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계자 사흘째, 8월 3일 물날 내리꽂히다 간 비

조회 수 1650 추천 수 0 2005.08.08 14:45:00

< 105 계자 사흘째, 8월 3일 물날 내리꽂히다 간 비 >

간밤, 창대비 내렸지요.
어른 모임이 있는 아침 6시 30분,
누구 하나 고래방으로 건너갈 엄두를 못냈습니다.
날은 컴컴하지요,
비는 지붕에 구멍이 뚫리지 않을까 걱정할 만치 퍼붓지요,
무슨 일이 나고야 말겠다 싶은 거센 빗줄기였더이다.
어른들은 겨우 7시께나 책방에서 몸을 풀고
아이들은 모둠방에서 좁은 대로 해건지기를 하였습니다.
밥상머리에선 바이올린 연주가 이어졌댔지요.

안에서만 꼼지락거리는 열린교실이네요.
어제 옷감 물을 들였던 아이들은 올이 풀릴까 감 끝처리 바느질을 하고 있데요.
부끄러움 많은 유찬이, 실이 꼬이고 매듭이 안묶여져도
넘들처럼 해달란 소리 한 번 아니하고 등을 돌리고선 씨름을 하더랍니다.
지현이가 보다 못해 샘을 불렀더라지요.
그런 날이 다 있데요, 아마 억수비도 한 몫 했겠지요.
목공실이 문을 닫았답니다, 폐강이지요, 아무도 수강신청을 아니한 겁니다.
진배와 정훈이는 잠자리와 외계단을 만들고는 딱지를 접고,
민혁이는 무려 이틀을 바쳐 기어이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배를 만들어내고,
지선이는 깡통 두 개로 배를 만들다 포기해버렸지만 끝까지 그 깡통을 챙겨 놀고 있었고,
열심히 집중했으나 시간이 모자랐는지 영서는 불만스러운 얼굴입니다.
다들 만드는 모습들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다던 태석샘의 얼굴이
더 빛나던 다시쓰기교실이었지요.
놀자 놀자 놀잇감을 만들러온 연규와 정훈이는 놀이판을 만들고,
경호는 놀이판에 쓰는 말을 만들다 어데로 사라져버리고,
희주 기원 주환이는 제기와 딱지를 만들어 아이들을 몇 불러 놀고 있습니다.
풍선다루기는 어제 식구들에다 대호와 동희가 들어가
땅에 모래가 많아선지 풍선이 연신 터지는데도 열심히 불고 만듭니다.
승호는 이전에 해봤다며 손쉽게 심혈을 기울이고
한슬이는 전에 어디선가 본 우산을,
선재는 천사를 만들고 있었지요.

점심 때건지기 뒤에야 비가 멎었습니다.
아이들이 엉덩이를 들싹거렸겠지요.
밖에 나갔던 창욱이와 경호를 만난 이근샘,
계곡에 가서 불어난 물을 같이 확인하고 아이들에게 소문을 내라 하였으나
호기심만 더 부채질했다지요.
물살이 세서 위험해도 한 번 꼭 들어가고픈 아이들의 소망을
힘센 승현샘이 들어주었습니다.
위험하지 않게 깊고 물살 센 곳에 같이 가 줬다지요.
풍물 특강을 오시는 손님 맞을 채비로 새끼일꾼들은 바빴습니다.
아이들이 방학으로 비워둔 곶감집,
젊은 할아버지가 이미 묵은 기를 없앤다 불을 지핀 뒤
세 번은 닦아야 한다는 주장에 걸레질을 하며
옛집이 만들어내는 정취에 흠뻑 취해서 선아형과 미리형은 돌아왔지요.

우리가락 특강이 고래방에서 있었습니다.
광주에서 날아오신 풍물 최고의 강사 동철샘과 도움이 연자샘이 진행하셨지요.
어제 했다고 궁채가 제법 잘도 넘어가더랍니다.
징에 북에 쇠에 물론 장구에 그리고 소고까지 다 꺼내놓고
늘 그렇듯 가락을 금새들 익혔다지요.
동철샘, 어쩜 그리 구수하게 말씀을 잘하시던지요,
곁에 있던 어른들이 더 신이 났더랍니다.

