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흙날 꾸물꾸물

조회 수 1341 추천 수 0 2005.07.22 02:30:00

7월 16일 흙날 꾸물꾸물

5년 도형이 생일입니다.
그 아이 예서 맞는 두 번째 생일 아침이지요.
삼잎국화가 그의 꽃이랍니다.
그의 생일떡에 삼잎국화 허드러집니다.
그 아이를 등 뒤에서 오래 쳐다봅니다.
많이 컸구나,
많이 어렸댔는데 요샌 형님 노릇을 제법 해내고 있습니다.
예닐곱처럼 말하던 말법도 훨 큰 아이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다 고맙습니다!
김현덕님이 꿀떡을 보내셔서 모두 잘 먹었더라지요.

호숫가나무!
촛불을 가운데 켜둔 다른 때완 달리
오늘은 활짝 활짝 커튼을 걷고 문도 열어둡니다.
"왜냐하면 오늘은 밝은 이야기거든요."
사람의 몸이 자라면서 어떤 변화들을 겪는가,
그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살펴보았습니다.
변태, 성폭력과 성범죄, 자위행위(큰 형님들은 이런 욕구를 느낄 때도 되었지요),...
여자와 남자가 서로에게 어찌 배려해야는가로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어, 그런데 아이들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자라는 게 아니라
'자라서 어른이 되'는 거지요."
이미 알고 있는 것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데서나 마구 지껄여대는 '성'얘기는 예의 없는 것 아닐지..."
밝은 이야기라고 애어른 다 앉은 밥상 앞이나
사람 들어찬 지하철에서 마구 큰소리로 웃어제끼며 하는 얘기랑은 다름이 있어야겠지요.
호숫가나무의 마지막은 큰 손뼉소리로 끝이 났더랍니다.
예쁘게 포장된 브래지어를 여자 가운데 젤 큰 형님 나현이에게 선물하였지요.
"축하해, 누나!"
축하해, 축하해, 축하해...

봄 여름학기 불날마다 가던 춤시간도 방학 전 마지막입니다.
가을학기까지 일정은 잡혀있으나
차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렵지 싶습니다.
차 시간만 괜찮다면 버스로 움직여도 되는 것을 시골버스 배차간격으론 턱없고...
뭐 다른 귀한 시간이 찾아들겠지요.
갈 때 학교 차 두 대를 탔던 아이들은,
한 대가 볼일이 있어 돌아올 땐 학교 차 한 대와 버스로 나뉘어탔습니다.
나현 예린 혜린 채은 지용 류옥하다가 임산까지 들어오는 버스를 탔고,
채규 하늘 도형 령 정근이는 트럭을 탔다네요.

남자 어른들은 닭장을 친 뒤 왕겨를 다시 깔고
작은 씻는 곳 배수구 만드는 일들을 하셨답니다,
여자 어른들이 고추밭에 줄도 매고 밭일 하시는 동안.

주말 손님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번 나흘을 머물다 간 수원의 유영숙님 정은영님이
아이 셋이랑 함께 내려오셨네요.
유영숙님의 남편 김규철님 와 계신데, 못내 못미더우신 게지요.
아님, 일 많이 시킬까 물꼬 사람들을 견제하러 오셨나요?
왔던 걸음이라고 모두 익숙하게들 지내시더랍니다.

얼마 전 다녀간 손님 한 분도 마음에 오래 머물지요.
많이 산만하다(멀쩡하두만...)는 4학년 사내 아이 하나 있습니다.
3학년 땐 담임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결국 화까지 냈다고,
공립학교에서 그 아이를 받아주지 않으면 어디로 가란 말이냐고.
4학년 담임도 대안학교 같은 곳을 가랬답니다.
방을 쓸고 있던 그에게 가볍게 인사하며 잠시 나눈 대화였지요.
그런데 방을 지나쳐 걷다가 되돌아갔더랍니다.
"그거 되게 화나네, 그게 선생이지, 선생일이 그런 거지..."
많은 교사들이 그러할까만 화가 치밀었지요.
그렇게 아이 건사하기로 해서
그 월급 받고 그 존경을 받고 그 일에 목숨 거는 거 아니었냔 말입니다.
게다가 또 재미는 얼마나 커!
아, 애 가르치는 일, 그게 어떤 아이이든, 그게 선생이지, 그게 선생이 할 일이지...
엄청 열이 났던 겝니다.
하기야 아직 애 힘들다고 나가라는 상상 따위 해본 적 없는,
얼마 되지 않은 신출내기가 할 말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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