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계자, 8월 15-20일, 아이들 아이들

조회 수 1238 추천 수 0 2005.09.08 02:17:00

< 107 계자, 8월 15-20일, 아이들 아이들 >

아이들을 맞았습니다.
관광버스가 한참 늦게 왔지요.
영동역에 모이는 녀석들이 애먹인 겝니다.
전체 안내를 하고 전국교사풍물모임에 가려고 속리산으로 나설 참인데
속이 탔더랍니다
(올 방학엔 세 계자동안 세 공동체샘들이 돌아가며 빠져 연수를 떠나게 되었거든요.
이미 두 샘이 다녀왔고 제 차례가 된 게지요.),
목 아무리 길게 빼도 차가 와야 말이지요.
그렇게 사연 많은 시작입니다, 107 계자.
서울서 차 바퀴 뻥 하니 구멍 뚫려 넷이 늦게 출발했다지요,
1시 모임인 줄 알고 느지막히 왔다는 이도 있고,
도착이 늦어 학교까지 내리 달려 들어왔는가 하면,
또 다른 넷이 영동역에 내리질 못하고 황간에서 내려 학교로 바로 오고,
역시 늦은 도착 두 녀석,
신청도 안돼 있는데 신청했다고 온 아이가 있는가 하면...
뭐 난리법석이 아니었다, 누가 표현하데요.

아이들이 잡니다, 작다구요.
다 모아놓아도 조금 밖에 안돼요.
"준형이구나!"
준형이를 비롯해서 엉덩이가 붙는 법이 없는 녀석에서부터
말꼬리가 긴 놈들하며,
만만찮은 계자겠구나,
상범샘이 또 날 괜히 보내줬다 하겠구나,
아이들 하나 하나 이름 불러보며 지내는 동안에 필요한 모든 안내를 마쳤더랍니다.

다음은 연수를 다녀와 듣거나,
간간이 샘들이 남긴 메모를 중심으로 107계자를 그려본 거랍니다.
제가 간 연수는 흙날 끝나는 것이었으나
새벽 3시 빗속을 달려 이른 아침 학교를 들어섰지요.
조옴(좀) 궁금해야 말이지요.
마지막날 해건지기부터 먼지풀풀, 그리고 갈무리글도 같이 쓰고
아이들 내보내는 마친보람(졸업식)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답니다.

첫날 논밭도 둘러보고 포도밭에서 어슬렁거리다 텃밭에 가서
오이에 가지에 방울 토마토에 깻잎도 따고
토란밭 풀도 살짝 뽑아주었다데요.
우물에서 물 길어 소나무 밑에 심은 나무와 꽃들 물도 주고
고구마밭 가서 순을 따 저녁 먹고 마당에 앉아 다듬기도 하였답니다.
피아노소리며 아이들 뛰노는 왁자함이 저녁 풍경을 한껏 익게 하였다지요.

우리 가락은 두 패로 나눠 연습을 해서
만나 하나로 합쳐 앉은반 판굿을 했다 합니다.
열린교실은 고전적인 교실 중심으로 꾸려졌대네요.
뚝딱뚝딱(목공)과 한땀두땀(바느질), 옷감물들이기, 다시 쓰기(재활용품으로 만들기),
놀자 놀자(놀잇감 만들기), 땅보기 별보기(땅 갈아엎고 씨뿌리고),
그리고 뭐나 다 하고픈 아이들이 모인 '다 좋다'까지
(예전엔 이 교실이 다싫다 였지요.
그 부정성이 싫어 작년 즈음인가부터 다 좋다로 부릅니다.).
보글보글 첫날은 감자가 중심재료였더래요.
감자전, 감자경단, 감자수제비, 야채감자튀김, 감자볶음밥, 감자샐러드빵,
그리고 슬쩍 비껴간 수박화채.
다음은 갖가지 먹고픈 걸 만들었답니다.
떡꼬치, 고구마맛탕, 팥빙수, 호떡, 떡볶이, 부침개, 잔치국수.

