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10일, 밥알 모임

조회 수 1038 추천 수 0 2005.07.20 12:03:00

7월 9-10일, 밥알 모임

공동체, 별로 어려울 것도 없지요.
얼마나 신나는 공간인지요.
자기 삶을 뜻한 대로 살아보려는 이들이 모여 의지하며 살아가는 일,
매력 있지요.
그런데 혹여 우리는 필요할 때만 공동체를 들먹이지 않는지,
좋은 데만 갖다 부치는 건 아닌지,
공동체가 책임져야 할, 자기를 내놔야할 부분은 생각 않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공동체가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겠네 싶은 요즘입니다.
사람들은 더러 '공동체'에서 위로 받으려 하거나
혹은 공동체가 다 '품어야' 한다 생각들을 하는데,
아무렴요, 그러면 좋다마다요,
그런데 바로 그렇게 말하는 당신이 와서 위로하고 품는 그 일을 함께 하면 안될지요.
우리는 그저 아이들 건사하고 새는 비 막고 나는 풀 베느라 여념 없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그대가 와서 그 일을 나눠주면 어떨지요...

동화 한 편 스크린 위에 올려 보면서 밥알 모임을 열었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물꼬의 가치관 아래 아이들을 보냈다고는 하나
살아온 날도, 살고 있는 것도 다르고
말법도 다르고 한 가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 다릅니다.
때로는 진실은 하난데, 그 현장에 같이 있었는데도,
기억이 다 다르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를 걷고 있는가,
우리는 무슨 말을 어찌 하고 살고 있는가,
우리 마음엔 무엇이 머물고 있는가,
꺼내고 바라보기를 하였더랍니다.
자기 크기가 우주의 크기일 밖에요.
그래도 늘 너끈한 건
우리가 아이들 앞에 서 있다는 사실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얼렁뚱땅 이해하려 드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러한가를 잘 살피며
자기 마음에 들앉은 생각을 끊임없이 고쳐놓으며 앞으로 가고자 하는 거 아닐지요.

흙날엔
김영규님 김경훈님 김준호님이 조릿대집을 손보고
김상철님 한동희님은 농자재를 보관할 비닐하우스를 지었지요.
류기락샘 은순샘 선진샘부터 다른 밥알식구들은 포도봉지를 씌웠더랍니다.
해날엔
모두 포도봉지를 싸느라 매미처럼 달라붙었더이다.

밥알들이 돌아갔습니다.
마음이 싸아합니다.
귀한 시간들에 모여 더 아름다운 얘기를 나눌 수는 없었을까,
'그'를 이해하는데 가로막혀있는 '나'를 보지 못한 건 아닐까...
오늘 어둠이 내린 큰 마당에서
밥알들과 함께 했던 훌륭한 시간들,
밥알들이 보여주었던 신뢰와 북돋움과 손발들을,
다시 더듬어보았더랍니다.
늘 고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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