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 계자, 8월 15-20일, 어른들 어른들 >
아이들 보내놓고 샘들은 갈무리를 하러 둘러앉았겠지요, 늘처럼.
"처음 왔을 때는 캠프를 배우려는 목적을 가지고 와서 맘껏 누리지 못했는데
이번엔 잘 누렸습니다.
바로 앞에 캠프를 하나 하고 왔는데, 쉬운 게 아니더라구요.
물꼬 사람들은 한두 번도 아니고 어떻게 늘 할까...
물꼬에선 몸은 힘들어도 편하게 했습니다.
밥도 특별하게 맛있는 게 아닌데, 그런데 많이 먹게 되고,
대동놀이도 뭐 특출한 것도 아닌데 내가 계속 뛰어다니고 있고,
기술적인 게 아니라 사람이 그 안에 있어서 그런 것 같애요."
정지영샘이 그랬다지요.
태석샘은 여름 계자 셋을 내리 함께 했습니다.
"한 달 목표도 들어와 계자 세 번을 했는데,
여유가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밖에서 일어난 일 접하지 않고 여기서 지냈는데, 사회와 단절해서,
미래에 제가 할 직업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물꼬가, 제가 나중에 하려고 하는 일에 영향을 많이 줍니다."
사람들이 궁금했겠지요.
"뭔데요?"
차별 없는 교육을 하고 싶답니다.
"성남이(106 계자)가 다른 아이랑 어울리는 것 보며 많이 좋았고,
사회는 이런 걸 뒷받침 해주지 못하거든요..."
되려 물꼬가 고맙지요.
"아이 때 와서 새끼일꾼을 거쳐 품앗이를 하고 있고 논두렁도 하고..."
소희샘이지요.
"아이였을 때 밤에 교사회의에서 나오는 웃음소리가 정말 궁금했어요.
항상 뭘 먹는 것 같았고, 과일이며 비타민 씨며 마실 거며 드시는 것도 봤고...
새끼일꾼 땐 제 생각이 많았어요.
지금은 아이들에게 제가 어떻게 비쳐질까를 많이 생각해요."
그러면서 덧붙였답디다.
"산에 갈 때 이제 다시는 안올라간다 했어요, 다리가 너무 아파서,
그런데 맑은 날 다시 올라가 볼려구요."
은숙샘은 당신 아이들(현빈이와 성빈이, 106계자)을 통한 계자의 재미를 들려주었네요.
"우리 애들은 물꼬 와서 많이 배워요.
배운 걸 둘이서 놀고.
집에 와서도 반복하며 되새김질하는 거예요.
학교 가면 샘이 그런대요,
너희들은 물꼬 가면 뭘 배워 오길래 애들한테 무얼 자꾸 가르치고 그러냐고..."
내영샘은 처음 물꼬를 오는 품앗이의 한 전형이지요.
"설거지도 안 해보고 청소도 빨래도 안 해보고..."
물꼬가 우리 삶을 잘 돌아보고,
삶에서 정작 무엇이 필요한가 생각해보는 자리가 되는 게지요.
그리고 우리들이 살아오며 '배움'이라 불렀거나 알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가도 확인하는 겁니다,
단추 하나 달줄 모르는, 그런 게 아니해도 되는.
애들이 그렇더만
어른들도 계자 마지막 영동역에서 하는 '물꼬장터'에 모이라 모이라 해도
멀찍이만 있고 아니오시더라지요.
"애나 어른이나 자고로 똑같다."
상범샘이 꼭 전해달라 합디다요.
담에 또 인연이 닿을 땐 제발 모여달란 말일 테지요.
여름내내 머문 선진샘 태석샘 선아형, 아이구 욕봤슴다,
누구보다, 없었음 아예 계자를 못했을 가마솥방의 김애자엄마, 정말 정말 고맙슴다.
김정희엄마도 와서 가마솥방을 도왔고
효진샘도 귀한 휴가를 예다 다 쓰고 갔지요.
안에서 계자가 굴러가고 있는 동안
들일을 맡고 있던 은순샘 열택샘 젊은할아버지를 비롯한 공동체 식구들,
모다 모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물꼬의 뜨거운 여름날이 가고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