엄청난 비의 후유증이 혹여 아이들에게라도 미칠까
어른들은 바삐 학교 둘레 배수로를 확인하고 더 깊이 팠습니다.
논에 피살이도 떠났지요.
곁에 있는 쉼터 포도밭에선 열택샘이 풀을 베고,
창원샘, 근영샘, 태석샘, 선아형, 미리형은 논의 뻘을 헤치고 피를 뽑았다는데
농꾼들처럼 막걸리도 걸치고 일노래도 부르며 흥에 겨웠다데요.

2003 밀양 여름연국제 "관객이 뽑은 인기상"
2004 거창 국제연극제 "금상"
2004 카이로 국제 실험연극제 초청작
2004 아르메니아 국제연극제 초청작
네, 깜짝공연이 있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 극단 초인의 <기차>를 보았지요.
배우는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많은 말을 들었더랍니다.
차가운 시골역 광장, 차표를 잃어버려 쫓겨난 떠돌이 노부부와
역에서 앵벌이를 하는 어린 오누이가 행인들을 상대로 구걸경쟁을 벌이지요.
그때,
오누이는 포주에게 벌어들인 돈을 모두 빼앗기고 모질게 매질을 당하는데
부부는 피로소리로 남매를 위로합니다.
잃어버렸던 차표를 찾은 부부는 역안으로 뛰어가고,
남매는 탈출을 시도하나 포주의 더 무지막지한 매질을 당하지요.
노부부가 가던 걸음을 놓고 포주를 상대로 오누이와 같이 싸웁니다.
남매가 어디론가 탈출을 하고,
채찍은 잘리고 신발도 날아가고 쓰러진 포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노부부는 그의 상처를 살피고 신발까지 고쳐줍니다.
아하, 그래서 '인간에게서 받은 상처를 인간에게서 치유 받고
상처를 준 인간마저 감싸 안는 이야기라 하였구나,
아하 마술사 부부였던 거네,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마술은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마술입니다."
그래서 나온 문구였구나...
대부분의 관객인 아이들은 포주의 매질에 무섭다 울며 더러 나가기도 했으나
배우들이 쏟는 열정에 까르르 까르르 넘어가
무대보다 더한 시선을 받는 주인공들이 되었더랍니다.
어른들은 무언극이 전하는 메시지에 감동의 물결을 타고 긴 시간 말이 없었지요.
막이 내리고,
우르르 몰려다니며 배우들과 사진도 찍었답니다.

서울서 정인네 식구들도 왔습니다.
개포동에서 글쓰기모둠을 하던 초등 1년생이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고,
그때 갓난쟁이였던 그의 동생이 자라 초등 3년이 되었더이다.
상주의 유기농사꾼, 물꼬의 농사 길눈밝힘이 박종관님네 식구들과 이웃들,
대구에서 곧 계자를 올 아이네,
경기도 광주에서 온 유찬이네,
전라도 광주에서 특강 온 동철샘 식구들,
물꼬에 관한 작은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김효진님과 친구분들,
구미에서 달려온 물꼬 상설학교 아이 예린,
하이구 방학한지 몇 날이나 지났다고 반갑기 어찌나 크던지,
대전에서 고래방 공사일을 맡아주었던 분들,
이러저러 백여명이 됐나봅니다.
같이 행복한 공연을 꾸린 모다 고맙고 또 고맙지요.
잘들 가셨는지...
"무언극이라 아이들이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어른들의 의도와는 별개로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받아들이더라."
근영샘이 그러데요.
이근샘은 오래 가슴에 뭔가 일렁였던지 생각 많은 얼굴입디다.
지독하게 훈련했을 법한,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한 얼굴이 빚는 빛남은
모두에게 큰 선물 보따리가 되었지요.

수민이 형이 미리모임부터 내려와 나흘을 보내고 돌아갔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내 생활을 흔들림 없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이곳의 소중함만큼이나."
아,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부르는 걸지요...
정 많은 다미가 많이 울었더랍니다.
그리들 정을 나누는 이곳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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