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계자 이틀째, 8월 2일 불날 계속 비

조회 수 1335 추천 수 0 2005.08.06 03:58:00

105 계자 이틀째, 8월 2일 불날 계속 비

아이들이 고래방으로 걸어 들어옵니다.
요가로 몸을 풀고 깊이 자신을 바라보는 아침 해건지기를 할 참이지요.
"수현아!"
"네!"
"경목아!"
"네!"
처음엔 놀란 토끼처럼 왜 부르나 하더니
자연스레 시상식에 무대로 나오는 배우처럼들
이름을 불러주면 하나하나 예쁘게 대답하며 자리를 잡습니다.
날마다 선물을 받는 기쁨처럼 아이들과 이렇게 앉는 아침은
물꼬가 가진 큰 복이지요(상설학교 아이들은 아예 예 들어와 사니까요).

아침 때건지기 전 아이들은 두 패로 나뉘어
느린 걸음으로 들길을 걷거나 묵언 속에 호미 들고 김을 맵니다.
푹해져오는 마음이지요.
우리 생을 채우는 소소한 기쁨들이 이 같을 텝니다.

아침 때건지기, 밥상머리공연이 있었지요.
유상샘이 아침마다 바이올린을 들려주기로 하였더랍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 앉았는 것처럼.
그래서 만들어놨던 가마솥방 무대지요, 피아노가 있는.
"잘한다아."
선재가 눈이 마주치자 건네는 말입니다.
기환이도 뎅그란 눈을 못떼고
병권이랑 경준이도 열심히 듣습니다.
모두 데굴데굴 무대로 눈을 굴리네요.

오전엔 열린교실이 한창이었지요.
놀자 놀자에서 창기 재형 진배 기환 정훈 주환이는 놀잇감을 만들었습니다.
만들고픈 것은 많으나 연장 다루는 손이 도와주질 않아
그물 하나 겨우 만들고 지루해하더니
족대들고 고기잡으러 가서는 역시 잘 고른 열린교실이라고 신이 났다지요.
차분하게 톱질도 잘하던 창기는 페트병으로 어항도 만들었네요.
손 움직임보다 말이 더 많은 재형이도 집중은 떨어져도 열심입니다.
진배는 말없이 지켜봐주는 큰 형님처럼
샘을 곁에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도 주더라지요.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못할 것 같던 기환이도
기어이 혼자서 나무를 깎고
정훈 경목 주환이는 그물망 들고 젤 신나게 물고기를 좇아다녔답니다.

다시쓰기는 정말이지 귀한 시간입니다.
물꼬의 가치관을 잘 반영할 수 있고
아이들의 기발함을 어느 교실보다 풍성하게 만나게 되지요.
연호는 홀로 많은 정성을 들이며 세밀하게 그야말로 작품, 배와 자동차를 만들었고
민혁이는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로켓과 배를,
호정이와 선아형은 나비 안경 잠자리 거북이 파리를 내놨네요.
주운 종이, 허드렛 물건들로도 부자들이었답니다.

풍선을 다룰려고 공부까지 하고온 승현샘이 교실을 열었지요.
선재 한슬 승호 승현 영서 류옥하다가 불고 꺾고 휘고 날리며
만들고 싶은 것, 물꼬에 와서 바라는 것들을 풍선으로 표현했답니다.
앉아서만 하다가 물풍선을 만들어 마당으로 달려나가
신바람나게 몸도 썼다지요.

'다좋다'의 정훈 창욱 지선 연규 해인 태우 동희는 뭘 했을라나요?
페트병으로 어항을 만들고 족대도 빌려 달골 가는 계곡으로 나갔는데,
한동안 흥분한 나머지 물고기를 찾지 못했다는데,
심드렁해질 무렵 물고기 떼가 나타나주었다지요.
그런데 동희가 그만 바위에 긁혀 다리에 피가 나고 말았다 합니다.
이근샘이 헝겊을 찢어 잘 묶어주었다데요.

세인 이예지 영인 다미 민지 주현 대호는 한땀두땀 바느질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수민이형 미리형이 맡은 교실이지요.
"이곳에서 샘의 역할을 어찌 규정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과거에 내가 가지고 있던 느낌을 가지고 그냥 움직이는 것,
잘은 아니지만 적어도 틀린 건 아닐 거다,..."
그래요, 새끼일꾼들은 수민이형 말처럼 물꼬에서 그들이 배운 '과거의 느낌'을 가지고
후배들과 좋은 시간을 나누지요.
쿠션들을 들고 한데모임에 자랑하러들 나왔더랍니다.

