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해날 맑음

조회 수 1159 추천 수 0 2005.07.22 02:31:00

7월 17일 해날 맑음

김규철님 김경훈님이
작은 화장실 배수구를 기어이 만들어 내놓으셨습니다.
짬을 내지 못해, 보면 답답한, 눈 돌리고 있던 꽃밭이며 둘레의 풀들을
쉬자는 해날에 어른들이 죄 붙어 걷어냈네요.
훠언합니다요, 세상에, 꽃밭이 원래 저리 생겼더란 말이지요...
해 아직 창창한 낮 5시, 축구하자 모이기로 했다데요.
큰 운동장 떠나가라 아이고 어른이고 구별이 안됩니다.
어이쿠, 아이들이 아주 익었습디다.

거둬들였던 감자 갈무리 잘해놓고
정은영님 수원 가시는 차편에
모남순님도 봄 여름학기를 마치고 가을학기 돌아오마며 부천으로 떠나셨습니다.
다섯 살 규민이 돌돌거리다 간 자리가 컵니다요
(물꼬의 여름 밭농사는 머물고 계신 이은순님이 이어가십니다).
선진샘도 계자 전에 준비 좀 하러 서울 길 다니러 나갔네요.

작은 논문을 하나 준비하고 있는 김효진님이 다녀갔습니다.
작년 영동문화원에서 춤 강좌를 하나 들으며 만났댔지요.
그간 열심히 물꼬 홈페이지를 보아오셨다네요.
물꼬를 중심으로 글을 쓴다시기
미국의 '알바니프리스쿨'과 자유학교 물꼬를 견주어보는 것도 재밌겠다 제안했습니다.
물꼬에 대한 작은 기록 하나 생기면 좋겠지요,
늘 닥친 일들에 코가 석자라
정작 가장 우리 이야기를 잘 아는 우리가 못하고 있는 일이니.

방문자들이 머무는 마지막 밤엔 차나 곡주를 놓고 자리 함께 하지요,
늘 그렇지야 아니하지만.
김규철님 유영숙님과 공동체 식구들이 가마솥방에 모였습니다.
이런, 그런데 새벽이 어찌 그리 일찍 오고야 말았답니까.
공동체에 들어오려는 이들은 그들 삶의 뿌리를 옮기는 일이니 만만잖을 테고
공동체 식구들 또한 새로운 사람과 맞춰야 하는 긴 호흡이 준비돼야 할 테고...
그런데 두 분이서 말씀 다 하시던 걸요.
참내,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려 한 것 아니었나...
하하, 잘들 가셨는지요?

"희정아, 내가 차암 힘이 빠진다."
사는 일이 문득 맥이 타악 빠지는 날이 있습니다, 아주 드물지만.
지난 흙날 아침이었지요.
보름도 더 전에 사람 여럿 심란하게 하는 일이 있었고
(사람살이에 무슨 일이 없을 라구요),
화를 내거나 어처구니없어하거나 마음 아파하는 갖가지 반응을 보일 제
정작 저는 할말이 아무것도 없었지요, 그리 더딘 사람도 아닌데.
그런데 사는 일에는 늘 서툴러
간밤에야 비로소 여러 생각들이 가닥을 잡아갔더랍니다.
오고간 말들이며, 그 뿌리와 배경에 대해 짚어보며,
이것은 사실이고 저것은 내 짐작인가,
어느 게 있는 것이고 어느 것이 내 마음에서 인 것인가를 찬찬히 따져보았지요.
뭉뚱그리자면,
적어도 이 학교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소리들을 들었다는
깊은 서글픔이 일었더랍니다.
"비단 옷 입고 밤길 걷는다..."
하시던,
일이 보람 없다 싶을 때 울 외할머니 한숨을 길게 쉬며 하시던 말씀이
어떤 심정이셨을까 헤아려지는 오늘입니다려.
뭐 오래도 안가겠지만.
으음,.
이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이며,
학부모는 학교에, 혹은 선생한테 어디까지 기대치를 가져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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