥하다는 '매일 좋은 하루'란 제목에 뭐 말 그대로 제(자기) 삶을 그려놓았습니다.
생이 그저 재밌다는 그이니.
지호는,
보통 처음 계자를 오면 언니를 따라가기 마련인데 홀로 이 교실을 와서,
혹 언니 지윤이에게 말하는 건지 놀림 받는 동생 이야기를 담았고,
설이는 지금 배가 고파 빵집 이야기가 나왔다 합니다.
선재는 아버지가 없는 가정일지라도 남겨진 가족들이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
새끼일꾼 선아는 8칸이나 되는 얘기를
형님답게 진중하게 넘치는 의욕으로 짬짬이 시간을 내 완성을 해냈더랍니다.

한 땀 두 땀 바느질하는 규방을 들여다보니
엄마 드린다고 만든 머리끈에
절 괴롭히는 남자친구들한테 던지겠다는 콩주머니를 만든 지윤,
바느질이 손에 이미 잘 익어져있는 지수,
시집가면 다 하는 거라고 엄마가 위험하다 해서
예 와서야 처음 바늘을 만져본 선재
(이야기책 만들기에 건너가 벌써 교실 두 탕을 뛰고),
그리고 참말 부지런히 만들고 말도 그만큼 하고 있는 나은이가 있습니다.
근데, 천조각을 기념으로 조금씩 가져 갔다네요.
물꼬에 누가 가져오는 것만 봤지
세상에, 갖고 나가는 건 본 일이 없어(?)
더 예쁜 큰 천으로 돌아올 것을 굳게 믿겠습니다요.(나은아, 지윤아, 선재야, 지수야!)

투명의자까지 만들자던 뚝딱뚝딱 목공실의 수형 민형 재욱이는
물꼬에서 만날 삐걱거리고 있는 우체통을 새로 만들기로 하였답니다.
드릴로 나사못을 빼는 것에 아주 재미를 느껴 열중하고 있더라지요.
드릴 속도와 손가락 힘을 나눠 쓰는 과정이
아이들의 산만함을 극복해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이게 하는
좋은 공부가 되더랍디다.
"페인트 있어요?"
칠할 생각까지 하더라지요.
아직 미완인데, 다시 와서 하겠다는 그들입니다.

폐강의 위기에서 둥구미 짜기는
선진샘과 소희샘의 끈질긴 포섭작전에 용빈이와 지선이 들어갔습니다.
실습하는 어린이집에서 둥구미 엮는 걸 배우며
계자 와서 써먹어야지 했다는 선진샘입니다.
그런데 그 지선이마저 밖이 궁금해 나가버리자
용빈이를 사이에 두고 샘들 수다 떨며
아이들노래 시디에 걸어놓고 고래방을 다 차지하고 행복하게 보냈다데요.
예—Ÿ디다.
종이컵을 뼈대로 여러 크기로 엮어 주발도 국그릇도 밥그릇도 만들고
잠자리에 지네에, 이야!
그런데 그리 좋은 재료로 그렇게 좋은 것 안만들면 안되지요, 하하.
슬쩍 이것에 빗대 물꼬 생각 한 자락 해보는 겁니다.
교육이 돈이고 돈이 교육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굳이 값비싼 한지끈 아니어도
그걸 대체할 수 있는 노끈도 있고 빨래끈도 있고
비닐 잘라 쓸 수도 있고 신문지로 말아 끈으로 쓸 수도 있고...
그 깊은 한지 맛은 하나쯤의 견본으로도 보고 만져보는 것으로
충분치는 않으나 느껴볼 수 있잖을지요.
그래도 그래도, 둥구미는 참말 곱습디다요.

'다 좋다'는 아주 승현샘의 전용방이지요.
재혁 준희 준영 동희 한슬이가 따라나섰습니다.
물꼬 논의 벼도 보고 우렁이도 만나고 피도 뽑고
물가로 가 고기들과 같이 헤엄도 치고
올챙이에서 개구리까지의 변화들도 눈에 담은 뒤
들어와서는 모여앉아 저들 활동을 커다란 종이에 그림으로 담고 있데요.

저녁 한데모임에서 열린교실 소식들이 서로 펼쳐보여졌겠지요.
서로의 성과물들에 진지합니다.
"너는 얘기도 안해주면서, 웃지 마."
좀 아팠다 이제 몸이 회복된 일곱 살 지원이 팔팔해져서는
까불락대는 지선에게 톡 쏘아 붙여서
모두를 웃음 도가니에 빠드린 일도 있었답니다.
지선이, 제(자기)가 만든 이야기책을 안들려주겠다던 전 상황이 물론 있은 다음이지요.

보글보글방은 늘처럼 잔치입니다.
호떡 반죽이 너무 적다며
지원 선재 한슬 준희 재혁이는 한소리들 하더니
잘 나눠먹는 지혜로 모자람을 채웁니다.
지선이의 칼질이 무섭더니
더운 열기를 무릅쓰고 열심히 저은 영빈이의 손맛이 더해져
너무나 일품인 떡볶이가 나왔지요.
삼색수제비는 재욱이 혼자 반죽을 떼고 있네요.
엄마랑도 자주 요리 한다며 형길샘한테 자랑이 대단합디다.
김치 멸치 알밥엔 어른이 몇이나 들었습니다.
젊은 할아버지까지 출두네요.
평소에 먹던 음식으로 새로이 만난 요리가 나오는 것에 신기해라고들 합니다.
용빈이는 칼질이 정말 무섭다데요.
경단과 수박화채 모둠은 우아한 음식을 우아한 몸가짐으로 한다며
자근자근 말도 읊조려 하고
다른 집으로 상 차려 보낼 땐 꽃도 곁들여 내놓습디다.

