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 불날 맑음

조회 수 1296 추천 수 0 2005.07.27 15:53:00

7월 19일 불날 맑음

"죽었어요..."
아침, 되넘어오는 밥을 꾸욱 삼켰습니다.
같이 살던 놈 보내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들이미는 게
문득 혐오스러워졌던 게지요.
강아지 흰빛이 죽었습니다.
간밤 김경훈님이 가축병원에도 데려갔다 왔는데,
폭식이 문제였다 합니다.
짐승들 밥을 챙기는 아이들의 반성이 있었지요.
"오늘 내 밥 먹기 전에 개밥 줬나요?"
날마다 그리 노래 부르자 하였더랍니다.
간밤 가마솥방 불을 끄고 나갈 때만 해도
낼 아침에 보자 하였는데...

아이들이 구겨진 신문을 그릴 동안
어른들은 가마솥방에서 짧은 낚시회의가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학기를 마무리할 적
너출봉 아래로 낚시를 갔던 밤이 있었지요.
어찌 꾸려갈까 짐들을 챙겨봅니다.

학기 마지막 셈놀이시간입니다.
30% 깎아팔기 하는 가게에 장보러 갔지요.
미리 살 것 목록도 만들고,
그때도 학교 살림 생각하는 녀석들이네요.
오스람 전구 세트가 든 박스를 집습니다.
57000원.
그게 70% 값이면 얼마를 내야 하는 걸까요?
이래저래 답들을 구합니다.
설명도 해달래지요.
10%씩 계산해서 구구단 7단을 써서 값을 내기도 하고,
계산기를 들고 0.7을 곱하기도 하고...
혜연이가 필요하다는 아동용 등산화도 한 켤레 삽니다.
30000원.
이건 30% 깎이면 얼마인 걸까요?
운동복 바지도 하나 삽니다, 10000원.
쉬웠던 게지요, 1학년 류옥하다까지 금새 계산을 해냅니다.
돌아와
이자 계산하던 농협놀이로 막을 내리게 되었더라지요.

검도샘은 빵미트 발미트 단봉이란 것들을 들고 오셨습니다.
아이들은 발차기도 하고 공격과 막기도 익히고 있데요.
한국화도 수련을 완성하는 걸로 학기를 갈무리 했네요.

아이들은 운동장 풀을 뽑아놓고 낚시 떠날 채비를 하고,
공사현장에선
며칠 전 거울도 달렸고 발레봉도 달리더니,
오늘은 짚풀문화나눔방 지붕방향이 달라
다시 용접을 떼내고 고쳐 얹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오전에 대파 모종을 옮겨 심고,
김경훈님은 쇠기둥 용접해서 잠시 들른 신동인님이랑 빨래 건조대 기둥세우고
(참말 안해보신 일이 없습니다요),
논두렁 이경미님으로부터 비디오, DVD 플레이어가,
장은현님으로부터 비디오과 DVD 테잎과 생활용품들이 보내져왔네요.

드디어 낚시를 갔지요.
황간 쪽에서 오다보면 매곡을 지나 면소재지 임산을 들어서기 직전
내를 끼고 달리던 길이 길과 내로 저 멀리 떨어지는 곳,
관기리 끝자락에 자리를 잡았댔습니다.
신동인님이 낮에 몇 곳을 답사해주신 뒤
먼저 가서 자리 깔고 계셨지요.
상범샘이 학교를 지키고,
삼촌 희정샘 은순샘 김경훈님 김애자님 안은희님이 함께 했습니다.
임산에서 호박전을 이따만큼 부쳐 기다리던 조은희님도 차에 오르셨네요,
물꼬 아이들 열둘에 동생 성연이, 그리고 여기 사는 상촌초등의 해니도 물론.
먼 길 아니니 트럭 뒤에도 탔습니다.
"엉덩이를 든 순간 바로 내리는 거야."
위험하니 엄포를 놀 밖에요.
그런데 이를 어째요,
거의 다 가서 마음 급한 채규선수 그만 들고야 말았습니다.
사실 그 전에도 엉덩짝 들썩거리는 걸 봤으나 그땐 갈길 머니 아는 체 아니하였더라지요,
저는(자기는) 알라나 몰라.
"내려라."
그때부터 뚝방길을 덜컹대며 가는 트럭 뒤따라
채규는 슬리퍼 신고 열심히 뛰어야 했지요.