뚝딱뚝딱은 고래방 앞에서 천막을 치고 자리 잡았네요.
물꼬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목공교실이지요.
모둠방에 있는 부서진 수납장이 걱정이더니
기원 경훈 철민 병권 희주 용석 무열이형이 말꿈히 고쳐놓았습디다.
톱질 망치질 제대로 배웠다고 아주 뿌뜻해하는 기원이가 있는가 하면
뭐, 철민 병권이 중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양파껍질로 옷감을 물들이는 소영 유림 곽예지 유찬 도현 휘연이는
오방색이며 색의 섞임, 그리고 심연을 치유하는 천연염색에 대한 선진샘의 얘기에도
옷감에 드는 물처럼이나 재밌어라 하고 있데요.

오늘 점심은 아이들이 준비합니다.
보글보글방이지요, 잔치입니다, 잔치.
시골 잔치처럼 집집이 품앗이를 하는 거지요.
떡을 주제로 떡볶기 떡부침개 떡국 떡꼬치 떡잡채 떡산적,
그리고 후식으로 과일 오미자 화채가 나왔습니다.
승현샘은 상 두개를 다른 때처럼 길게 하지 않고
기역자로 배치해놓으니 좋더라고,
오는 품앗이샘들이 맡은 수업마다 여러 실험들을 해보고 그것을 잘 나누지요.

오후의 고래방엔 우리 가락을 하러 아이들이 들었답니다.
판소리 가락도 익히고 풍물 가락도 두들겨봅니다.
낼 있을 풍물특강 예비수업인 셈이네요.
앞 시간은 더러 졸음에 겨워도 하더니
둘째 마당은 좀 익혔다고 흥이 넘쳐 앞에서 진행하는 이도 신이 났더라지요.

시간들 사이사이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아이들의 놀판도 구경거리입니다.
수업과 수업 사이가 그저 쉬는 시간이란 이름에 불과한 여러 학교들과는 달리
예서는 그 시간이 어떤 프로그램보다 빛나기도 하지요.
오늘은 아이들 틈에서 열택샘이 오목을 두었다는데,
아 글쎄, 내리 열 다섯판을 이겼다네요.
열 판쯤 하니 알겠더랍니다,
아이들은 자기 이길 것만 생각하더라고.
우리(어른들)를 반영하는 아이들을 통해 우리를 또 깊이 돌아보았다지요.

한데모임을 했겠지요, 저녁마다 함께 앉아 얘기 나누는.
여덟 살 류옥하다가 진행을 맡겠다고 나섰습니다.
아이들은 저들 속에서 또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자가 부르면 차례차례 꼬박꼬박 잘도 나가
저들 낮동안에 모은 성과물들을 잘 펼쳐주데요.
일곱 살 인형 같은 영인이도 저가 만든 쿠션을 들고 앞으로 나섰습니다.
"쟤 귀여워. 저 크기(쿠션)가 얼굴이랑 딱 맞아, 딱 어울려.
저 자체가 귀여워, 얼굴도."
영인이가 귀여워 죽겠다는 류옥하다,
양갈래로 묶은 하다가 너무 예뻐 사랑한다는 여덟 살 지선이,
얘기 많은 아랫것(?)들로 푸지게 웃어보는 시간들이랍니다.

한 밤, 우리는 고친 고래방에서 처음 새 스크린도 써봤다지요.
"서사구조와 탁월하게 어우러지는 이미지의 탁월함"
이근샘이 그리 표현한,
동화를 해석한 솜씨가 뛰어난 그림 동화 한 편 읽었더랍니다.
그 밤에 토끼몰이도 떠났지요.
그물도 여미고 신발끈도 조으고 허리띠도 단단히 맨 뒤
각 패의 진행자 뒤를 주욱 이어갔습니다.
토끼가 나타났고 그 순간부터 우리는 죽어라 토끼를 몰았지요,
냄비도 두들기고 막대기를 휘저으며,
더러 발을 삐고 상처가 나고...
두 패서 열일곱 마리에 세 마리를 더 잡았습니다.
"진짜 토끼 잡으러 가는 줄 알았어요."
낼 아침엔 토끼 고기를 먹을 수 있을 래나,
그런데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날 수는 있으려나...

수월한 전체 흐름입니다.
미리 예서 머물고 있던 승현샘, 선진샘, 유상샘의 호흡과 헌신,
한 때 이곳 공동체 식구였고 성실한 농꾼으로 움직여주고 있는 열택샘,
전천후 전방위 큰 새끼일꾼들 수민이형 무열이형 미리형 선아형,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안정감으로
터줏대감처럼(아니, 사실이기도 한) 움직이는 이근샘과 태석샘,
몸으로 아이들을 다 받아주는 근영샘 창원샘,
가마솥방에서 커다란 뒷배가 되어주는 김애자님,
그리고 오며 가며 손보태는 도움꾼들과 공동체 식구들,
무에 그리 중뿔난 이가 있을 라구요,
참으로 훌륭한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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