그림놀이는 다음날의 연극놀이를 위한 배경그림을 그렸다네요.
모두 아는 옛이야기를 하겠다며 '견우와 직녀'를 골랐습니다.
하늘그림에 불난 비행기, 하늘 과수원,
거기다 글 모르는 현민이 맛간장 글씨보고 맛간장 가게도 그려넣고
백두산 천지도, 로봇 태권브이도 있었다지요.
"까만 도화지 있어요?"
달라더랍니다.
하나 하나 까마귀를 그리고(그럼 까치는?) 오려 오작교라고 미리내에도 걸친 겁니다.
그 정성이라니...

이 계자도 산에 올랐지요.
그만한 공부가 어디 있을라구요.
아침부터 비 내려 갈까 말까 많이도 망설였겠습니다.
그냥 이 골짝 끝 마을 돌고개나 다녀오자 하다가
비가 거세진 않아 일단 나섰답니다,
물 건너기 전까진 가보자며, 비옷 입고.
부슬비이긴 하지만 비를 업고 가니 긴장깨나 했다지요.
앞뒤가 길게 늘어지기 마련인데 거의 동시에 덩어리져서 올랐다네요.
늘 그렇듯 작은 아이들이 즐겁게 산을 잘 타지요,
큰 아이들은 내내 투덜대고 짜증내고, 그것도 많이, 그랬답니다.
정상에 올라가니 12시가 안됐더래요.
보통 3시간 넘어 잡는 길이거든요, 꽤나 걸음이 쟀던 겝니다.
정상, 안개가 껴 어느 것도 보일리 없었겠지요.
그러니 간혹 드러나는 산 아래 풍경에 아이들 질렀을 함성 짐작되구 말구요.
밥 먹고, 역시 1시도 안돼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합니다.
비는 굵어지기도 가늘어지기도 했다 하고.
내려오는 길이니 여유도 좀 생겼겠지요,
내를 건너가는 지점의 계곡에서 실컷 물놀이 했다데요.
물한계곡 주차장에 닿아도 3시 밖에 아니됐더라고.
다른 계자들은 5시에 떠나는 버스를 타고 돌아오거든요.
트럭으로 학교까지 실어 날랐지요, 뭐.

아이들 가운데 2박 3일 지내보고 안되면 전화하라고 한 부모들이 있었답니다.
이런,
그런 여지를 만들어놓고 나면
불편한 것도 더 힘들어지고 별일 아닌 것도 일이 되지요.
칭얼대는 아이 땜에 샘이 힘든 건 다음 문제고
정작 애들이 더 힘들단 말입니다.
그렇게라도 보내는 것이 의미 있다 할 수도 있겠으나
웬만하면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도대체 뭣 땜에 누구를 위해서 그러냔 말입니다.

아이들이 돌아갔습니다.
밤마다 대동놀이들 정말 열심히 하더라지요,
하기야 어느 계자가 아니 그럴까요.
첫날 대동놀이에서 그 흔한 무궁화꽃놀이를 하는데
술래를 부르느라 목이 다 쉬었답니다,
아이들 사이로 간 술래들이 돌아오지 않으니.
그것도 재미가 다 되었더라지요.
아픈 애도 없었고,
날마다 물놀이 한 두 번씩은 하며 보냈답니다.
비 내리니 마당에 장작불을 피울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애들이 워낙에 정리가 안돼서' 마지막 밤 장작놀이는 촛불잔치로 대신했다데요.
게다 마지막날 아침 해건지기 하자고 고래방을 들어갔더니
붕붕 날아들 다닙디다.
이거나 좀 알고 가라고, 그 아침 아이들과 한 시간이나 해건지기 했네요.
재밌지요,
그 계자 분위기는 마지막날 갈무리글을 써보면 한층 명확해집니다.
아니나 다를까, 글이 조금, 음, 뭐라고 할까, 깊지 않더라고 말하기도 뭣하고...
뭐 그랬답니다요.
그런데 뭘 그리 바라는 게 많습니까요,
마흔 하나의 우리 아이들 건강하게, 신나게 놀다가는 저 등들을 좀 보셔요.
꽁무니가 뵈지 않을 때까지 떠나는 버스를 향해 손 오래 흔들었습니다.
의로가 자꾸자꾸 내다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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