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아침, 아침뜨락을 걸었다.

걷는수행이기도 했지만,

어제 들여온 꽃들을 어디 자리 잡을까 그려보는.

물꼬다. 기쁘다.

그렇다고 주말에 돌아올 물꼬만 바라보고 사는 주중의 제도학교 삶은 아니다.

거기서는 거기 삶에, 여기서는 또 여기 삶에 집중할 뿐.

 

더웠다. 30.

해가 없어 그런지 어제보다 1도 낮아진.

그래도 더웠다.

부엌 선반을 닦아내는데 땀이 삐질삐질.

통로 먼지 쌓인 신발들 빨고,

어제 한 교장샘이 전해준 상추로 샐러드도 해서 밥상을 차렸다.

 

오전에는 전기회사에서 사람이 다녀가다,

교육청에서 보낸.

안전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검침원의 말이 있어

이런 기본적인 건 교육청에서 해결을 좀 해주십사 말을 넣었더랬다.

고추장집 방 하나 천장에서 누전이.

일단 전기를 차단해놓고.

공사를 한다면 일이천 만원도 족히 넘는 모양.

교육청에서 얘기가 있겠지.

 

오후,

햇발동 베란다 앞을 긁어 잔돌을 골라내고 편편하게.

백일홍이나 뭘 좀 심어도 좋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말고.

안에서부터 노랗게 마른 잎들이 보이는 주목에 물도 좀 주고.

돌로 쌓은 축대의 돌 틈 세군데도 풀을 긁어내고

거기 패랭이를 심었다.

다음은 아침뜨락으로 가서 옴자 한 부분을 패 내고

스무 포기의 키 작은 장미를 심었다.

다음은 대나무 수로 바로 아래로.

패고 풀뿌리를 털고 풀과 돌을 골라내고 땅을 펴고,

그곳엔 수국 여섯 포기를 심었네.

 

언제부터 온다던 자작나무가 얼마쯤 있었는데

해질 녘 드디어 닿았다; 열한 그루

아직 가늘다.

달못 옆에 구덩이를 팠다.

중심에 4년쯤 된 형님을 심고, 그보다 나이를 덜 먹었다 보이는 나머지들은

그 둘레로 심었다.

꽃그늘길 기둥 몇에 청포도 네 그루도 심었다.

근래 몇 해 한참 맛나다 소문난 샤인 머스캣.

몇 그루는 학교 마당으로 내린다.

 

비 떨어지고 어두워오고.

내일 아침부터 내린다는 비였는데.

많이 쏟아질 것 같지는 않았지만.

하얀샘 트럭에서 잔디도 좀 부려졌다.

여태껏 보던 한 뼘짜리들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매트!

사이집 북쪽 현관 앞으로 틈 없이 쫘악 깔아버리려 한다.

뭘 맨날 잔디를 심냐고?

넓기도 넓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여기저기 잔디가 생기는 대로 심는 거라...

 

일을 끝내고 마을로 내려서자 저녁 8시가 갓 넘고 있었다.

학교로 들어서는데 습이들이 어찌나 팔딱거리는지.

반가움도 반가움이지만 저녁 5시쯤 먹는 그들의 밥이니 얼마나 배가 고플 거나.

기락샘이 챙겨서 주고,

그 사이 학교아저씨는 청포도 가지를 가식해놓고,

하얀샘은 갑자기 생긴 약속으로 바삐 대해리를 빠져나가고.

맛있을 수밖에 없는 저녁 밥상이었네.

 

비는 저녁답의 빗방울 몇이 전부,

내일 온다는데, 겉만 젖는 비가 아니었으면.

그나저나 입안 왼쪽 어디께가 가라앉으니

이제 혓바닥 위쪽이 헐었다.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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