물 좋지요, 모래 좋지요, 바람 좋지요,...
혜연이가 언제나처럼 먼저 제방 저쪽을 좇아가는데,
그 속 모르는 도형이며 줄줄이 갑니다.
아, 오줌 급한 혜연이는 그제야 돌아보며 사태를 읽고는
저리가 저리가 아이들을 쫓아냈지요.
아이들은 가져간 옷을 믿고 일찌감치 물로 뛰어들거나
족대 들고 작은 댐을 왔다갔다 물살에 밀려내려온 피라미를 건졌습니다.
멀리서 동인샘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고기를 좇다 지친 아이들은 물로 다 뛰어들었네요.
이제 수영강습입니다.
저두요, 저두요,...
1단계는 음파숨쉬기가 익숙해진 뒤,
2단계는 무슨 싱크로나이즈드처럼 중심에서 밖으로 밖에서 중심으로 모여들기로 합니다.
따라온 꼬마 녀석 성연이도 수영을 다닌 모양이지요, 곧잘 해댑디다.
염원하던 라면도 끓여먹었지요, 이 맛에 더더욱 오고팠을 걸요.
(우리 애들 학교에서 안먹는 라면,
더러 공사인부들을 위해 새참으로 라면을 내갈 때도
으례 그네들이니 먹는 거라고 눈길 한 번 안주데요, 기특하게도.)
금강의 백미 어국수도 나왔지요.

달이 올랐습니다.
"내가 갖다 놨다."
슬쩍 운을 띄웠겠지요.
"제가 아까 갖다 놨어요."
령입니다.
"아, 아까 너한테 보냈구나."
"저도 같이 갔는데요..."
혜린이도 거듭니다.
"샘, 나중에 갖다 놓을 땐 제가 갈게요."
도형입니다.
아주 시들을 씁니다요.

어른들 한잔씩 돌리는 술잔에
아이들이 노래를 얹었습니다.
"이 좋은 곳에서 노래 한자락을 위해 애새끼까지 이끌고
머얼리 서울 신길동에서 걸음하신... "
한 사람 한 사람씩 불려나와 무대에 서는데,
우리 지용이까지 나왔습니다.
두어 번 고개를 저었다가 기어이 나가 서서 '파란마음'을 불렀습니다.
'저 아이가 이제 사람들 앞에서 노래도 부르는 구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채규가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 부르는 것 처음 들었어요."
김경훈님이 그랬지요.
뿐인가요, 령이 노래도 그럴 걸요.
같이 있던 사람 가운데 노래를 아니 부른 이가 없었더이다.
좋은 밤입니다.
"샘, 무서운 이야기 8탄!"
상동리를 배경으로 한 작은 학교 상동유치원 이야기가 이어졌지요.

짐을 꾸릴 녘 침묵 속에
아이들은 주욱 한 줄로 달맞이꽃 화들짝 핀 강둑길을 달빛 받으며 걸었습니다.
어느 모퉁이에서 우리는 내를 향해 서서 물에 어린 산그림자를 보며
이 밤을 가슴에 안았습니다.
사랑합니다, 서로 안아주며 트럭에 다시 올랐지요.

학교 돌아오니 품앗이 오승현샘이 와 있습니다.
8월 두 번째 계자까지 내리 머무신다지요.
물꼬의 참으로 큰 일꾼입니다.
곧 조은희님은
자식새끼 넘앞에서 부른 노래턱을 내느라
시원한 맥주 들고 학교로 올라오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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