점심 때건지기 뒤엔 숲에 들어갔지요.
뱀과 벌에 대한 안내와
다른 존재들을 만날 때의 예의를 들은 뒤
긴 팔 긴 바지에 양말까지 잘 껴 신고 나섰습니다.
첫째마당 숲 탐험,
둘째 마당 계곡탐험,
셋째 마당 물꼬 본 수영장이라는 안내도 나갔지요.
숲에 신기루마냥 자리를 차지한 딸기나라는
오랜 가뭄으로 벌써 지쳐있었습니다.
계곡에서 만나는 오디나라 역시 다르지 않았지요.
그러나 눈과 손으로 만나는 한 두 개의 오디와 딸기에도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소박함을 보는 즐거움이 컸더랍니다.
물꼬에는 고래방을 고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물꼬의 계자가 다른 캠프란 다른 한 모습도 예 또 있네요.
이곳은 삶터지요, 농사를 짓고 사무실에 일이 돌아가고 하는.
그래서 내려오는 걸음이 더 잰데,
동희 민형 수형 준영 재혁 류옥하다가 그 속도를 다 따르고 있습니다.
가운데패는 형길샘이 뒷패는 승현샘이 함께 하고 있었지요.
"샘, 검도하셨지요?"
푸하하, 풀섶 헤치느라 막대기를 휘두른 모습에 아이들이 던진 말입니다.
검도하는 상설학교 아이들 틈에서 더러 죽도를 만져보긴 하였지요.
알게 모르게 익혀지는 우리 삶의 많은 자국들, 참말 무섭습디다.
뒷패도 얘깃거리 넘쳐납니다.
선재랑 지선이 같이 내려왔다지요.
"언니 지금 울고 있거든."
"나 안울고 있거든."
그렇게들 주고받더랍니다.
지선이는 거의 다 와서 울 듯하더니 지 스스로 흥에 겨워 웃으며 춤도 추더라지요.
아, 준영이 발 뒷굽을 조금 다쳤어요.
"괘한네.(괜찮네)"

언제나처럼 대동놀이에 장작놀이,
그리고 감자싸움 한 판까지 이어졌습니다.
아, 고래방에서 이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그림동화도 보았지요.
내용으로는 어려울 수도 있었을 걸,
빨려들 듯이, 정말이지 화면 안으로 다 들어가 버릴 듯 보고 있었습니다.
여름밤의 고요만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지요.
음악을 잘 골라준 선진샘,
시스템에 문제가 좀 있었는데도 무리하게 보자는 진행상황을 듣고
비지땀 흘리며 설치를 한 승현샘 도움이 컸더랍니다.

아이들 머리맡에서 동화책을 들려준 뒤
어른들은 가마솥방에 모였지요.
"아름다운 곳 안에 있어서,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이고, ..."
잠을 설치며 이른 아침 풍경부터 사진에 담았던 인숙샘입니다.
아이들 얘기도 얘기지만
물꼬가 하는 농사, 특히 논농사에 대한 얘기들도 많이 오릅니다.
샘들이 밭으로 논으로 나가보았으니 더하지요.
물꼬 논농사는 작년엔 오리농법으로 올 해는 우렁이농법으로 하고 있습니다.
논농사가 처음인 사람도 있고,
모 심는 것까지는 어예어예 해봤는데 피뽑기는 처음이라고도 하고,
말로만 듣던 우렁이 실제 하는 것 첨 봤는데
우렁이가 알에서 나온다는 것도 그 알이 예쁜 분홍색이란 것도 역시 첨이라고도 합니다,
물꼬 논은 다른 논의 썩은 내랑 냄새부터가 다르다고.
"농약을 치지 않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농사를 짓는 물꼬의 모습이 귀하다..."
은순샘이 그러데요.
대동놀이, 이런 것만으로도 다른 연령대 사람들이 하나로 모이는데 감동했다며
지영샘이 비로소 하는 고백도 있습니다.
"물꼬 처음 왔을 때 사실 시설도 엉망이고 파리도 많고..
진짜로 불편하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참 오랜 시간 머문 것 같은, 집 같은 느낌이라 합니다.
물꼬 밥알 식구로 이번에 부엌일을 도운 문경민님은
아이들이 피아노를 너나없이 배우는데 손목 움직이지 않는 것부터 익힌다는
뜬금없을 것 같은 말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6학년도 바느질이 잘 안되기도 하는데..."
애들을 뭘로 만드는 걸까 싶다며
물꼬가 하는 여러 공부들에 대한 귀함을 짚고 싶으셨나 봅니다.

짧은 일정이 외려 힘이 들 때가 많지요.
길면 호흡을 조절해가며 할 수 있는데
사흘 계자 같은 경우는 집약적으로 쫘악 하다보니.
욕심을 놓는다 놓는다 해도
짧은 시간 안에 뭐라도 더 하자 하고
진행하는 쪽에선 막 프로그램들을 구겨 넣는 수도 있고.
게다 공동체의 큰 식구가 둘이나 빠져있고
안의 식구 가운데 계자를 전반적으로 꾸려본 경험이 적은 이즈음,
그런데도 다른 어떤 계자보다 올 해의 계자 두 차례가 외려 여유가 있었던 건
자꾸 오는 품앗이 일꾼들(다른 분들도 고맙지요만),
특히 승현샘 형길샘 선진샘 같은 상황을 잘 아는 손들이 함께여서 그러했다 싶어요.

산골 밤이 아주 아주 깊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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