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해날 한창 더위

조회 수 1342 추천 수 0 2005.08.01 10:50:00
7월 31일 해날 한창 더위

휴가철이라고 물한계곡을 찾은 이들이
물꼬를 기억해내거나 물꼬 이름자를 보고 무시로 드나드는 요즘입니다.

오랜 논두렁 염동훈님이 다녀가셨습니다,
우리 손 떨려서 늘 잘 못쓰고 사는 앞뒤 허연 A4용지를 두 상자나 실어,
덤으로 우리의 새끼일꾼 수민이(따님이지요. 계자 새끼일꾼이랍니다)형도 실어.
수민이 초등 3년 때부터 계자를 왔더라지요, 올 해 9년차입니다.
제가 연구년으로 외국에 나가던 그 해 뒤로 수년 만에 뵈어서 반갑기 더했지요.
가마솥방에서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가만가만 차올랐더이다, 기쁨이, 차곡차곡.
물꼬의 큰 그늘이시지요.
오늘 간장집 마당 오이 넝쿨 아래서, 박 덩굴 아래서, 그리고 감나무 아래서
잠시 그 그늘기운에 한숨 돌리던 낮시간이 있었더랬습니다.
그늘!
우리 존재를 키우는 이 우주의 큰 그늘에서부터
여러 어르신들 그늘까지 주욱 되새김질해보았더라지요.
우리도 우리 아이들에게 잎이 무성한 그늘이면 좋겠지요.
오신 걸음에 고래방 청소까지 한바탕 하고 옷이 다 젖어 가셨답니다.

류옥하다가 다른 공동체에서 여드레를 머물고 돌아왔습니다.
기락샘이 데려오셨네요.
게서도 지집같이 목소리깨나 높았다나요.
넘의 집살이 해보고 오라 보냈건만...
물꼬 아이들이 참 그렇다 싶어요, 어데 가서고 당당한.
다만 지나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되바라짐과 당당함도 종이 한 장 차이일 지니.

사람들이 들어왔습니다.
여름 계자 준비들을 했지요.
미리부터 공동체에 와 머물고 있던 샘들 손에 더해
큰 마당 정리에 천막도 치고
본관이며 해우소 고래방 구석구석 닦아내고
계자 아이들 글집 엮고 안내글들도 붙이고...

드디어 김경훈님과 열택샘이 조릿대집 씻는 곳을 완성했습니다.
은순샘 어여 와서 써보았음 좋겠네요.
바쁜 남정네들입니다, 포도밭 풀 베고 논도 살피고.
아이들이 모이는 역에 들고나가는 현수막이 시원찮아
선진샘 유상샘 수민이형은 다시 천에다 글씨를 넣고 있습니다.
색깔 다른 감을 이어달라하기
한밤 보건소장님댁까지 재봉질을 하러 다녀도 왔네요,
물꼬에 두 대나 있는 재봉틀이 다 더위를 먹어.

저녁 8시,
백다섯 번째 계자 미리모임을 합니다.
품앗이 이근샘, 근영샘, 창원샘, 태석샘도 들어오고
새끼일꾼 수민이형, 무열이형, 선아형, 미리형(6학년 태우가 그 편에 왔네요)도 들어와
열일곱이 참석했네요.
일꾼 스물에, 특강샘 둘, <기차>공연을 들어오는 극단 사람들이
이번 계자에 함께하는 어른들입니다.
계자 흐름을 익히고 일을 나누고 더러 논의를 했겠지요.
여름을 이곳에서 오래 머물 샘들이 호흡을 잘 조절할 수 있길
(한 차례 계자하고 픽 쓰러질 게 아니므로),
아무쪼록 조화롭기를
(자연과 우리가, 사람과 사람이, 아이들과 어른들이, 그리고 자기 자신이 내적으로),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평화가 물결처럼 번지기를...

모임도 끝나고 일도 마친 늦은 밤,
가마솥방에선 때때로 이리 모이는, 그래서 때때로샘이라고도 불리는,
어른들이 정에 겨워 전골 냄비 놓고 앉아
이슥하도록 담소를 나눴더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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