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흙날 며칠째 찜통

조회 수 1321 추천 수 0 2005.07.31 16:17:00

7월 23일 흙날 며칠째 찜통

< 2005 봄 여름 학기 갈무리! >

배움방 정면, 하얗게 드리운 천에 학기 갈무리를 알리는 글씨와
승현샘이 만든 아트풍선과 아이들 이름자 하나 하나,
그리고 갈무리를 해나갈 차례가 훑어보기로 붙여져 있습니다.
아침까지 이어진 반짝 밥알모임 뒤
잠깐 눈을 붙인 어른들은 오전에 논으로 피살이를 떠났고,
아이들은 저들 갈무리 준비로 서둘렀더랍니다.

정오가 넘고,
학교로 들어선 어른들이 거닐며 아이들 펼쳐 보인 것들을 구경하고 있었지요.
마지막까지 씨름한 십자수,
사연 많은 시와 그림,
아침마다 해오던 손풀기 그림들,
어, 그런데 상 하나가 비어있습니다, 놓친 게지요.
아이들이 자기 연구 진행 중인 스스로공부스케치북을 올릴 자리였는데...
뒷벽엔 한국화로 채운 '물꼬 제 3포도밭'이 좌악 펼쳐졌고,
복도엔 한국화며 오목판화 했던 아이들의 손땀들이 찍혔습니다.

객석이랄 것도 없는 방바닥에 사람들이 자리를 잡자
아이들이 나왔습니다, 하얀 장갑을 끼고.
손말로 <작은세상>과 <파란마음>을 부릅니다.
이어 무대에 작은 상이 놓이고,
한 사람씩 나와서 스스로공부를 해나가는 과정을 들려줍니다.
12월의 '학술제가 있는 매듭잔치' 준비쯤 되겠습니다.
아이들은 다시 차례로 피아노 앞으로 가고
한곡씩 음악을 들려주었더라지요.
어데서 그런 공연을 볼 수 있을지요,
툭툭 끊어지거나, 한 손으로 치는 건반소리를 들을 수 있는,...
무언극 하나가 다음 무대를 이어갑니다.
음악을 타고 아이들이 쏟아지고 공간을 채우며 움직이더니
하나 하나 다시 빠져나가데요.
그리고 춤,
차차차 한바탕 추었더라지요, 이 더위에.
갈무리잔치가 끝나고 사람들은 징소리에 끌려 가마솥방으로 빠져나갔는데
안은희엄마며 몇몇이 다시 도는 음악에 몸을 싣는 곁에서
뒤늦게 춤바람 난 우리 채규 선수의 춤,
그날의 명장면을 보셔야 했는데...

오후, 짐 싼 뒤 곶감집이며 학교며 부엌자리며 구석구석 먼지를 털고,
상주 유기농 농원으로 밥알들이 하룻밤 들살이를 떠나며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학교 큰 마당은 류옥하다만이 남아 그간 하고팠던 왼갖 것들을 하며 채우고 있습니다.
류옥하다 선수 잊지 않고 수첩을 내밀지요.
방학 때 먹고픈 열 가지 음식이 씌어있습니다.
"1. 만든 쿠키
2. 만든 만두
3. 만든 햄버거
4. 만든 피자
5. 월남쌈
..."

사람들이 비워낸 자리로
품앗이 광석샘 지민샘 나래샘과 새끼일꾼 경석형님이 서울서 내려와
논으로 피를 뽑으러들 들어갔지요.

한 밤엔 영화마을에 갔습니다.
삼촌, 상범샘, 은순샘, 승현샘, 품앗이샘 셋과 새끼일꾼 하나,
그리고 류옥하다랑 그의 엄마가
고레에다 히로키즈의 <아무도 모른다>를 보았지요.
아파트 주인의 퇴짜가 겁나 장남 하나만 식구라고 속이고 이사한 집,
아버지가 다른 네 아이를 둔 엄마가
아이들만 남겨둔 채 집을 떠납니다.
같이 영화를 보던 아이가 계속 물었겠지요.
"쟤네 엄마 어디 갔어?"
날아드는 청구서, 남은 동전 몇닢,...
아이가 또 물어옵니다.
"엄마는 왜 안와?"
끊임없이 불편케 하는 영화입니다.
"여기서부터 안보는 거야, 잔다, 낼 얘기해줘야 해요."
아침에 아이는 다시 묻겠지요, 엄마가 왔냐고.
편의점에서 날짜가 지난 음식을 구해먹고,
수도공급이 끊어져 더벅머리로 공원에 나가 빨래를 하고,
막내가 죽어나가는데도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아폴로 초콜릿의 색이 오래 선명하고,
다테 다카코의 '보석'이 영화에서처럼 오래 귀에 흐를 겝니다.
"...
다시 한 번 천사는 나를 돌아볼까?
내 마음 속에서 물놀이를 할까?
...
얼음같이 차가운 눈동자로
나는 점차 커가고
누구도 가까이 할 수 없는
악취를 풍기는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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