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나무날 한술 더 뜬 더위

조회 수 1334 추천 수 0 2005.07.31 16:14:00

7월 21일 나무날 한술 더 뜬 더위

올해도 어설픈 유기농사꾼을 못벗어
무농약을 포기하고 저농약으로 가기로 한 포도농사입니다.
새벽 5시,
젊은 할아버지, 승현샘, 김경훈님은 옛 이장 이인술님댁에서 경운기 빌려
포도약을 한 차례 쳤다네요, 신씨 할아버지네 게 고장 나.
지금 있는 우리 경운기론 농약을 칠 수 없지만
곧 류옥하다 외가에서 올 경운기로는 할 수 있다지요.
은순샘과 방문자 박명의님 안은희엄마는 밭일을 하셨고,
공사현장에선 짚풀나눔방 벽체를 다 붙였습니다.
공사현장 대장님 정의택님은 아이들 멕이라 삼겹살을 한 짐 건네셨네요.

H2O.
마침내 물의 화학기호를 써서 쪼끔 잘난 체하며
'물이랑' 이번학기 마지막 시간을 맞았지요,
낼 아침 '물이랑'이면 백화산에 오를 시간이니.
복도에서는 물사진전이 열렸습니다.
수자원공사에서 빌려온 사진들을 주욱 늘여놓았지요.
빛이 바로 쏟아지는 곳이 아니라 아쉽기도 했으나
그런대로 전시회 기분을 내기엔 모자라지 않습니다.
한 줄로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는 조심스러운 발길이 예뻐
상범샘이 사진기도 들고 나왔네요.
우리를 둘러싼 곳곳의 물풍경입니다.
"논갈이가 멋졌어요."
산골 다랑이 논에 논갈이 하는 일품이 저들 눈에도 멋스러웠던 모양이지요.
"우리 정말 그러면 안될 것 같아요."
오염된 현장사진은 우리 일상을 돌아보게도 했습니다.
논들 사이에 난 샘물가에서 할머니 머리에 물동이 이는 걸 돕는 할아버지는
우리 마음도 따듯하게 하였지요.
잠자리의 날개에 춘란 꽃잎 위에 산다래 열매 위에 대나무잎사귀에
얹힌 이슬들이 가져온 영롱함은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진짜 시원하겠다!"
갈증을 푸는 여러 사진의 시원한 표정도 고스란히 전해졌지요.
다시 배움방으로 들어와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자신들이 준비하고 있는 무언극에 색을 입히며 갈무리를 했네요.
다만 음악만 맞춰주었습니다.

어른들 일모임이 2시에 있는 동안
물풍선으로 점심 시간을 한껏 즐긴 녀석들입니다.
승현샘이 서울서 준비해온 선물이지요.

이 더운 날 호떡이라니,
가마솥방 김애자님의 크신 은덕에 힘입어
뙤약볕 일터에서 해방된 아이들은 부엌에 모여 보글보글방 중입니다.
"채규야, 지금 네 처지가..."
저도 제 이름이 불리운 게 왜인지 모르지 않습니다.
"십자수 다하는 것과 집에 가는 것 바꾼다아."
뭐 표현이 순하긴 했으나
십자수 안 해 놓으면 집에 못 보내준다고 엄포를 놓았던 지난 시간이 있었지요.
"채은아, 동생 집에 못뎃고 가겠다, 십자수 찾는 것 도와줘라."
어, 그런데 우리 채은 선수, 그 편이 낫겠다는 표정입니다요.
"나는 널 데리고 있는 걸 참을 수 없어, 아무도 그걸 원치 않아."
놀려대는데도 굴하지 않고,
제 죄를 제가 아는 게지요,
퉁퉁거리지도 않고 불려나와
우리의 채규 선수 드디어 십자수에 매달렸습니다.
집에 갈 수는 있겄지요?

대동놀이 축구이어달리기도 이 여름의 신나는 일과지요.
오늘도 해 기세 꺾이길 기다리다 못해
아직 서산은 벌건데 아이들 축구하러 큰 마당에 모여
젊은 할아버지, 상범샘, 승현샘이랑 뒹굴고 있더랍니다.

공동체식구 모두모임이 있는 저녁입니다,
남은 날까지 마음을 다하자고.
요즘 우리가 한참 집중하고 있었던 일,
복도를 걸어 댕겨 보자든지, 느리게 밥을 먹어 보자든지 따위를 짚어봅니다.
모임 직전까지 몇몇은 채규 십자수를 같이 붙들고 있고,
령이 혜린이도 제 일로 손이 바쁘네요.
제발 뒤집어진 옷 바로 잡아 빨래통에 넣어달라는,
도형이를 비롯한 빨래 맡은패들의 요청도 있고,
안은희엄마는 모남순엄마 없으니 일상에 대한 잔소리를 대신한다며
잔소리를 적게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십니다.
빨래통에 넣기 전 주머니 확인도 부탁하고,
겉옷 속옷 분리해서 손이 덜 가게 해달라는 요구도 있네요.
김애자엄마는 밥이 하늘임을 재천명하며
흘리지 말고 천천히 먹기를 다시 부탁하십니다.
같이 사는 일이 애고 어른이고 쉽잖지요,
그런데 이런 부산함들이 사람사는 곳 같은 이곳입니다,
그래서 또 같이 살아보자 하는 게지요.

잠자리로 가기 전,
"령이 형아, 나 낼 6시에 좀 깨워줘."
류옥하다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준비 다해놓고 있을 거예요, 령이 형아가 새벽에 깨워준대요."
결의찬듯한 하다 얼굴이 보입니다.
낼 산오름을 저마다 준비하는 밤이네요.
아, 밥알 한동희아빠 낼 산행 함께 하기 위해 늦은 밤 들어오셨답니다,
젊은 할아버지를 위한 바둑판 들고.

아빠 다녀간지도 한참에 엄마 본 지도 오랜 하늘이,
언제부터 밤에 같이 자자해놓고 짬이 없더니
다행히도 학기를 끝내기 전 잠자리 같이 할 수 있었습니다.
형제처럼 류옥하다랑 둘이 간장집 방에 나란히 누워
돌아가면서 저들 좋아하는 책 읽혀놓으니
일찌감치 불들을 끄고 도란거리다 어느새 잠이 드네요.
별일 없이 이리 오래 키울 수 있으면 좋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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